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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YonSei ] in KIDS
글 쓴 이(By): Athena (유니콘)
날 짜 (Date): 1997년06월17일(화) 01시55분15초 KDT
제 목(Title): [퍼옴](시네21) 쾌락을 왜 두려워할까? 


    쾌락을 왜 두려워할까? 

주말에 뭐 볼 영화가 없나하고 모신문 영화란을 뒤적거리다가 <레릭>에 대한 짧은 

소개글을 읽었어요. 그런데 그 글은 대충 이렇게 끝을 내더군요. ".....하지만 

긴장과 공포말고는 아무 것도 없다. 하다 못해 맛뵈기로 끼워넣는 로맨스나 자연을

거스르는 인간의 오만에 대한 경고 따위도 없다. 불순물 하나 없이 순수한 긴장감을 

즐기고 후련하게 극장을 나설것인가 아니면 특수효과밖에 없는 영화에 머리를 

흔들며 아쉬워할 것인가...."

그러니까 그 기자 양반은 <레릭>이라는 영화를 괘 재미있게 본 모양이지요? '긴장과 

공포'를 느꼈다니까요. 여기까지는 제작자인 게일 앤 허드나 감독인 피터 

하이암스가 들으면 좋아할 내용입니다. 그런데 다음에 이어지는 깨는 소리는 뭘까요.

'로맨스', '인간의 오만에 대한 경고?' 

일단 이런 게 없어서 불만인다..라는 말이겠지만 저에겐 이건 은밀한 고해성사나 

기도처럼 들립니다. "하느님 전 <레릭>이라고 하는 긴장과 공포만을 주는 영화를 

재미있게 보았어요. 용서해주세요.." 

전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열렬한 팬인데 몇년 전 사촌 녀석이 놀러왔을 때 

일일이 농담들의 유래를 설명해가며 '미친 티파티' 장면을 열심히 읽어준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한참 동안 잘 듣고 있던 그 애가 갑자기 이러는 거예요. 

"근데 이 책의 주제가 뭐야?" 

"주제 좋아하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아무뜻도 없는 책이야! 

그게 이 책의 유일한 핵심이야! 그게 이 책의 유일한 핵심이야! 하지만 모든 글들이

20자로 줄여 말할 수 있는 주제를 가지고 있으며 학생의 의무는 그것을 밝히는 

데 있다고 생각하는 이 모범적인 학생은 한참 씩씩거리며 생각하더니 "이루어질 수 

없는 꿈을 통해 현실의 아름다움을 깨닫는"게 이 책의 주제이자 교훈이라는군요. 

나중에 좀더 자라 머리가 굵어지면 녀석은 보드리야르의 인용구를 어떻게 모범적

으로 <제5원소> 평 따위에 끼워맞출까 생각하며 골머리를 썩히겠지요. 아, 

보드리야르는 그때쯤이면 몇 물 갔겠군요. 하여간 누구건 간에. 

영화를 아무런 비판없이 재미만 찾으며 보라는 이야기도 아니고 '긴강과 공포'만 

주기위해 제작된 영화에 정말로 '긴장과 공포'이외엔 아무것도 없다는 말도 

아니지만, 도대체 영화가 주는 가장 기본적인 쾌락마저도 순수하게 받아들일 수 

없는 사람들이 어떻게 자신이 영화에 대해 생각하고 이야기하고 고민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지 전 정말 이해할 수 없답니다. 

더 나쁜 것은 그런 글들이 관객들가지 이중 사고하게 만든다는 것입니다. 

지금도 오염된 수많은 관객들은 뭔가 신나고 단순한 영화를 보고 나서 

생각없이 영화를 보았다고 뉘우치며 구석에 앉아 고해성사를 하고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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