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nSe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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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YonSei ] in KIDS
글 쓴 이(By): halee (아기도깨비)
날 짜 (Date): 1999년 2월  3일 수요일 오후 12시 10분 08초
제 목(Title): 생일에 대한 감상

  국민학교 2학년 때의 일이다.
  생일이었다. 하지만, 그 흔한 생일파티며 생일케익 같은 건 우리집엔 없었다.
  게다가 최악으로.. 내 생일은 항상 겨울방학 중이던지,
  다들 방학 숙제로 정신없는 개학 전후였었다.
  내 생일인데.. 내 생일인데.. 엄마는 미역국인가 뭔가하는
  맛 없는 국이나 끓여주고.. 오빠들은 자기네들끼리 논다고 관심없고.
  그래서 이불을 뒤집어쓰고 엉엉엉엉엉엉엉 울고 있는데,
  강냉이 장사 아주머니가 집에 들르셨다. 내 우는 소리를 듣고.
  언제나 주름진 얼굴에 편안한 웃음을 베풀어주시던 아주머니는,
  "에구.. 아가야.. 울면 안 되지.."하시면서
  아무것도 받지 않으시고는 큰 됫박 가득히 강냉이를 담아주고 가셨다.
  그러고도 성이 안 찬 현아는 친구들이 50원씩 걷어서 산 새우깡 한 봉지 앞에서의
  생일 축하노래에 누그러들었었다.
  그리고 그날 이야기를 쓴 일기로, 그해 겨울방학 일기상장을 받았다.

  중학교 고등학교... 그렇게 계속 내 생일은 방학이었고..
  그렇게 대학교를 진학하게됐다.
  울 엄마는 그랬다. 내가 고등학교 2학년때 서울로 유학간 작은오빠의
  생일 때마다, 큰 냄비 가득히 미역국을 끓여두고서
  '이 녀석, 미역국도 못 먹었을텐데..'하면서 눈물은 지으셨었다.
  난 그런 엄마 모습이 너무 슬펐기에, 생일날은 항상 "귀향"했었고..
  또 그렇게 친구들 사이에서 현아의 생일은 잊혀졌던 것 같다.
  하지만, 확실히 집떠난 생일은 너무 슬프기에..
  sf2라는 예쁜 이름을 가진 기숙사친구들 모임에서 생일날을
  "곗날"로 삼아서 모임을 가지고 선물을 사고..
  그 모임은 우리가 만난지 7년이 지난,
  서울 대전에서 미국까지 친구들이 흩어진 지금까지도 예쁘게 지속되고 있다.

  하여튼. 그런 이유로.. 지금은 연구실에서나 키연오빠들이랑이나..
  항상 생일이면 모이는 자리가 만들어졌고..
  이제 내 생일이면 적어도 4개의 케익을 먹을 수 있게 됐다.

  생일.
  예전에 맥가이버를 보면, 맥가이버 생일날 깜짝파티를 열어주는 장면이 있었다.
  근데, 맥가이버는 즐겁지 않다. 시끌벅적한 파티장에서 빠져나와
  골방에서 이것저것 뒤적이면서 생일에 대한 옛추억을 되뇌이고..
  그를 찾아온 친구들과 손튼국장은 그렇게 말한다.
  "또 생일 우울증이야."

  생일 우울증.
  예전에는 그런 것이나마 있었는데, 어제는 참. 담담. 했었다.
  우울은 가장한 담담함이 아니냐구? 아니다...

  집에 전화해서.. "엄마.. 이렇게 키워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빠들한테 전화해서.. 이런저런 이야기.. 조카 크는 이야기..  
  친구들한테 전화해서 주말에 만날 이야기..
  근데 한 친구가 그런다..
  "너 어디야? 엥? 기숙사? 지금 왜 방에 있니? 야... 너 왜 그래.."
  그래서 내가 남긴 한 마디.
  "음.. 엄마가.. 생일날은 집에서 조신하게 지내는 거래.. 푸힛"

  이렇게 내 나이 내 생일... 그리고 사람과 인생에
  담담하고 무던해지는 것이.. 어른이 되가는 것이 아닐까...
  이제 피터팬의 꿈은 예쁜 추억으로 접어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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