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YonSei ] in KIDS 글 쓴 이(By): iLeen (...///... �) 날 짜 (Date): 1996년07월04일(목) 23시28분27초 KDT 제 목(Title): 피아노 고민했다. 뮤직보드에 쓸까 (음악 얘기를 할테니), 오픈 다이어리에 쓸까, 에세이에 쓸까. 피아노- 하면 어릴적 마지못해 쳤었어야 했던 하논이 난 제일 처음 떠오른다. 하논의 냄새, 하논의 분위기, 그런 느낌을 어른들은 모른다. 어른들이 시켜서 배우게 된, 왜 그걸 배워야 하는지 모르지만 완벽하고 실수없이 잘쳐야 하는, 별 감정도 없는 곡들로 채워진 하논은, 피아노 선생님의 화신이었다. 나이가 조금 들어서는 그나마 다룰 줄 아는 악기로 꼽을 수 있다는 생각에 고마운 마음도 들고 애틋한 정이 남아, 마음에 드는 가벼운 곡들을 모아치곤 했다. 주로 일요일 오전이면 손가락이 근질근질했다. 해가 느릿느릿 떠올라 동네의 공기를 하얗고 부드럽게 밝히면, 아침을 먹고난 배를 가벼이 두들긴 뒤, 바람이 들게 거실의 제일 큰 창문을 열고 피아노가 있는 방의 방문도 활짝 열고나서, 혼자만의 연주회를 시작한다. 빗소리가 가슴을 쳤다. 오늘은 분명 일요일도 아니고, 그 순간은 느즈막한 오후였다. 동생이 군대 가기 전까지도 매일 쳤었던 김광민 악보집을 펴면서, 넉달전 이사온 아래층과 가겟집 사람들은 내 연주를 못들어 봤을거라는 생각이 순간적으로 떠올랐다. 손 마디마디가 굳어버렸을 거라는 약간은 두려운 마음과 함께. 'Chopsticks' 'Homeland Eternal' 'Goodbye again' 'Morning' 'Rainy Day' .... 옛날 악보책에 'Rainy Day'가 없다가 증보판에 딱 이 한 곡이 더 들어있다는 이유로 눈 딱 감고 다시 새 악보집을 샀다는 동생 생각이 났다. 그 녀석은 나보다 피아노를 늦게 배웠지만, 그리고 지금도 나보다는 못치지만 더 열심인데다, 발전 속도가 훨씬 빠르다. 나보다 그 재능이 있는 것 같다. 'Rainy Day' 덕분에 실타래처럼 떠오른, 비 올적마다 내가 치던 곡들을 이어서 쳤다. 'Raindrops Keep Fallin' on My Head' 'Tess Song' ... 내일을 향해 쏘다가 울고있는 테스에게로 가자니, 흥겨웠다 아주 푹 꺼졌다하는 심적 갈등이 있었다. :) 다 치고 나니 조금은 기진맥진하다. 도에서 레까지 간신히 한 옥타브를 넘기는 내 손가락이 오늘 고생을 많이 했다는 증거일지도 모른다. 피아노에 앉는 자세부터 어색해져서, 허리도 아픈것 같다. 그러나 뭣보다도 내가 지친 이유는, 안하다가 오랫만에 함으로 인한 신경씀 때문일 것이다. 일상에서 잊혀진 어떤 행위를 새로이 한다는 것, 혹은 일상적이었던 행위를 그만둠으로써 비일상화한다는 것 모두 그리 쉬운 일이 아니기에. - 피아노 조율을 그만 미뤄야겠다. 가뜩이나 못치는데 피아노까지 맛이 가서야. - Sentimental 아일린 ... .., ...., ...., .., .. * 사람이새벽다섯시에일어나밤열시에 : : :.., :.., :. : 잔다면지금내삶은이른열한시십오분쯤 : : : : : : : --- 난저녁때고운노을을만들수있을까 .:. .:..; .:..; .:..; .: :: E-mail_ ileen@chol.dacom.co.kr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