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YonSei ] in KIDS 글 쓴 이(By): guest (Hebe) 날 짜 (Date): 1997년06월14일(토) 04시46분00초 KDT 제 목(Title): After Wind(6) 바람이 분뒤에..(6) 민석은 술이 취하자, 혼잣말 처럼 술주정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선규야. 내가 참 많이 변했다. 나 미국에서 살고 싶어." "그게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야?" "이거 내가 오늘 아침에 책상정리하다가 찾은 메모야. 한 번 읽어봐." 민석의 메모는 일기의 한 부분같아 보였다. 1995년 6월 13일 오늘 아침 아파트 파킹랏을 나서면서, 난 벌써 Father's Day가 이틀밖에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느꼈다. 이제 곧 Elementray School도 방학에 들어가겠지. West Middleton School에는 사람들이 벅적대고 있었다. 긴 여름방학을 앞에두고, 운동회가 열리고 있었다. 푸른 잔디운동장위에서 뛰노는 아이들을 보면서, 나 어릴 적 국민학교 운동회가 생각났다. 삶의 질. 처음 미국땅을 밟았을 때, 침이 마르게 이민 생활을 자랑하던 먼 친척들의 이야기를 난 경멸했었다. 사람사는 게 다 똑같지. 이제 우리나라도 선진국 못지 않은 생활을 하지않는가? 하고. 그러나, 우린 너무나도 불쌍하게 살고 있다. 아이들은 아이들답게 뛰어놀고, 진정 지켜야 할 사소한 것을 당연히 지키는 삶. 미국생활 4년만에 난 이 곳을 떠나기가 싫어졌다. 비록 이등 국민으로 살아가야 한다해도. 이 곳은 내가 떠나온 고향에 비할 수가 없다. 우린 아직도 원시동굴에서 살고 있는 미개인과 다를바 없다. 왜 남들의 삶이 풍요로움을 시기해야 하는가? 왜 나와 다른 사람을 인정하지 못하는가? 왜 남의 우수함이나, 근면, 성실함을 폄하해야 마음이 놓이는가? 왜 우린 늘 타인과 나를 비교해야만 하는가? 왜, 왜, 왜? .... "너, 미국이 싫다하지 않았니?" "그랬지. 외로우니까. 유학생들. 별사람들이 다 있지. 그리고 늘 불안하니까. 모든게 임시잖아. 5-6년을 불확실성 아래 지낸다는 게 사람을 얼마나 불안하게 하는지 모를 거다." "그래도, 취직해서 회사 다니는 것보다야 낫겠지." "몰라. 나야 그래도 끝났으니까, 모든게 아름다운 추억이지만. 거기엔 삶에 지친 사람들도 많아. 너무나 지쳐서 아무것도 새로 시작할 수 없는 사람들 말야." 선규는 민석이 어느새 이전의 젊은이가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선규야. 우리도 이제 서른이 넘었구나. 예전에. 그러니까. 우리가 처음 백양로에서 만났을 때. 그땐 젊음이 뭔지도 잘 몰랐지?" "아직 우린 젊지 않니?" 선규는 이렇게 되물으며, 자신도 모르게 목소리가 작아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