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YonSei ] in KIDS 글 쓴 이(By): halee (아기도깨비) 날 짜 (Date): 2000년 5월 24일 수요일 오후 11시 46분 36초 제 목(Title): 김 광 석 흥미로운 보드 분위기에 발맞추기 못하는 뽀스띵 시작. *---- 오늘이 여기 대동제 개막일이다. 개막일 초대 가수로 안치환이 왔다. 안치환. 솔아솔아푸르른솔아를 울학교 학생회장 선거 홍보용으로 만들었다가 민중가요의 명곡들을 많이 만들고 불렀던 사람. "T-shirt 두장에 이번 공연을 허락하셨다"는 운영자의 말이 참 마음을 따뜻하게 해 줬다. 방송 금지를 받았다는 "똥파리와 인간"이라는... 똥파리가 똥에 머물듯이... 인간은 돈에 머문다는... 노래를 부르는 걸 들으면서 민중가수가 대중가수로 타락했다는 사람들의 평가에 대해서 나는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지.. 라는 생각이 잠깐 들었다. 잠깐 본론에서 벗어났네. 다시 되돌아가면... 근데. 안치환의 노래를 듣는 동안에 그의 노래에 집중할 수 없었다. 내머리를 떠나지 않은 것은... 김광석이었다. 워낙이 소심하고 게으른 성격탓에 라이브콘서트라고는 별로 가보지 못한 내가 학부때 기숙사 오픈하우스에 게스트로 초대된 김광석의 콘서트를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기숙사 오픈하우스. 전체 인원이 천명일 때였나 오백명일 때였나? 별로 넓지 않은 기숙사 앞마당에 꼭꼭이 차있는 사람들 앞에서 김광석은 기타줄도 몇번 끊어가면서 한시간 반 넘게 노래를 불러줬었다. 내 인생 처음으로 라이브라는 걸 봤으니 얼마나 감동했을까만은. 내가 그 이후로 어지간해서는 감동을 안 하는 걸로 봐서는 그때의 그 김광석의 공연이 그만큼의 감동이었던게 아닐까. 그때 김광석은 어쩌다가 그 생각이 났는지 예전 자기 여자친구 이야기를 그 많은 사람들 앞에서 "털어"놨었다. 아주 사랑하는 여자가 있었다고.... 그런데 "딴따라"한테는 시집 보낼 수 없다는 부모님 말씀을 잘~~ 듣고는... 무슨 기자한테 시집을 갔다고.... 가정이 있는 사람이었다. 어쩌면 다른 공연에서도 매번 하는 소리일지도 몰랐다. 하지만, 우리집 앞마당 같은 기숙사 앞마당에서 가족같은 기숙사 친구들과 함께한 조그마한 자리에서 그런 이야기를 하는 걸 보고 있자니... 그의 마음이 나한테도 전해오는 듯한.. 아픔이 따라왔고... 그저 남같지 않고.. 친하게 지내오던 오빠, 선배 같은 느낌이 다가왔었다. 그래서 그날 노래들이 더 마음에 깊이 다가왔던 걸까... 기숙사 오픈하우스라 별로 돈도 받지 않았을텐데... 한시간 반에 계속된 앙콜까지.. 너무나도 흥겹게 노래를 부르던... 그 사람, 그 시간들이 바로 어저께 같은데... 사실은 내가 김광석을 그렇게 그리고 있었는지 몰랐는데 오늘 안치환의 노래를 들으면서 느꼈다. 어쩌면 안치환의 노래보다 김광석의 노래가 대중적으로 더 많이 알려져있고 더 많이 익숙해져 있어서... 그런 느낌일지는 모르겠지만.. 하지만... 오늘따라 그의 노래와 그의 신들림이... 그립다. -------- 요컨데 나는 '넌 뭐냐'의 '뭐'가 되고 싶다. '뭐가 뭐냐'고 물으면 더 이상 가르쳐줄 생각이 없다. [성석제. "쏘가리"의 "금송아지랑 은망아지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