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YonSei ] in KIDS 글 쓴 이(By): rheeyj (TinSoldier�) 날 짜 (Date): 1996년07월11일(목) 09시42분42초 KDT 제 목(Title): "이바지"(?) 어제는 결혼한 사촌 동생 집에서 온 가족이 다 모였다. 사촌 동생의 처가집에서 음식을 보내오기 때문이었다. (이것을 "이바지"라고 부르던데, 난 처음 들어 본 단어였다!) 맛있는 음식들을 아주 많이 보내셨는데 집안의 어른 분들을 다 모시고, 유학가 있는 사촌 형, 사촌 동생도 잠시 돌아와서 사람들이 꽤 많았는데도 음식이 한참이나 많이 남았다. (난 거의 갈비찜으로 배 채우는 분위기 였음. :) 물건너간 다이어트) 숙모님은 잘 싸서 냉장고에 그 음식들을 집어 넣으셨다. (그런데 워낙 많이 남아서 그게 쉬운 일은 아니셨을 꺼다.) 그렇게 분위기가 (배부르고) 좋을 때... 역시 예상대로 사촌형이 어른들의 집중 포화로 정신없었다. 결혼 언제할 꺼냐는 바로 그 이야기! 사촌형은 나보다 3살 많은데 지금 독일에 유학중이다. 이번에 결혼식 때문에 나온 건데... 이런 고생을(?) 하게 될 줄 알았다면 과연 나왔을까 의심스러웠다. 그런데... 사태가 급격히 반전되었다! 몇 개월 전에 선을 보았는데 그 여자 분하고 잘 되고 있는 모양이었다. 뭐 집안 환경도 괜찮고... 무엇보다도 본인들이 서로 좋아하는 것 같아 어른들께서 아주 흡족해 하셨던 것 같다. 그리고 이번 토요일에 그 여자 분을 어른들께 인사시키겠다는 말로 사촌형은 전세를 뒤집은 뒤, 아마 올해 9월 중에 식을 올릴 예정이란 말로 완전히 좌중의 기선을(?) 제압했다! 축하와 덕담이 쏟아지고... 우리 가문의 며느리는 모두 모여대 출신이라는 둥 (그런데 생각해보니 정말 그랬다.)... 뭐 이렇게 얘기가 진행되면서... 그 모여대 바로 옆 학교에 다니는 나는 뭐 그러냐는 이야기로 넘어가면서... 집중포화는 내게로 향했다!!! 나는 물귀신 작전으로, 나보다 세살 어린 여자 사촌 동생을 붙잡고 늘어졌다. :b 여자 동생이 먼저 가는 것도 괜찮지 않냐는 내 말에... 동생은 지갑속에서 사진 한 무더기를 꺼내며... "오빠, 난 있어..." 그러는 거다! (녀석... 오빠 좀 살려 주진 않고...) 미국에 유학가서 공부도 잘하고 연애도 잘한 그 녀석때문에... 윽! 음... 뭐 그리고 사진 속의 남자 얼굴이 아주 인상이 좋아서 나도 뿌듯했다. 문제는 이 집중포화에서 어떻게 벗어나느냐 였다. "얘는 별 생각도 없는 모양이에요." 으악! 믿던 어머니마저... 이런 말씀으로 결정타를 먹이시다니... (어째 너무 조용하셔서 불안하긴 했다.) 오히려 이 기회에 확실한 답을 듣고 싶으셨는지 더 하셨다. 이쯤 되자 맛있게 먹었던 갈비찜에 대한 위의 운동이 잘 안되면서 정말 피곤해지기 시작했다. (그래도 아버지께서는 아무 말씀이 없으셔서 다행이었다.) 어머니께서 또 뭐라뭐라 자꾸 하시길래... 어머니만 들리게... "None of yor biz." 라고 말했다가 (다른 어른들이 모르게 이런 불경스러운 말을 하려면 영어를 빠르게 쓰는 수 밖에 없었다. :b ) 어떻게 들으셨는지 아버지께 야단만 맞았다. 장렬한 산화(?) 직전 날 구해준 것은 사촌 형이었다. 사촌 형이 나가서 차나 마시자면서 사촌 여동생도 같이 데리고 밖으로 나왔다. 그 무덥고 습한 공기가 얼마나 반갑던지. 머뭇거리다가... 사촌 형이 어렵게 한마디했다. 내 나이를 지나고 나면 배우자의 선택의 폭이 아주 많이 줄어든다고. 사람이 있어야 연애를 하건 결혼을 하건 하는 것 아니냐고. (형 마저!) 유학을 가서 공부를 얼마나 했건... 뭐 그런 것은 사람들이 별로 알아 주지도 않고 게다가 요즘엔 (옛날부터?) 유학생은 신랑감으로 별로 좋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사람들은 그 나이되도록 (그 나이가 뭐가 어때서!) 결혼도 못한 걸 보면 뭔가 문제가 있는거 아니냐는 식이란다. 음... 그런데 아까 어른들이 말씀하셨을 때완 달리... 큰 저항감은 일지 않았다. 아마 그것은 그런 형의 얼굴에 왠지 모를... 그런 것이 느껴졌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형도 마냥 기쁘기만 한 것은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나의 오판이길 빌뿐이다. 정말로. 그렇게 혼인을 빨리 진행해야만 하는가라는 질문을 하려다... 엉뚱하게도 그 여자분이 정말 좋으냐고 묻고 말았다. (입이 웬수지! 갈비찜까지 먹여 줬으면 주책없는 소리는 말아야 하는 거 아닌가? - 내 입보고 한 소리) "내가 더운 밥 찬 밥 가릴 처지냐?" 자조같은 미소를 띄우며 형은 나의 시선을 피하며 말했다. 숙부의 연세가 벌써 칠순이 다되가시니... 손자도 안겨드려야 하겠고... 불효는 하지 말아야 겠다는 생각도 당연히 했겠지... 나의 아버지도 월드컵을 한국에서 개최할 때 쯤이면 칠순이 되실텐데... 세상은 혼자 사는 것도 아니고 자기 맘대로만 살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이 이야기를 실제로 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지만 끊임없이 누군가 이 이야기를 내 귀에 대고 속삭이는 것 같았다. 큰 목소리로 말하는 것은 아니고... 작은 목소리로, 그러나 감히 저항할 엄두를 못내게 하는 그런 목소리로. * 오늘의 교훈 1. 이젠 여자 친구 없으면 가족행사에도 못 나간다, 아니 안 나간다. (갈비찜이 아니고 갈비찜 할아버지가 나와도 내가 가나 봐라.) 2. 이런 저런 거 다 귀찮으면 빨리 유학이나 가서 조용히 혼자 사는게 최고다. 3. 효자이면서 동시에,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을 끝까지 찾아내 결혼할 수 있는 그런 능력 좋은 사람이 되기엔 난 능력 부족이다. 그러므로... 어쩌면 난 하나만을 선택해야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 원래는 이런 글을 쓰려고 했던 게 아닌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