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YonSei ] in KIDS 글 쓴 이(By): donghy (나를잊어줘) 날 짜 (Date): 2001년 9월 13일 목요일 오후 06시 41분 43초 제 목(Title): 아빠 어제 밤 9시쯤 겨우겨우 잠에서 깨어나 눈을 떴다. 잠을 깨기 위해 습관적으로 라디오를 틀었고, 음악이 나오는 채널을 이리저리 돌리다가 뉴스를 듣게 되었다. 온통 테러 얘기군.. 세상 참 오래 살고 볼 일이다...라는 생각과 함께 이렇게 살면 오래 못 살텐데 하는 불안감이 교차했다. 잠이 좀 깬후 샤워를 했다. 머리도 감고... 음...상쾌하군... 샤워를 끝내고 방으로 들어와 드라이를 시작했다. 드라이어 소리 때문에 라디오 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다. 볼륨을 조절하려는 찰라... 갑자기 내 방 전화가 운다. 흠... 누굴까... 내 방 번호를 아는 사람이 극히 드물거니와 잠 잘 때 방해되는 일이 많아서 거의 선을 뽑아놓고 사는데... 또 "사장님 좋은 매물 나온거 있는데요" 하는 50대 중반의 걸죽한 목소리는 아닐까 아니면 "XX영어산데요, 영어 잡지 하나 보시죠" 하는 상냥한 20대 초반의 아가씨 목소리는 아닐까 흠... 시간이 10시를 넘어가는데, 설마..하며 수화기를 들었다. 저쪽: 아빠~ 헉! 어디서 들어본 목소리가 아빠하며 나를 부른다... 순간적으로 저쪽의 나이를 대충 판단하니 3~4살 정도... 나의 머리가 평소와는 달리 아주 고속으로 뤼와인드를 한다. 마치 영화 메멘토처럼 나는 내 기억의 단편들을 역순으로 짜 맞추지만... 나의 행적들로부터 저쪽의 신원을 파악할 수 있는 어떠한 증거도 발견할 수 없다. 수초가 흐르고나서 한마디 했다. 이쪽: 나 니 아빠 아니다...-_-; 이렇게 까지 말하고 나는 그리 멀지 않은 과거의 기억에서 저쪽 목소리의 흔적을 찾았다. 바로...가끔씩 나한테 장난 전화하는 그 아가다. 오...얘가 벌써 이렇게 컸단 말인가... 지난번 까지만 해도 뭔 말하는 지 못 알아들었는데, 이제는 자신의 의지로 그 아빠라고 하는 사람을 부르며 의사를 표시하고 있다니... 나는 "시간 파리는 화살을 좋아한다"는 어느 나라 속담을 떠올리며 할 말을 찾고 있다. 저쪽 : 아빠 언제와? 일찍 들어와...또깍...뚜뚜뚜... 흠...아직 아빠란 사람이 집에 안 들어왔나부다... 그건 그렇고, 짜식 지 할 말만 하고 전화 끊는 건 예나 지금이나 똑같군... 버릇없는 짜식 같으니라고... 나의 머리가 이번엔 평상시대로 저속으로 뤼와인드를 또 시작했다. 내가 마지막으로 아부지가 일찍 들어오시기를 기다리던 게 언제더라... 흠...기억이 나질 않는다... 그 아가가 많이 외로운가 보다... 그리고, 나 역시 꽤 외로운가 보다... 이런 류의 전화가 오면 난 언제나, 전화가 잘못 걸렸다고 말하고 끊는 법이 없다... 다음번엔 그 아가가 나한테 뭔 말을 할까... 그 아가가 나와 전화 통화를 할 수 있는 시간도 이제 네 달이 채 남지 않았다... ... 크레지오에서 뉴스를 보느라 꼴딱 밤을 새고 말았다. 근래에 내가 이처럼 뉴스를 온갖 희노애락에 휩싸여 본 적이 있던가... 한텀은 넓고 코딩할 건 많다.... 이 글을 쓰는 지금 좀 있으면 나에게 무지막지한 테러를 가할 버그들을 생각하면 치가 떨린다. ... 연고전은 다가오는데, 나는 학교에 있으되 학교에 있지 않은 거 같다. ... 키연인 모두들 환절기 감기 조심하시길...오랜만에 함 조잘대 봤어요. ^^ /* * I need more coffee to forget myself...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