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YonSei ] in KIDS 글 쓴 이(By): halee (아기도깨비) 날 짜 (Date): 1999년 3월 24일 수요일 오후 03시 28분 09초 제 목(Title): [펌] 냉소, 이죽거리는 사회, 온통 썰렁한 선배 한분이 보내주신 조선일보에 나온 내용인데, 맘에 와 닿는 내용이고, 다시 한번 생각해 볼 문제인듯 해서 옮겨 봅니다. *-------- [문화풍경] 냉소…이죽거리는 사회, 온통 썰렁한 웃음 최근 MBC TV가 방송한 '한국영화의 일본 모방' 다큐멘터리. 제작진은 한국영화 '맨발의 청춘'과 일본영화 '흙탕속의 사랑'이 얼마나 똑같은지 대학생들에게 비디오로 보여주곤 느낌을 물었다. 한 학생이 답했다. "썰 렁하네요." 또 다른 학생이 말했다. "베끼기도 참 잘 베꼈다는 생각이 듭니다.". 재치문답 개그 프로가 아니었다. 시사 다큐멘터리 제작진과의 인터뷰에서 그들은 의견을 내놓는 대신, 농담반 진담반의 냉소, 반어, 독설을 뱉어냈다. 정색을 하고 생각을 다듬어내기보다는 이죽거리고 야유하는 '냉소 증후군'은 젊은층을 중심으로 이렇게 퍼지고 있다. 조금만 더 두리번거려 보자. 지금 진행중인 젊은 언더그라운드 예술인들의 공연축제 '오프 시어터 미아리 오몽'의 팸플릿에는 이런 캐치 프레 이즈가 적혀있다. '주류의 항문에 피의 똥침을'. 거의 모든 언술이 냉소로 포장된다. 사회 전반을 거침없이 비판하는 어느 베스트셀러는 '노벨 표절상이 있다면 이 작곡가는 단연 유력한 수상자중의 하나일 것'이라는 식의야유로 젊은 세대를 사로잡는다. 이렇게 영역 가리지 않고 이죽거리는 냉소문화가 만연한 적은 없었다. 이 세대들은 웃음도 차가운 웃음만을 애호한다. '하하하' 터뜨리는 웃음이 아니라 '낄낄낄' 이죽대는 '썰렁한' 냉소다. PC통신 하이텔 유머 난을 들어가 보라. '토끼와 거북'등 고전적 레퍼터리들이 모조리 시니시즘의 칼날로 난도질되어있다. 최근 가장 인기있었던 것이 '거북이 VS 토끼버전 업'이다. "세상에서 가장 빠른 거북이가 토끼와 경주했다. 누가 이겼을까. 물론 거북이다. 그 이유를 아는가. 간단하다. '세상에서 가장 빠른 거북이니까." 이것은 웃는 즐거움을 안기는 고전적 유머의 개념에 대한 도전이다. 무언가 우스운 것을 기대하는 독자 자신을 웃음거리로 만든다. 3월 22일 하루동안 이 게시판에 오른 39개 유머 중 '화장실에서', '만득이' 등 26 개가 냉소로 가득한 것들이다. 냉소적유머의 대표격이라 할 '사오정 시리즈'는 시리즈 유머로는 이례적으로 1년이 넘도록 '신작'이 이어지고 있다. 98년 5월부터 지금까지 하이텔엔 822개나 되는 사오정 시리즈들이 올랐다. 젊은층을 중심으로 시작된 '이죽거리기 증후군'은 방송등 미디어를 타고 사회 전반으로 퍼진다. TV CF는 자기 상품의 특성이나 장점을 선전하기 보다는 '이것도 모르냐'고 뒤통수를 친다. 이 핸드폰 쓸줄 모르면 원시인이고, 신제품 닭고기패스트 푸드를 먹는법 모르면 촌놈이고, 맥주 이름 못 대면 간첩이다. 이런 냉소는 기성 권위와 제도에 대한 거대한 비웃음이다. 젊은 세대는 늘 기성에 도전했으나 요즘의 냉소 세대는 '대안'을 꺼내는 대신 싸늘한 비수를 꺼낸다. 이 '뱉어내는 문화'는 세상을 혼자 다 책임지려고 했던 과거 운동권문화에 대한 거대한 반역이다. 문학평론가 장은수씨는 "비판만 할뿐 대안은 기성세대들이 만들라는 식이다. 그러나 새로운 축적을 해 나가기보다 기성세대의 축적을 해체하고 공격하는데 치중하는 문화란 성숙함이 결여된 문화다. 레토릭(수사학)만 있고 자립성은 없는 의존적 문화다."라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