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YonSei ] in KIDS 글 쓴 이(By): Nyang (바하동생) 날 짜 (Date): 2000년 4월 6일 목요일 오후 02시 28분 26초 제 목(Title): 잃어버린 노트북 잃어버린 노트북 일년하고도 구개월동안 매일 매일 나랑 함께하던 노트북을 오늘 잃어버렸다. 지하철에서.. 인천에서 통학하는 관계로 지하철에서 보내야 하는 시간이 왕복 두시간이나 되는 나로서는 독서가 나의 유일한 시간 죽이기의 방편이 되었다.(어느 순간에선가부터는 죽이기가 아닌 살리기가 되었지만..) 음악도 좋아하지만, 내 산만한 눈을 붙잡고 있지 못하는 "음악" 이라는 녀석은 집중하기가 쉽지않고 시간 죽이기에는 결과적으로 썩 적합하지 않았다. 하여간 요즘 읽고 있는 책, 버트란드 러셀의 "나는 왜 기독교인이 아닌가"에 빠져서 책을 읽고 있는 동안, 나의 노트북은 지하철 선반위에서 곤한 잠을 자고 있었을 거다. 불행은 이호선으로 갈아타야 하는 신도림역에서 일어났다. 책에 시선을 거두지 못한 채로, 그리고 책에서 아직도 허우적 거리는 뇌를 잘 수습하지 못한 상태에서 꿈결에서 처럼 들려오는 딱딱한 목소리의 신도림역 안내방송이 나를 깨웠고, 그냥 아무 생각없이 급하게 내려 이호선을 갈아타버린거다. 약간은 몽롱한 상태에 빠진 채로 이호선을 타고 가다가 퍼뜩 나의 노트북 (온갖 시시콜콜한 읽을거리들, 졸업논문과 관련된 자료, 연락처들을 가지고 있는)이 떠올랐다. 이미 많이 늦은 상태였지만, 신도림역 용산역 부평역 등등에 전화해서 찾으려는 눈물겨운 노력을 시작했다. 결과는 제목이 말해주는 것처럼 "분실".. 잃어버렸을 당시에는 별 느낌이 없었는데, 연구실에 와서 빈 책상을 보고 있자니, 좀 허전하다는 생각. 게다가 후배녀석이 잠깐 쓰라고 빌려준 노트북은 내 손에 안 맞아서 영~ 불편하고. 뭘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도 답답하고, 자꾸 잃어버린 노트북 생각이 난다. 결국 이렇게 글까지 쓰게 되었고..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동안에도 내 손에 익숙하지 않은 키보드 자판 배열이 자꾸 오타를 만들어 내고, 순간 순간 잃어버린 내 노트북에 대한 그리움(!)이 쌓여간다. 물건에 대해서는 별 집착이 없다고 나에 대해서 자신하고 있었는데, 아닌가 보다. 잃어버린 노트북은 내가 재작년 보스턴에 갔다가 오는 길에 일본에서 산 거라, 자판이 일본어였다. 일본어 키보드의 문자 배열은 우리나라 키보드와는 약간 다른데가 있다. 예를 들면, 키보드에는 왼쪽 괄호라고 씌어져있지만 실제로는 * 이 찍히는 것.. 이런게 몇가지가 있어서 손에 익은 나는 잘 쓰지만, 다른 사람은 쓰기 불편해 했었다. 이런건 사실 별거 아닐 수 있지만, 익숙해진 내게는 정을 주기에 충분한 요소가 된다. 이 노트북을 살 때 도와준 인연으로 가끔씩 이메일로 안부 전하는 친구가 된 녀석도 있고.. 하여간 잃어버리고 나니까, 별의별 생각이 다 든다. 중요한 자료들에 대한것도 하나씩 떠오르고.. 이제 어쩐다. 줏은 사람이 돌려줄지도 모른다는 머리카락 같은 희망을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괴롭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