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YonSei ] in KIDS 글 쓴 이(By): guest (The Guest) <203.235.31.208> 날 짜 (Date): 1999년 7월 22일 목요일 오후 11시 02분 49초 제 목(Title): 여름날의 단상 모처럼 비오는 거리를 걸었다. 전철을 타고 신촌에 이르기까지 대략 한 시간을 그녀에 대한 잡다한 생각으로 때웠다. 반년만에 불쑥 내가 전화를 해서 약속한 것이었다. 전에도 이런 일이 있었지. 약속을 했다고 그녀를 볼 수 있는 사정이 아니란 걸 마음속으로 되뇌었다. 밋밋한 만남.. 인연과 사랑에 대한 환상에 젖어 있는 이들에게 그것은 참을 수 없는 일일지 모른다. 나로 말하자면, 난데없이 어린애가 노총각이 돼버린 사례다. 30대 문턱에 들어서기 까진 아직 총각도 아니었다. 그건 내 정신연령이 낮은 탓이다. 작년부터 쏟아져 들어오는 주위의 압력에 못 이겨 난 어느새 노총각이 돼버렸다. 30대를 넘어서까지 결혼을 못하거나 안하는 사람들은 저마다의 이유가 있기 마련이다. 지금에서야 조금 알 것 같다,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멋진 만남'이던가, TV를 자주 안보는 탓에 잘 기억이 안 나지만, 이휘재와 남희석이 출연자와 데이트를 하는 프로... 그것이 유치해 보이지만, 내 잠재의식 속에도 그런 만남을 기대하고 있음에 놀랐던 적이 있다. 386세대, 더구나 보수적인 시골가정에서 자라난 내가 그런 Event성의 연애를 사랑하는 이에게 베풀기란 무척이나 힘든 일이었다. 오늘날에 이르러서 나는 그것이 내가 결혼 못한 가장 큰 이유라고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 신촌 역에서 그녀에게 전화를 했다. 그녀는 갑자기 일이 생겨 집에 가야 한다고 했다. 슬픔을 억누르지 못해 몇 마디 하지도 못하고 전화를 끊어야 했다. 그녀에게 부담을 줄 수 없다는 것이 앞으로의 만남을 위한 전제조건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나는 그녀를 좋아해 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 같다. 한두 방울 떨어지는 빗방울이 상쾌한 여름날이었다. - C'est la vi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