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YonSei ] in KIDS 글 쓴 이(By): guest (elika) <h002078ceb2cb.ne> 날 짜 (Date): 2001년 3월 26일 월요일 오후 04시 55분 22초 제 목(Title): 내 마음의 옥탑방 내 방은, 카페트가 깔려 있는 옥탑방이다. 침대에 누우면 천장으로 비스듬이 난 창에 키 큰 나무와 별들이 보인다. 비가 올 때는 시끄러워 잠이 깬다. 빗방울이 그 창에 부딪히는 소리.. 카페트가 깔려있다고는 하지만, 나는 그 카페트때문에 알레르기가 생겼다. 기침을 하느라 잠을 자지 못한다. 병원에서는 천식환자들이 사용하는 흡입기를 사라했다. 지금도 잠을 자려다 기침때문에 일어나 창문을 한참 열어두었다. 차가운 공기. 지금은 숨을 쉬고 있는 것같다. 문득 겁이 날때가 있다. 기침때문에 숨을 쉬지 못할 때.. 정말 내가 천식에 걸린 게 아닌가 싶은 숨소리를 내가 들을 때.. 그것도 그리 나쁘지는 않을테지만.. 그래도 숨이 막혀서 죽고 싶지는 않다. 숨이 막힐 때, 내가 거부할 수 없는 숨을 쉬려는.. 끝없이 산소를 공급받으려는 내 의지가 섬뜩하다. 그 순간 나는 숨쉬려는 나를 혐오하며 죽어갈테다. '옥탑방'.. 그 소설을 보기 전까지는 그런 방에 대한 어떤 생각도 없었다. 그 소설을 읽고 난 후에는.. 저 아래 세상 속으로 들어가고 싶은 그녀의 이미지.. 그 소설이 내게 던져주었던 이미지가 나를 지배했다. 나는 여기 살고 있다. 그러면.. 정작 내가 가고 싶은 곳은 어디일까. 이 동네에 커다란 빌딩이 있어 그 속으로 가고 싶은 것도 아니고, 내가 살고 있는 곳이 저 산꼭대기 높은 곳도 아니고.. 그렇다고 내게 어떤 열망이 있는 것도 아니다. 가고 싶은 곳이 없다. 그러고 보면 그녀는 결국 옥탑방을 떠났고 그는 옥탑방에 무언가를 찾아 들어왔던 것으로 기억한다. 어쩌면.. 나는 이 방속으로 모든 기억과 회한들을 다 가지고 들어온 사람인지도 모른다. 지금 여기 살고 있어서, 뛰쳐나가고 싶은 생각이 없는 걸보면, 나는 저쪽 세상이 싫어서, 경쟁하고 미워하고 폭력적이고 상처입히고 거절당하고, 배반하는 그 세상이 싫어서, 너무 쉽게 잊혀지는 그 곳이 싫어서 그 남자처럼 여기 온 것인가보다. 그리고 나는 그곳을 가만히 바라본다. 행복하다는게 어떤걸까. 너는 행복하니.. 그렇게 그가 물었다. 그는 '상실의 시대'를 떠올리게 만든 유일한 사람이다. 거기에 나오는 선배같다. 그 사람이 자기 연민은 나약한 자만이 하는 것이다.. 뭐 그런 비슷한 말을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여기 온 후로 내가 '사람답게' 산 순간을 얘기하라면 아마도 그와 함께 했던 식사를 얘기할 것이다. 결코 가깝지는 않지만, 더 이상 가까워질 기회도 만무한 사람이지만, 그래서 아무런 얘기나 막 해버릴 수 있게 만들어준다. 그래서.. 단 한번 솔직하게 얘기했다. 나를 강간한 기억들에 대해서.. 내 자아를 기만한 위선과 자만에 대해서.. 여전히 나를 감금하고 있는 증오와 두려움에 대해서.. 그때..나는 사람같았다. "너는 행복하니?" ".. 행복하다고 생각해." 내가 행복한걸까. 그런걸까.. 어쩌면 그 한마디, 또 거짓이었을까. 옥탑방으로 들어왔다면, 나는 시선을 '바라봄'에 두어서는 안된다. 그래야 이 곳에 온 의미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바라본다. 이 곳에서 나는 많은 것을 본다. 그곳에서 보이지 않았던, 혹은 잘못 인지했던 것들을.. 잊혀짐을 보고, 배반당함을 보고, 고통과 가치없음을 본다. 그리고.. 나는 아무 것도 하지 않는다. 아무것도.. 할수가 없을 뿐더러 더욱 기막힌 것은 하고 싶은 마음이 없다. 어쩌면 잘 된 것인지 모르겠다. 여기로 온 것이.. 아무 것도 할 수 없게 되었고, 할 마음이 생기지 않는다는 것이.. 어쩌면, 여기는 '옥탑방'이 아니라 '무덤'이라고 표현해야 맞을지 모르겠다. 관속에 사람들이 소중히 여기던 것들을 넣어주는 것처럼 나는 뭐라 표현하기 힘든, 아니.. 여기 오기 전까지의 '나'를 가지고 들어왔고, 그리고 이제는 사람이 아닌양.. 아무 것에도 반응하지 않게 되었으니 말이다. 나는 여기가 좋다. 이 옥탑방이 좋다. 그래서 행복하다고 말할테다. 그래.. 설령 내가 잠이 들지는 못한다 할지라도, 가만히 누워서 저 비스듬이 보이는 창 속의 하늘을 보면서 가만히 있을테다. 마치 동면하는 것처럼.. 아무 것에도 반응하지 않고, 다 알아도 모르는 것처럼, 내가 없는 것처럼.. 그래도 아무 상관없으니..나는 여기가 좋다. 다시 그 곳으로 내려가지 않을테다. 여기 있어서 나는 행복하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