[ YonSei ] in KIDS 글 쓴 이(By): halee (아기도깨비) 날 짜 (Date): 2001년 9월 15일 토요일 오후 03시 03분 52초 제 목(Title): TV를 보면서 그날 이후. TV news의 30% 이상의 시간이, 그것도 처음부터, 미국 테러 사건에 대한 보도로 채워지고 있다. 오늘은 남북 장관회담이 있을 꺼라는데. 그 내용도 테러 사건에 대한 보도 뒤에 밀리고, 그 시간마저도 얼마 할당되지 않고 있다. 지금 시점에, 울 나라 국회에서 법안을 날치기 통과를 하던, 지방 한 도시에 도적떼가 출몰하던... 아무도 모르고 지나칠 것 같은 느낌. 급기야 어제는 10시, 우리나라 전 지역에 사이렌소리까지 울렸다. 애도의 날이라... 통신에서는. 젊은 사람들 사이에서는, 서로, 이번이 기회인 듯이, 미국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를 높인다. 나도 마찬가지. 그 사이렌 소리를 무시하는 게, 젊은 사람의 도리인양 그 소리가 듣기 싫어 샤워실에서 시끄럽게 샤워를 해 댔다. 주식값은 이틀동안 폭락을 면치 못 하고, 팔아대기만 하는 개인투자자들. "유독 한국만 주식시장의 패닉 상태"라는 기사들. 나는 공순이다. 그래서. 정치도 잘 모르고, 세계정세도 잘 모른다. 하지만 이번 사태에서 다시 한번 느낀다. 세상 일이라는 게, 개인적인 작은 관계에서부터 세계 정치 흐름까지. 얼마나 유사한 지. "무고한 시민을 희생시켰다"라는 이의의 여지가 없는 사실. 그럼에도 그 피해국이 초.강.대.국 미국이라는 사실. 그 집단내에서는 숭고하게 보일 수 밖에 없는 헌혈과 입대로 향한 긴 행렬.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이슬람에 대한 매도와 전쟁 불사 의지. 하지만... "그래.. 힘 있는 놈이 이기는 거지.." 할 수 밖에 없는. 그리고.. "힘있는 놈"이 되기 위해서 열심히 공부하고, 돈 벌고, 능력과 외모를 갈고 닦고... 그 언젠가는 "힘없는 시절"을 까맣게 잊어버리게 될. 아. 이 평생 해결되지 않을 것 같은 고민들. ~~ 누군가의 보드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사태는 명백히 가슴아픈 일임에 분명합니다. 이번 사태로 목숨을 잃은, 그리고 가족을 잃은 분들께 위로의 마음을 전합니다."라는 글을 봤다. 그리고 작은 기사들을 쭉쭉쭉 올려뒀다. 피츠버그에 추락한 비행기 안에서 전화를 건 남편의 통화 내용. "아랍인에게 납치가 됐어. 우리중 몇몇이 뭔가 일을 꾸미려 하고 있어. 우리 아기 잘 키워줘. 사랑해." 그리고.. 그 비행기는 원하던 목적지가 백악관이건 아니건 간에. 하여튼 원하지 않던 피츠버그에 추락했고, 그만큼 피해를 줄였다. 다들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하곤한다. 브루스 윌리스와 해리슨 포드는 어디로 갔냐고. 빈 라덴이 진정 테러 배후 세력이 아닐 수도 있다. 그 사실이 언제가 밝혀진다고 해도, 미국에서는, 우리가 영화로 봐 왔듯이, 지금 피해자 상황을 밝히지 않듯이, 진짜 범인을 공개하지 않을 게 분명하다. 하지만. 그런 미국에 대한 믿음 만큼. 피츠버그 비행기 희생자들 사이에서 있었을 영화같은 이야기들은 되살아났으면 좋겠다. 무너져버린 WTC 근처에서 애인을 찾아 헤매고 있다는 여인네의 이야기는 우리 삼풍이 무너졌을 때 전해오던 몇가지 가슴아픈 이야기들을 떠 올리게 한다. 하지만. 그네들의 사고는 테러에 의한 거지만. 우리들의 사고는. 그게 아니었다. ~~~ 냄비 근성이라는 둥. 우리가 우리 자신을 비하하는 단어들은 수없이 많다. 언젠가, 나름대로 말씀이나 생각에 조심스러우신 교수님께서 "들쥐 근성"이라는 표현을 공식적인 석상에서 하셨던 적이 있다. 우르르~~ 우르르~~~ 떼지어 몰려다니는. 그 속에서 대중 심리에 의지해서 자신감은 키우고 죄책감은 적게하려는 그리고 적어도 손해보는 입장은 되지 않으려는. 하향 평준화던 상향 평준화던. 가끔가다가 그런 소리들을 한다. "울 나라에서는 전쟁이 나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자원입대를 할까?" 갑자기 그것도 궁금해졌다. 삼풍사고 때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헌혈에 동참했을까? 기억나지 않는다. (아. 그런 기억도 난다. "삼풍? 거기 무지 잘 사는 사람들만 바글바글하잖아.") 나 자신도 우리나라에 대한 뭔가 부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는 게 분명하다. 이렇게 좋지 않은 생각만 하고 있는 걸 보면. 정말 잘 모르겠다. 어떨 때는 정말 순진하다 싶은 미국인들의 "애국"이 우습다가도 어떨 때는 부럽다가도... 어떨 때는 무섭다. 어떨 때는 우리나라가 정말 자랑스럽다가도.. 어떨 때는 징그럽도록 싫다. 정답없는 생각. 인생. 세상 살이. *--- 그런데 만약에... 판도라의 상자에 구멍이 나버렸다면 어떻게 할껀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