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nSe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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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YonSei ] in KIDS
글 쓴 이(By): tobby (-* 토비 *-맧)
날 짜 (Date): 1998년04월02일(목) 03시26분17초 ROK
제 목(Title): 4월 1일(음력 3월 5일)


오늘 딱 12시간 동안 대전을 비웠다. 오후 3시쯤 곽원을 출발하여 기차를 타고서
 
집에 갔다가 아버지 첫 제사를 치루고 이제 겨우 연구실에 도착했다. 휴우~
 
비도오고 시간도 넘 늦었고해서 아침에 올려고했었는데, 밤도깨비가 어딜..  후훗
 
 
오랜만에 집안이 왁짜지껄했다. 우리집 식구들과 외삼촌 식구 모두, 그리고 이모까지
 
오셔서리 그동안 넓었던(?) 집안이 가득찼다. 그러고보면 제사라는게 참 색다른 의미
 
를 지닌다. 물론 고인이되신 분의 넋을 기리는 의미가 주겠지만, 이렇게 많은 식구들
 
이 한자리에 모여 같이 식사하고 웃음꽃을 피울 수 있다는게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더욱이 다들 바쁜 일과속에서 정신없이 살아가는 요즘, 특별한 시간을 내어 정성스럽
 
게 음식을 차리고 잊혀져가는 옛 기억들을 되살리면서 가족으로서의 온정을 함께 나

눌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참 행복한것 같다.
 
그러고보면 벌써 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나에게는 무척 짧았던 시간이였지만, 그
 
당시 내 기억 속에 자리잡았던 모든 장면들이 앞으로 영원히 갈 줄 알았었다. 그러나
 
시간은 이 모든 장면들을 아련하게 만들어 주고, 이제는 당신의 좋은 기억들만 남아
 
'여유'를 찾은 기분이다. 12월달만 해도 꿈속에서 보이는 당신의 모습은 그리 건강한
 
모습은 아니였다. 아마도 아픈 기억들이 너무나 내 머리속에 강하게 자리잡고 있어서
 
그랬던 것 같다. 그럴때면 문득 당신이 잠든 묘소에 가곤 했지만, 아직까지도 당신을
 
생각하면 내 자신이 참으로 부끄럽고 죄스럽게 여겨진다.

상을 치룬 후에 절친한 한 선배님께서 이런 말씀을 하신 기억이 난다. 아마도 지금은
 
자주 생각이 나겠지만 앞으로 나이가 들면들수록 차츰 덜 그리워질꺼라고..
 
난 내심 그렇게 되길 바랬다. 아니 나이가 들수록이 아니라 하루빨리 덜 그리워지길

바랬었다. 하지만 그게 그리 쉽게 이루어지는 인위적인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잠자리에 누우면 그 그리움이 누그러지기는 커녕 자꾸만 나를 괴롭혔다. 그저 당신을
 
그리워하는 아름다운 모습이 아니라, 가장 기억하고 싶지 않은 모습들이 자꾸만 생각
 
났고 그 생각들로 인하여 난 눈물을 참을 수가 없었다.
 
그렇게 1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그리고 오늘 당신을 위해 온가족이 모여 정성스래
 
상을 올렸다. 이제는 당신의 아픈 기억은 거의 흐려져가고, 예전에 텁텁한 모습으로
 
막내아들을 걱정하시고 격려해주신 당신의 한없는 사랑을 그리워할 수가 있었다.
 
당신에게 못다한 보답을 홀로되신 어머니께 대신 해드리며, 새로은 식구들이 늘어가
 
서 당신이 이룬 가족의 화목함을 아마도 먼곳에서나마 지켜보실 수 있었으면 하고
 
바랄따름이다.

이제 나도 내 가족을 이루어 당신이 나에게 해주셨던 아버지의 사랑을 내 자식들에게

다할 것이며, 내가 당신을 자랑스럽게 여기듯 내 자식들도 나를 그렇게 여겨주었으면
 
하고 바란다. 그것이 바로 내가 당신에게 못다한 보답을 조금이나마 덜 수 있기에...
 
이제 나는 비로서 아버지 당신의 존재를 받아들이게 되었다. 이제 비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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