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YonSei ] in KIDS 글 쓴 이(By): guest (elika) <h002078ceb2cb.ne> 날 짜 (Date): 2001년 4월 30일 월요일 오전 04시 53분 33초 제 목(Title): 인간답게 살고 싶다.. 월이 다 끝나가고 수업은 끝났다. 해야 할 것들이 너무 많다. 지금은 오후 4시.. 이제야 겨우 지친 몸을 이끌고 책상에 앉았다. 머리가 멈춘 것같다. 이번 페이퍼를 내일 내고 나면-낼 수 있을까- 또 다른 30장짜리 페이퍼가 일주일 안에 있고 7장짜리 시험이 있고, 3시간 동안 치는 시험이 있다. 읽어야 할 분량은 뭐.. 말해봐야 뭐하나.. 앞뒤로 복사된 종이 한장에 책 4페이지가 들어 있는게 내 한뼘 분량으로 각 과목당 쌓여있으니 더 할말이야 없지.. 해봐야 못할텐데.. 아.. 또 고질병이 도진다. 도망가고 싶다. 문제는 그제 동생과 전화하다가 "아버지 생신다 된 것같은데.." "지났다." 아버지 생신도 모르고 지났다. 거기다 오늘은 제일 친한 친구 중의 한명이 생일이었다는 것을 다른 친구가 일깨워줬다. 아마 걔 생일 무렵에 전화통화를 한 것같은데 생일축하한다는 말은 못해줄망정 힘들다고 투정만 부렸으니.. 이게 무슨 일인가. 죄스러운 건 둘째치고 이게 사람의 할 도리가 아니다. 오늘 밥하면서 처량맞게 "나실제 괴로움 다 잊으시고 기르실제 밤낮으로 애쓰는 마음.." 모래를 흥얼거리니까 하우스 메이트들이 따라부르고 웃고 난리가 났다. 어제는 페이퍼가 있음에도 하루 종일 인터넷 쇼핑몰을 들락거리며 어버이날 선물을 뭘 보내야 하나.. 고르고 있었다. 물론, 아직까지 정하지는 못했지만.. 책상 앞에는 메모꽂이가 있는데 거기에 해운대 전경 사진이 있다. 초등학교 동창들과 크리스마스때 엠티에 가서 창가로 보이는 그 바다를 담아왔다. 맨날 그 사진을 본다. 사진을 보고 있으면 내가 사진을 찍을 때 옆에 있던 내 친구들이 북적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듯도 하다. 혼자 이리 사는 것도 아닐텐데.. 그렇게 단단하게 마음먹고 왔음에도, 한국에 짐싸서 당장 들어오라는 소리를 친구들에게 듣는 걸 보면.. 이게 힘든 생활은 힘든 생활인가보다.. 내가 그리 나약한 인간도 아니고, 나름대로 튼튼하고 모험심도 있고, 혼자서 독립적으로 잘 챙기며 사는데도 불구하고.. 날씨가 좋은데도 밖에 며칠동안 못나갔다. 세번째 손가락은 거의 부러질 듯.. 눈도 못뜨겠다.. 자고 싶다. 아무 생각없이 잠 좀 푹자고 엄마가 해주시는 고등어찌개에 밥 한번 먹어봤으면 좋겠다. 흑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