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nSe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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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YonSei ] in KIDS
글 쓴 이(By): halee (...imp...)
날 짜 (Date): 1997년05월07일(수) 01시16분35초 KST
제 목(Title): 어버이날.


  연휴를 틈타 집에 갔다왔다.
  엄마가 다니는 서예학원의 전시회도 있고... 여러모로...

  큰오빠랑 새언니랑 나랑 한 방에 모여 쑥덕거리고 있으니 엄마가 부른다.

  "너거.. 돈 들구로 무슨 꽃바구니 같은 거 절대로 하지마라이.
   이번에는 글이 엉망이라서 꽃이 많으면 망신스럽다."

  진짜 엄마의 이번 작품은 최악이었다. ^^

  사실 서울에 있는 작은 오빠랑 어버이날 선물로 같이 고민한 끝에 내린 결론이
  꽃바구니였다.
  울 엄마가 생전에 받아보신 꽃은 다 합쳐도 몇 송이나 될까?
  길 가다가 담장에 핀 장미를 보고도 그냥 지나치지를 못 하는 울 엄마가...
  근데. 정해뒀던 결론에 문제가 생긴 것이었다.

  어쩔 수 없다. 이런 경우에는 막내인 내가 십자가를 져야 한다.

  "아부지. 선물 뭐 해 드릴까요?"
  "마. 됐다. 무슨 선물은..."
  (그래도 어버이날이 가까운 건 아시나보다. 
   '왠 선물?'이라 하지 않으시는 걸 보면.. ^^)
  (하지만, 여기서 멈출 소냐? 누구 막내딸인데!!)
  "아빠... 받고 싶으신거 빨랑 말씀해 주세용~~~~"
  "그러면... 운동할 때 입을 바지나 하나 사 도."

  "엄마... 뭐 사 주꼬?"
  "무슨.. 니 용돈도 모자랄껀데..."
  "아니다.. 내 돈 많은 거야 엄마도 알자나. 뭐 받을래"
  "됐다."
  (확실히 엄마는 아빠보다 강력하다. 두번의 거절이다. 하지만 ....)
  "그러면 암 것도 안 사 줄꺼다. 앞으로는 선물이라고는 없다."
  "그래도 된다..."
  (윽.. 울 엄마는 강적이다...)
  "이..씨... 그러면 새언니가 섭섭하쟎아... 받고 싶은 거 말해라.."
  (확실히 우리 엄마의 약점을 찔렀다.. 시어머니라는.. ^^)
  "그라면.... 블라우스나 하나 사 도."


  피곤해서 방에서 쉬고 있는데 집에서 전화가 왔다.
  엄마아빠랑 같이 살고 있는 유일한 자식, 큰 오빠다.

  "몸은 괜챦나?"
  (집에 가서 끙끙 앓다가 왔었다. 집에만 가면 긴장이 풀어져선지 잘 아프다.)
  "어. 오늘 당직이제?"
  "아니. 오늘 좀 쉬었다. 근데.. 어버이날 우짤래?"
  "아! 새언니한테 이야기 했는데.. 아빠 골프바지랑 엄마 블라우스랑."
  "그거는 니 새언니랑 오늘 나가서 샀고."
  "근데.. 뭐가? 이.... 그래.. 돈 부쳐주께!"
  "휴~~~ 그게 아니라... 이번에는 전보같은 거 부치지 말고 편지 한 번 써 보라고."
  (에공.. 미안해라... 울 오빠가 돈 때매 전화 할 사람이 아니지비....)
  (근데.. 왠 편지....)
  "어.. 바쁜데... 모레까지 보내야 되쟎아.. 세미나 준비도 해야 되는데...."

  그 말을 꺼내자마자.. 내가 굉장히 가증스럽게 느껴졌다.
  왠 세미나 준비?????


  지금까지 vi로 적어서 뽑은 걸 편지지에 옮겨적는데 3시간이 걸렸다. 
  아직 반밖에 못 옮겼는데 벌써 3장째다.
  (글자 명확도와 해독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잠시 쉬었다가 글씨를 써야 한다. ^^)
  
  이번에 다시 한번 느낀 거지만 
  말로 하기 멋적은 말들을 전하는 데는 편지만큼 좋은 방식이 없는 것 같다.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감사와 사랑을 전하기에 편지지가 너무 좁기는 하지만 
  이런 내마음을 전할 수 있는 기회가.. 너무 기쁘다.
  (확실히 결혼을 해야지 어른이 되나부다. 울 오빠는 우찌 그런 생각을 했을까?)

  후덥지근한 연구실 공기와 책상에 끈적거리며 붙어대는 내 팔이 
  전혀 불쾌하지가 않다. 

  예쁘지도 않은 글씨, 다듬어지지 않은 문장이지만.
  늦지 않게 적어서.
  항상 지갑에 넣어다니는 우표. 세장 붙여서.
  빠른 우편 우체통에 넣어야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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