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nSe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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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YonSei ] in KIDS
글 쓴 이(By): tobby (-* 토비 *-�)
날 짜 (Date): 1996년08월01일(목) 20시35분43초 KDT
제 목(Title): [일기] 아버지의 얼굴...


찌는듯한 더위는 이제 한달정도의 본격적인 더위를 말해주고, 서울서 대전에 내려오

는데 무려 7시간이 넘게 걸렸던 그 어마어마한 피서차량들을 바라볼때... 역시 여름

은 더워야 제맛임을 알수가 있다.

서울은 이번 주부터 본격적으로 여름이 된것 같다. 저번 주엔 계속 비가 와서 경기도

이남 지방과는 달리 비때문에 그리 덥진 않았다. 비가 계속 내려서 한강의 잠수교가

통제되고 경기도 북부지역엔 비로인한 홍수가 나고...  하지만 대전엔 비는커녕 푹푹

찌는 더위로 잠도 잘 못이루었던 것이 바로 지난 주였다.

난 한결 괜찮아진 맘으로 병원문을 나섰지만, 아직도 맘 한구석엔 불안한 생각이 자

리잡고 있는것을 보면, 요즘 내 간은 콩알만해진것 같다. 후훗...


벌써 아버지가 병원에 계신지도 2주가 되어간다. 그동안 가족들이 교대로 아버지 간

병을 해왔지만, 요즘은 내 자신도 지겹기 시작했고 특히나 병원의 그 특유의 냄새가 

내 비위를 상하게 할 정도다. 난 어릴적에 의사가 되고 싶은 꿈을 꾼적이 있었다.

하지만, 주사 공포증이 나에게 크다는것을 알게된 후, 의사가 된다는건 전혀....

하지만, 요즘들이 의사라는 존재에 대해 감사하고 존경까지 하게되었다. 특히 외과

의사들에게...

그들은 보통 수술하나 하면 반나절 동안 밥두 못먹고 수술에 매달린다. 엄청난 체력

과 섬세한 손놀림, 그리고 신속한 판단력등이 외과의사가 갖춰야할 특징인것 같다.

저번 주 수요일...  아침 8시반부터 시작된 수술은 오후 4시가 넘어서야 끝이났고,

가족들은 초초함을 감추지 못한체 대기실에서 기둘려야만 했다. 결국엔 중환자실로

옮겨졌고, 약간 움직이시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고서 가족들은 약간 안심을 했다.

수술을 주도한 의사는 신경외과 의사...  그는 울 아버지 수술 후에 또하나의 수술을

하러 곧바로 들어가셨다. 정말 대단한 체력이다. 그분 말씀은 보통 수술은 약 3~4시

간 정도이고 쫌 긴 수술은 그보다 길다고 하니까...  

수술은 성공적이였다. 신경외과 수술중에서는 그렇게 큰 수술은 아니라고 염려마시라

고 말은 하셨지만, 그래도 뇌 수술인데...  우리는 무척 가슴을 졸이고 그 날 하루를

보내야했다. 다행히도 수술이 성공적으로 끝났고, 중환자실에서 이틀을 보낸 후에 

다시 일반 병실로 옮기신 다음 하루하루 회복되시는 모습을 보니까, 정말 하늘에 감

사할 따름이다. 

그러나, 아직까진 그렇게 정상적으로 기억하시거나 말씀하시는 것에는 문제가 있었고

따라서 계속적으로 과거의 기억들을 상기시켜드리고 수술 후의 몸 완쾌를 위하여 적

절한 운동(산책)도 시켜드리고..  가족들이 옆에서 해야할 것들이 아직도 많다.

수술 후의 당신의 모습을 보시고 깜짝놀라시는 아버지...  그래서 난 어버지께 멋있

는 모자를 하나 선물해 드렸다. 내가 사다드린 모자를 계속 만지작거리시면서 틈나면

써보시는 아버지....


난 아버지가 다시 환하게 웃는 모습이 너무나도 감사할 따름이다. 젊어서부터 아들 

삼형제 뒷바라지 하실려고 걱정만 하셨던 아버지...  누구하나 인정하지 않아도 묵묵

히 가장으로서 가족을 이끌어오신 우리의 아버지...  

6.25전쟁과 70년대 고도성장의 주역이셨던 우리들의 아버지는 고생만 하시고 어느덧

하얗게된 머리카락을 만지시면서, 이젠 뒤로 밀려난 당신 자신의 모습을 회상하신다.

예전처럼 일을 하시기엔 넘 당신의 몸이 늙으셨고, 어느덧 어른이된 자식들에게 예전

처럼 엄하게 야단도 못치시면서 눈치만 보시고, 앞만 보고 지금껏 뛰어온지라.. 여생

을 편안하게 즐기시는 것도 잘 모르시는...   우리들의 아버지는 그렇게 60평생을 

달려오신 것이다. 


이제 아버지는 익숙치는 않겠지만, 편안하게 여생을 즐기실만한 자격이 있으시다.

난 아버지가 여행도 같이 가시고 친구들과 또는 가족들과 남은 여생을 편안하게 보내

셨으면 좋겠다. 앞으로 몇일 후면 퇴원이겠고, 아마도 그 이후엔 가족들의 더 많은 

사랑이 필요할 것이다. 

대전에 내려간다고 아침에 병실을 나올때, 아버지는 예전과 마찬가지고 운전조심하고

내려가면 전화하라는 등..  병실에서도 막내 아들 걱정 하시는 모습을 보면서 새삼

맘이 찡함을 느꼈다. 식사는 잘 하시겠지? 내일 최종검사를 하시는데 별 문제는 없겠

지? 그저께 처럼 기력없으시다고 갑자기 쓰러지시면 어떻하지? .... 

운전하면서 이런저런 생각들이 난다. 물론, 아버지께선 나에게 운전할때 병원 생각하

지 말라고 하셨지만..  후훗..

차가 엄청 밀려서 오후 늦게 도착한 난 곧바로 병실로 전화를 했는데.. 역시나 걱정

을 하셨다는 것이다. 도착했을텐데 아직 연락이 없다고... 


어릴적엔 고지식한 어버지에게 짜증도 냈었고, 묵둑둑한 모습에 화도 났었지만, 

그래도, 난 어머니와 더불어 아버지를 존경한다. 그리고 몇년이 남았는지는 모르겠지

만, 남은 여생에 어디 아프시지 않고 지금보다 더 편안하게 지내셨으면 좋겠다.

또한 그 전에 막내 며느리도 보여드려야하고, 박사가운도 입혀드려야하고....

어느 하나도 그리 쉽게 또는 빠른 시일 내에 될 만한건 없는데..  어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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