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YonSei ] in KIDS 글 쓴 이(By): ikjun (염익준) 날 짜 (Date): 1999년 9월 23일 목요일 오후 03시 28분 11초 제 목(Title): 가을은 남자의 계절. 얼마전에 친구하고 통화하다 옛날에 잠깐 사궜던 여자애의 결혼 소식을 들었다. 그 놈은 왜 묻지도 않은 말을 꺼냈는지 모르겠다. 아마 내가 최근에 프릴림 시험 합격한 걸 조금 자랑한 것이 기분이 나빠서 일부러 그 얘기를 꺼낸 것 같다. 생각해보니 틀림없이 그럴 것 같다. 그것 말고는 일부러 날 기분 나쁘게 할 이유가 없으니깐. 치사한 놈. 이미 남의 아내가 된 여자의 얘기를 통신상에 올린다는 것에 대해서 좀 생각해 봤는데, 어차피 이름만 밝히지 않는다면 누군지 알게 뭐냐... 전에 사귄애가 한 두명도 아니구만.. 내가 알던 여자애가 그것도 여자친구의 관계였던 애가 남의 아내가 됐다는 걸 생각하면 좀 묘한 기분이 든다. 지금으로부터 5년도 훨씬 더 전 일이고, 딱히 무슨 사연이 있어서 헤어진 것도 아니고, 애틋한 추억이 있는 것도 아니건만. 처음에 친구로부터 이름을 들었을때도 금방 기억이 나지도 않았을 정도니깐. 그런데 결혼 얘기를 듣고부터는 오히려 가끔씩 그 애를 생각한다. 남의 떡이 커보이는 것과 같은 것일까.. 요즘 들어서 하나씩 기억나는 건, 항상 양쪽 눈썹을 다르게 그리고 와서 내가 지우고 다시 그려주던 일하고, 언젠가 노래방에서 투투의 바람난 여자라는 노래를 부르면서 귀엽게 춤추던일. 영화 마농의 샘을 보는 중에 졸아서 옆구리 꼬집힌 일. 그리고, 마지막 날, 그 애 눈가에 번진 마스카라를 닦아주고 싶었는데 못한 일. 뭐 이런 것들 뿐이다. 왜 헤어졌는지도 잘 생각나지 않는다.. 이건 사실 거짓말이다.. 그냥 별로 생각하고 싶지 않다. 가을은 남자의 계절. 나는 이만육천이백구십팔개피째의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