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YonSei ] in KIDS 글 쓴 이(By): guest (elika) <h002078ceb2cb.ne> 날 짜 (Date): 2001년 4월 15일 일요일 오후 01시 44분 38초 제 목(Title): 퇴행성 봄바람 봄바람이 분다. 8개월만에 이곳에 햇살이 찾아왔다한다. 내게도 지리했던 겨울은 이제 끝났다. 지난 달의 봄방학기간동안 다녀온 여행의 후유증탓에 하나도 공부를 안하고 여기저기 돌아만 다니고 있다. 햇빛이 나면 하다 못해 운동장에 앉아 테니스치는 사람들 구경이라도 한다. 공부는.. 지겹다. 그러다.. 유학생활에 쥐약인 한국드라마를 보기 시작했다... 죽음이다.. 스무살 즈음에는 미소년같고 노래잘하고, 감상적인.. 나한테 목숨거는 남자가 좋았다. 얼굴이 하얗고 이쁘게 생긴, 옛사랑을 그리워하고 그래서 가슴아파서 술을 마셔도 '주정'을 '예술처럼'하는 그런 남자아이가 좋았다. 그 다음엔.. 아무 구김살없이 성실하게 공부 열심히 하고 나와 생각이 맞는 사람을 좋아했다. 똑똑하게 가치관이 분명한 사람, 해야 할 것 제대로 하는 사람. 스무시간을 논쟁을 하더라도 끝까지 양보안하고 제대로 말하는 사람이라면.. 그리고는 공부고 돈이고, 얼굴이고 일단 때려치고 겸손하고 많이 배우려는 자세를 가진 사람.. 초월자의 존재를 인정하고 나의 나약함을 인정하는 것이 강인함이라는 사실을 잘 아는 사람을 봤다. 나와 음악을 듣고, 차를 마시고 책을 읽고.. 별반 말하지 않더라도 각자의 시간에 충실하면서 함께 해줄만한 사람. 자기가 타인과 형성해온 관계에 신실한 책임을 질 줄 아는 사람...따뜻하고 자상한 사람. '혼자' 산지 만 5년을 채우고 어느덧 6년째로 접어드는 이 시점에.. 갑자기 왜.. 내가 그제 밤새고 인터넷으로-나는 정말 반성해야 한다..하지만- 본 '아름다운 시절'에 나오는 '이병헌'같이 제대로 사랑하지도 못하고 표현도 못하고 많이 상처받고.. 남들이 정상적이라 부르지 못하는 그런 관계에 빠져 있는 사람에게 자꾸 끌릴까. 딱 보면 첫눈에 '저 인간은 안된다'싶은 남자가 역시 매력이 있단 말이다. 바람둥이가 인기있는 이유는 바람둥이이기 때문이다 뭐 그런 말일까. 여하튼.. 안하무인격으로 여자한테 접근을 해도 그게 왜 남성적으로 보이는지 정말.. 강하게 밀어붙이는 태도와 희롱과 농담의 경계를 넘나드는 듯한 말들과 빤히 쳐다보는 얼굴과.. 그런 게 갑자기 인지가 될 때 마음이 설레게 되느냐 이 말이다. 근데.. 나 이병헌 정말 싫어했는데 그. 참.. 인상적이더구만.. 역시 변심은 순간이다. 나는 이병헌이 최지우 눈물을 유리창사이에 두고 닦아주는 그 장면에서 뻑 가버렸다. 다시 돌아가서.. 내게 특별한 친구가 생겼다. 특별하게 잘 생기지는 않았는데 굉장히 매력적인 것같아서 가만히 보니까 다물고 있는 입술끝이 약간 올라간 것이 이쁜 것같다. 결혼한 여자를 사랑해서 그 여자에게 이혼하고 자기한테 오라고 했단다. 정말.. 내 보기에 겉으로는 정말 완벽해서 남자가 아까워 보이는구만.. 하지만 걔한테 우울하고 어두운 구석이 있다. 아프고 외로운 구석이 있다. 뭔가 찾고 있는 걸 안다. 며칠 전 교회에 가서 나란히 앉아있는데 뭔가 물어보고 있는 그 사람 손을 잡고 함께 빌어주고 싶었다. 마음이 많이 쓰인다.. 겉보기에는 극과 극인데 이병헌 이미지랑 그 사람의 이미지가 오버랩된다. 에휴.. 이게 다 봄탓이다.. 바람났다. 후후. 에라. 연애하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