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YonSei ] in KIDS 글 쓴 이(By): rheeyj (TinSoldier�) 날 짜 (Date): 1996년08월13일(화) 03시35분03초 KDT 제 목(Title): 여행 난 여행을 싫어한다. 아마도 그것은 여행은 나태함과 안일함, 아무 생각없음을 허용하지 않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아마도... 여행과 안식이란 것은 아무런 상관이 없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꽤 오랜 기간을 (사실 난 근래에 이렇게 오랜 기간을 여행다녀 본적은 없었다.) 이곳 저곳을 돌아다닌 후 이제 난 돌아왔다. 어제는 수강신청이다, 무슨 무슨 서류 제출이다 등의 일들로 학교로 갔다. 집을 나서서 학교로 가는 그 길. 버스에 올라타고, 그 버스 안에 앉아서 창밖을 내다보며 학교 앞까지 오던 시간동안 난 마치 시간이 멈춘듯이, 아무런 외부의 자극을 느낄수도, 그것에 반응할 수도 없었다. 꽤 많은 날들을 오가던 그 길이 낯설뿐이었다. 결국 난... 이렇게 돌아오고 말았다. 학교로 들어서면서 보이는 건물들은 흔들리는 대기속에서 흐믈거렸고 학교에 운집해있는 많은 사람들도 그 공간속에서 무력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오랫만에 지나치는 '아는 사람'들과 인사하고 - 사실 '지나치고 가기'의 또 다른 형태였을 뿐 - 오랫만에 약속한 '친구'를 만났다. '아는 사람'과 '친구'... 사람이 귀하거나 천할수는 없건만, 내게 그 의미가 무거운 사람들이 있는가하면 떠다니는 먼지보다도 가벼운 사람들이 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낯선이가 토박이들의 아픔을 알긴 어렵다. 그러나 낯선이에게도 토박이가 모르는 아픔은 있다. 토박이에게 노을은, 그들이 싸워야할 태양의 이글거림의 또 다른 모습일 뿐일지라도 낯선이가 그 노을의 아름다움을 느끼지 말아야할 이유는 존재하지 않는다. 낯선이는 낯설다는 이유만으로도 토박이에게는 없는 아픔을 이미 안고 있다. 이 두 부류의 사람들이 각자의 아픔을 서로와 나눌 수 있다면 그것은 정말 좋은 일이다. 그러나 토박이들이 노을에 대한 느낌이 자연스러운 것이듯, 낯선이의 노을에 대한 또 다른 느낌 또한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생각한다. 학교에서 돌아와서 무기력과 나태, 그리고 안일로 가득한 내 방으로 들어와 오랫만에 음악을 들어 보았다. Dave Brubeck... 그래. 삶의 텅빔을 끌어안고 처절하게 절규하는 것만이 유일한 길은 아니다. 그것을, '친구'의 어깨를 두드리듯, 그렇게 가볍게 두드리며 그것과 마지막까지 함께하는 것. 그것도 한 방법일지도 모른다. 여기 어디에도 단 한번이라도 내가 마음을 두었던 곳은 없었다. 나는 이 날까지도 이 사실을 알지 못하고 있었다. 이것이 내가 이번 여행을 통해서 가장 값지게 깨달은 것이다. 나는 여행을 싫어한다. 왜냐하면... 그것에는 '돌아옴'이 전제되어있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