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YonSei ] in KIDS 글 쓴 이(By): iLeen (너의 배경) 날 짜 (Date): 1996년08월14일(수) 02시09분32초 KDT 제 목(Title): 다시 읽는 아름다운 이야기 ' 그는 스텐느, 꼬마 스텐느라고 불렀다. 파리 태생의 그 소년은 몸이 약하고 얼굴빛이 창백했다. 열 살, 아니 열다섯 살 정도 되었을까? 이런 아이들의 나이는. 정확하게 알 수가 없다. 소년의 어머니는 죽었다. 해군 병사 출신인 아버지는 탕풀 가에 있는 작은 공원의 공원지기였다. 파리 사람이라면 모두가 - 아기들, 하녀들, 접는 의자를 가진 노부인, 가난한어머니들, 자동차를 피해 보도로 둘러싸인 이 화단으로 종종걸음치는 사람들 - 스텐느의 아버지를 알고 있었고, 또 그를 좋아했다. 주인 없는 개와 부랑자들에게는 두려움의 대상이 된 그의 콧수염 아래 어머니의 사랑을 연상시키는 다정한 미소가 감춰져 있다는 것과 그 미소를 보기 위해서는 다만 이렇게 묻기만 하면 된다는 것을 사람들은 다 알고 있었다. " 아드님은 잘 있습니까 ?" 스텐느의 아버지는 그만큼 아들을 무척 사랑했다. 저녁 무렵, 학교 공부를 끝마친 아이가 그를 만나러 와서, 두 사람이 공원의 오솔길을 걸으며 아는 사람들에게 인사를 하기 위해 벤치마다 멈춰서고 또 그들의 답례를 받을 때면 그는 얼마나 행복했는지 모른다. 그러나 포위가 된 이후로는 모든 것이 달라졌다. 스텐느 아버지의 공원은 석유 저장소로 변했다. 딱하게도 그는 쉴 틈 없이 감시를 해야만 했고, 또 황폐하고 혼잡한 가운데 담배도 피우지 못한 채 혼자 지새면서 늦은 밤 집에 가서야 가까스로 아들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 프러시아 인에 대해 얘기할 때 그의 콧수염은 분노로 떨렸다. 하지만 소년 스텐느에게는 이 새로운 생활이 별로 불만스럽지 않았다. 포위. 그것은 개구쟁이 아이들에게는 좋은 일이었다. 학교에 가지 않아도 되고, 보충수업도 없다. 늘 방학이고, 거리는 장터처럼 북적댄다.... 소년은 저녁 늦도록 밖에서 돌아다녔다. 그는 진지로 옮기는 구역의 부대를 따라다니고, 특히 악대 소리가 좋은 부대를 골라 쫓아다녔다. 그런 일에 관한 한 소년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96 대대의 군악대는 신통치 않고, 55 대대에는 훌륭한 군악대가 있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때로는 기동 부대의 훈련 모습을 구경하기도 했다. 가스 등불도 없는 어두컴컴한 겨울날 새벽 스텐느는 바구니를 들고 고깃간이나 빵집 앞에 늘어선 사람들 틈에 끼여 있곤 했다. 사람들은 그런 데서 진흙탕에 발을 빠뜨린 채 서로 낯을 익히고 정치에 관한 정보를 주고받았으며, 소년에게도 의견을 물었다. 다른 어떤 일보다 재미있었던 것은 팽이 게임이었다. 팽이를 쓰러뜨리는 그 유명한 게임은 부르타뉴의 기동 부대가 포위중에 유행시킨 것이었다. 특히 그의 관심을 끈 것은 5프랑짜리 은화만을 거는 푸른 바지에 키가 큰 소년이었다. 그 소년이 뛰면 바지 속에서 짤랑거리는 은화 소리가 들렸다. 어느날, 꼬마 스텐느의 발 밑까지 굴러온 은화를 주으며 그 소년이 나지막하게 말했다. " 이 돈 갖고 싶지 않니? 네가 원한다면 어디서 생겼는지 가르쳐 주지." 게임이 끝난 후, 푸른 바지의 소년에게 꼬마 스텐느는 처음엔 화를내며 고개를 저었다. 그후 사흘 동안은 게임을 보러 가지 않았다. 정말 괴로운 사흘이었다. 제대로 먹을 수도 없고 잠도 잘 수가 없었다. 밤마다 침대 밑에 게임 콜크가 눈부신 빛을 내며, 탁자 위에 늘어선 꿈을 꾸었다. 참으로 견디기 힘든 유혹이었다. 나흘째 되는 날, 꼬마 스텐느는 다시 샤토 도 광장으로 갔다. 그리고 그 키 큰 소년을 만났다. 눈 내린 날 새벽, 두 소년은 자루 하나씩을 어깨에 맨 채 작업복 밑에 신문을 감추고 집을 나섰다. 키 큰 소년은 스텐느의 손을 잡고 빨간 코에 순해 보이는 보초에게 다가가 처량한 목소리로 말했다. " 좀 지나가게 해 주세요, 아저씨... 어머니는 병들어 누워 계시고 아버지는 돌아가셨어요. 동생과 함께 감자나 주워다 끼니를 때우려고 가는 길이었어요." 그는 눈물까지 흘렸다. 스텐느는 수치스러운 생각에 잠자코 고개를 숙였다. 보초는 잠깐 그들을 바라보다가 인적없는 새하얀 길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 얼른 지나가." 그리고 보초는 아이들의 뒤에서 멀어져 갔다. 두 소년은 재빨리 오베르빌리에로 가는 길로 접어 들었다. 키 큰 소년은 웃고 있었다. 군데군데 보초가 서 있었고, 두꺼운 외투 차림의 사관은 쌍안경으로 먼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불길이 거의 사그러진 모닥불 앞에 눈에 젖은 텐트가 있었다. 길을 훤히 아는 듯 키 큰 소년은 초소를 피해 밭을 가로질렀다. 그러나 의용군 보초 중대만은 피해 갈 수가 없었다. 짧은 우의 차림의 의용병들은 스와송 철도 연변을 따라 물이 가득 고인 웅덩이에 웅크리고 있었다. 키 큰 소년은 먼저와 같은 얘기를 되풀이했다. 하지만 그들은 호락호락 두 소년을 통과시키려 하지 않았다. 키 큰 소년이 계속 애원하고 있을 때였다. 경비병 초소에서 희끗희끗 센 머리에 주름살이 많은 스텐느의 아버지 또래의 늙은 하사관이 나왔다. " 자, 얘들아, 그만 울어라. 감자를 줍도록 해 줄테니까. 하지만 그러기 전에 안에 들어가 몸을 좀 녹이고 가거라. 이 꼬마는 꽁꽁 언 것 같은데." 꼬마 스텐느가 떨고 있는 것은 추위 때문이 아니었다. 두려움과 수치가 소년을 떨게 만들었다. 그들은 초소 안에서 몇 명의 병사를 만났다. 병사들은 거의 꺼져가는 약한 불을 둘러싸고 앉아 총검 끝에 비스킷을 꽂아 굽고 있었다. " 이봐." 하사관은 기쁜 표정으로 병사들에게 말했다. " 오늘밤 전투가 있을 거야. 프러시아 군의 암호를 입수했거든. 이번에야말로 반드시 그 부르제를 되찾고 말 거야." 병사들 사이에서 환호성과 웃음소리가 터져나왔다. 그들은 곧 춤추고 노래하며 총검을 번쩍번쩍 빛이 나도록 닦기 시작했다. 그 소란을 틈 타 두 소년은 그곳을 빠져나왔다. " 그냥 되돌아가자. 거기 가지 말고." 꼬마 스텐느가 키 큰 소년에게 말했다. 그러나 키 큰 소년은 못 들은 채 어깨를 으쓱하고는 계속 앞으로 나아갔다. 그때 갑자기 총알을 장전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 빨리 엎드려!" 키 큰 소년이 땅바닥에 납작 엎드리며 소리쳤다. 그리고 그는 휘파람을 불었다. 눈 속에서 다른 휘파람 소리가 응답했다. 두 소년은 기어서 앞으로 나아갔다. 얼마후, 더러운 베레모를 쓴 누런 콧수염의 사나이가 참호 속에서 불쑥 나타났다. 키 큰 소년은 그 프러시아 병사 곁으로 뛰어내렸다. " 제 동생이에요." 그가 스텐느를 손가락질하며 말했다. 스텐느가 너무 작아서 프러시아 병사는 웃음을 터뜨렸다. 그는 스텐느를 참호 구멍까지 끌어올리려고 번쩍 안았다. 꼬마 스텐느의 맞은편에 외따로 떨어져 있는 한 사관이 보였다. 그는 다른 사람에 비해 나이가 많고 점잖아 보였는데, 책을 읽고 있었다. 아니, 책을 읽는 체 하고 있었다. 그의 시선은 소년들에게서 떠나지 않았다. 그 시선에는 사랑과 비난이 한데 섞여 있었다. 아마 고향에 스텐느와 비슷한 나이의 아들이 있는 모양이었다. "만일 내 아들이 이런 짓을 한다면, 차라리 내가 죽는 게 낫지." 그가 중얼거렸다. 그 순간부터 스텐느는 자기 가슴을 어떤 손이 내리누르며 심장이 뛰는 것을 막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마침내 키 큰 소년의 목소리가 은근해졌다. 사관들은 지금까지와는 달리 신중한 표정으로 몸을 기울였다. 그 비열한 녀석은 의용군의 공격을 적에게 알려주고 있었던 것이다. 그 사실을 깨달은 순간, 스텐느는 술이 확 깨는 것 같았다. 그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소리쳤다. " 안돼, 그러면 안돼!" 하지만 키 큰 소년은 들은 체도 하지 않고 웃으면서 이야기를 계속 했다. 미처 그의 얘기가 끝나기도 전에 사관들은 모두 일어났다. 그 중 한 사람이 문을 손가락질하며 아이들에게 소리쳤다. " 그만 돌아가, 돌아가란 말이다!" 그리고 그들은 독일어로 아주 빠르게 얘기하기 시작했다. 키 큰 소년은 은화를 쩔렁대며 총독이라도 된 것처럼 으스대며 밖으로 나왔다. 스텐느는 고개를 푹 숙인 채 그 뒤를 따라갔다. 무서운 눈초리로 쏘아보던 그 프러시아 병사의 곁을 지날 때, 슬픈 어조로 말하는 그의 목소리가 들렸다. "나쁜 짓이야. 그건 나쁜 짓이야." 스텐느의 눈에서는 눈물이 흘러내렸다. 다시 들판으로 나온 두 소년은 힘껏 달렸다. 그들의 자루 속에는 프러시아인이 준 감자가 잔뜩 들어있었다. 그 감자 때문에 그들은 의용군의 참호를 의심받지 않고 통과할 수 있었다. 의용군들은 야간 공격준비를 하고 있었다. 여러 부대가 속속 도착하며 벽 뒤에 모여 있었다. 늙은 하사관은 여전히 즐거운 표정으로 부하들의 배치에 열심이었다. 소년들이 지나가자, 그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어보였다. 아, 그 미소가 꼬마 스텐느의 마음을 얼마나 아프게 했는지 모른다. 그 순간, 스텐느는 이렇게 소리치고 싶었다. '가시면 안돼요! 우린 아저씨들을 배반했어요!' 하지만 만일 그런 말을 하면 두 사람 다 총살을 당할 거라던 키 큰 소년의 말이 생각나서 입을 뗄 수가 없었다. 라쿠르뇌브에서 두 소년은 돈을 나누기 위해 빈집으로 들어갔다. 분배는 공정했다. 주머니 속에서 은화가 짤랑거리고, 그 돈으로 팽이 게임을 할 생각을 하니, 꼬마 스텐느는 자신의 죄가 별로 대단치 않은 것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성문을 지나 키 큰 소년과 헤어져 혼자가 되었을 때, 가엾게도 이 꼬마는 주머니가 이상하게 무거워지는 것 같았다. 그리고 가슴을 내리주르던 손은 지금까지보다 더 강한 힘으로 심장을 죄어 왔다. 수레바퀴 소리, 운하를 따라 흘러가는 고수의 북소리에 섞여 '스파이' 라는 말이 들려오는 듯했다. 이윽고 그는 집에 도착했다. 아버지가 아직 돌아오지 않은 것을 다행스럽게 생각하며 그는 재빨리 침실로 올라가서 그 이상하게 무거웠던 돈을 베개 밑에 감췄다. 그날 밤 집에 돌아온 아버지는 다른 어느 때보다 기분이 좋고 유쾌했다. 지방 소식을 들었는데, 전세가 유리한 쪽으로 풀려간다는 것이었다. 지난날의 해병 용사인 아버지는 식사를 하면서 벽에 걸어둔 총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미소 띤 얼굴로 아들에게 말했다. " 스텐느, 네가 컸다면 프러시아 놈들을 혼내주러 갔을 텐데!" 여덟시쯤 되었을 때 대포 소리가 들려왔다. "오베르빌리에가 분명해. 부르제에서 전투중일거야." 요새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아버지가 말했다. 끊이지 않고 대포 소리가 들려왔다. 의용병이 어둠을 이용하여 프러시아 군을 습격하러 갔다가 복병에게 쓰러지는 모습이 눈앞에 떠올랐다. 그리고 자기에게 미소를 보내준 늙은 하사관의 얼굴도 떠올랐다. 그 하사관이 눈발에 쓰러져 있는 모습이 보이는 것 같았다. 나때문에 많은 병사들이.... 그 피의 값이 여기 이 베개 밑에 감춰져 있다. 스텐느 씨의 아들, 병사의 아들인 내가... 꼬마 스텐느는 터져나오는 울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 아니, 너 무슨 일이냐?" 아버지가 물었다. 소년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침대에서 뛰어내렸다. 그리고 아버지의 발밑에 몸을 던졌다. 그 바람에 은화들이 침대에서 굴러 떨어졌다. " 이게 웬 돈이냐? 훔친 거냐?" 아버지가 깜짝 놀라 몸을 떨며 물었다. 꼬마 스텐느는 프러시아 군 진영에 갔던 일, 거기서 일어났던 일들을 단숨에 이야기했따. 말을 하다가 보니 조금씩 마음이 편해졌다. 일그러진 표정으로 듣고 있던 아버지는 이야기가 끝나자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울었다. " 아버지, 아버지...." 소년은 무슨 말인가 하고 싶었다. 그러나 아버지는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소년을 밀쳐내고 흩어진 돈을 주워모았다. " 이게 다냐?" 소년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버지는 벽에 걸린 총을 내리고 탄약을 꺼냈다. 그런 다음 은화를 주머니에 넣었다. " 내가 이걸 돌려주고 오마." 그 말을 끝으로 아버지는 뒤도 안 돌아보고 계단을 내려갔다. 그는 출발하고 있는 기동 부대에 들어갔다. 그 후로 스텐느 씨의 모습을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 제가 광복절 당일날 들어올 수 있을지 잘 몰라 미리 올립니다. 물론 광복절 분위기 고조 작전일 수도 있습니다. :) ... .., ...., ...., .., .. * 사람이새벽다섯시에일어나밤열시에 : : :.., :.., :. : 잔다면지금내삶은이른열한시십오분쯤 : : : : : : : --- 난저녁때고운노을을만들수있을까 .:. .:..; .:..; .:..; .: :: E-mail_ ileen@chol.dacom.co.kr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