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nSe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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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YonSei ] in KIDS
글 쓴 이(By): guest (elika) <h002078ceb2cb.ne>
날 짜 (Date): 2001년 5월  3일 목요일 오후 01시 17분 11초
제 목(Title): Before Sunrise


그저께 겨우 30장짜리 페이퍼를 끝내서 제출하고 첩첩산중으로 쌓인 페이퍼와 
시험에도 아랑곳없이 나의 하우스 메이트와 함께 산책을 나갔다. 

"나 이 시골을 탈출하고 싶어. 뉴베리가자." "그러지 뭐.. " "언니.. 내일 
시험인데 공부해야돼." 다른 하우스메이트가 말렸는데도 신나게 문을 박차고 
나가서 버스를 타고 전철을 타고, 내려서 이쪽으로 갈까 저쪽으로 갈까 
이러다가 길을 못찾아서 다운타운 둘레를 쭉 돌았다. 이리가니 하이웨이가 
나오고 저리 가니 강이 나오고 또 이리 가니 음침한 공원이 나오고 또 저리가면 
갤러리가 쭉있는 이쁜 거리가 나오고.. 

밤 9시에 나가서 1시에 들어왔다. 4시간동안 열심히 걸었고, 지금까지도 다리가 
아프다. 곳곳에 꽃이 피어있었다. 야.. 이쁘다. 소리지르고 하하하 웃고 그렇게 
미친 인간처럼 돌아다녔다. 

갑자기 "Before Sunrise"생각이 났다. 전혀 상관은 없는 얘기기도 하지만 
그렇게 정한 곳없이 상점들은 다 문닫고.. 그런데도 그냥 무작정 걸었다. 

내 하우스메이트는 한국말을 조금 한다. 1년 반을 살았는데 광주에서 살아서 
전라도 사투리를 한다. 생긴 건 딱 Ricky Martin처럼 생겼으나 행동거지는 무지 
보수적인, 절대 섹시하지 않은 그 아이는 영어를 할때는 무지 냉정하고, 
차분하지만 한국말을 할 때는 아주 귀엽다. "너 날나리야." 이 말을 나한테 
제일 잘 써먹는다. ^^;; 어제는 내가 해준 비빔국수를 맛있게 먹어줬다. 내가 
해준 불고기도 잘 먹는다. 혼자.. 그냥 굉장히 외롭고 슬퍼보였다는게 걔에 
대한 내 첫인상이었다. 남동생같다. "내가 누나니까 설겆이 한다." 그러고 
그릇을 씻고 있으면 "저리 가. 여기는 미국이야. 누나는 무슨 누나야." 그렇게 
말하고는 자기가 한다.  나는 많은 것을 주려고 한다. 한국사람답게 먹는 것은 
꼭 나눠 먹으려고 하고, 힘들게 논문쓰고 있으면 밥이라도 해주고 싶고 그런데 
받을 줄을 모르는 것같다. 그러면 나는 삐진다. 후후. 그래도 우리집 폴은 
착하고 나를 참 좋아한다. 자기가 아는 한국 사람 중에 제일 솔직하고 특이한 
사람이란다. 걔가 발견한 나의 정말 특이한 습성은 '혼자말을 잘한다'는 것.. 
정말 이상하게 생각한다. 내가 생각해도 이상하지만 그게 내 버릇이라는 것을 
이제야 알았다. 

이제 우리 식구들이 헤어질 때가 다 되었다. 어느새 한학기가 끝나고 아이들은 
졸업을 한다. 나는 또 방학동안 떠나니까... 4개월을 같이 사는데 지금 
생각에는 헤어질 때 참 많이 눈물날 것같다. 원래 정주는 건 알고 주는 법은 
없으니까...

걔들이 알런지.. 어제처럼 그렇게 4시간동안 길도 못찾고 돌아다니면서 한국말 
영어 서로 답답해하며 의사소통을 해도, 그냥 낄낄거리고 웃어도, 시험이야 
어떻든 우리들 스스로에게 조그만 보상이라도 해주자.. 좋은 식당 들어가서 
포도주는 한잔 못하고 아이스크림을 사먹고 돌아다녀도.. 그런게 나한테 조그만 
행복이고 추억이 되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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