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YonSei ] in KIDS 글 쓴 이(By): Nyang (바하동생) 날 짜 (Date): 2000년 3월 19일 일요일 오전 01시 58분 09초 제 목(Title): 도시락 배달 배달에 대한 생각은 중학교 때 쯤, 아니면 고등학교 때 쯤 굳어진것 같다. 교무실이나 서무실 문 밖 한켠에 놓여있는 먹다남은 짜장면 그릇 또는 짬뽕 그릇.. 그맘때 나이의 학생들이 대부분 그랬을테지만 나 역시 지저분한 그릇들을 보며, 저걸 먹어치운 사람들의 게으름 (걷기 싫어하는 데서 생긴)이 싫었고, 마찬가지 이유로 분명히 생겼을 기름낀 배를 떠올리며 배달은 왜 시키는걸까 하는 의문을 가졌었다. 세월이 많이 지나서 대학원에 다니는 동안, 점심과 저녁을 모두 학교에서 해결해야 하는 경우(아주 가끔은 밤새 술먹은 다음날 아침을 해결해야 하는 경우도 있지만)가 자주 생겼고 가끔 연구실에서 도시락이나 중국음식을 배달 시켜 먹어야 하는 경우가 나에게(!) 생겼다. 특히 비오는 날은 비까지 맞으며 학생회관까지 가야 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틈에 끼어서 같이 시켜먹을 때도 있었고.. 그런데, 몇 가지 호소력이 강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내게는 "배달 금지"를 강제할 만한 일들이 생겼다. 재작년이던가. 학교앞 횡단 보도에서 멍하게 파란불을 기다리고 있을 때, 바로 내 눈 앞에서 교통 사고가 났다. 배달하는 친구의 오토바이와 학교 앞을 가로지르는 자동차가 충돌한것이다. 정말로 큰 소리가 났고, 배달하던 친구의 배달통에서 엎질러진 짬뽕 국물같은 것들로 배달하는 친구는 범벅이 되어있었다. 물론 정신을 잃은 채로. 사고는 정확히 목격하지는 않았지만, 배달하는 친구가 늘 그렇듯이 파란불로 채 바뀌기 전에 학교쪽으로 먼저 달려나가다가 자동차와 충돌한것으로 보였다. 어쨌거나, 그 친구는 정신을 잃은 상태였고 사고를 낸 운전자는 차에서 내려서는 "황당하게도" 자기 차를 살피기 시작했다. 머리속이 아득해졌었다. 그 다음날 횡단보도에는 목격자를 찾는다는 아마도 배달하는 친구쪽 현수막이 걸린걸로 보아서 그 친구는 다행히도 목숨을 건진 모양이었다. 사실 이런 목격은 내게 약간의 충격을 주었을지 몰라도, 교통사고가 어항속의 거품만큼 자주 생기는 세계에 사는 내게 일상 생활의 변화를 강제하기는 힘들었을 거다. 좋아하는 일 중의 하나가 홍대앞 라이브 클럽에 가서 음악을 듣는것인데, 자연스럽게 인디밴드를 좋아하게되었다. 어디서 들었는지 기억이 안나지만, 이 인디밴드를 하는 착하디 착하게 생긴 어린 녀석들이 주로 생업을 위해서 도시락 배달을 한다는 거다. 세상에, 그 어린것들이 음악하고 싶어서 배달을 해야 하다니.. XX 이 나라는 도대체... 이런 동정심에 가까운 "배달 금지"의 기제들 말고도 내 일상의 일과 관련된 이유들이 있는데.. 점심이나 저녁을 어떤 이유(?)로 혼자 먹어 버릇하면서 그리고 이렇게 혼자 먹는데 아주 익숙해 지면서 함께 배달해 먹자는 유혹을 손쉽게 해치워 버릴 수 있었다. 그리고 요즘같이 날씨 좋은 날은 학생식당에서 밥먹고 대학원생 특유의 슬리퍼 질질 끌기로 사과대까지 산책하는것도 내게는 큰 즐거움 중의 하나가 되었다는것, 그리고 마지막으로 비오는 날도 이제는 공학원 지하 "평화식당"까지 우산없이 포스코 브리지를 타고 갈 수 있다는것 등이 나의 "배달 금지"를 좀 더 현실적인 방법으로 도와주고 있는 좋은 이유들이 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