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YonSei ] in KIDS 글 쓴 이(By): iLeen (라일락내음() 날 짜 (Date): 1996년05월03일(금) 16시59분32초 KST 제 목(Title): 연어 .... 6 눈맑은연어를 다시 만나면서 은빛연어에게는 큰 변화가 일어났다. 그 하나는 초록강 입구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들이 예삿일로 여겨지지 않는 것이었다. 전에 같았으면 무심코 넘겨버릴 일들이 은빛연어에게는 하나하나 소중한 의미가 되어 다가왔다. 작은 돌멩이 하나, 연약한 물풀 한가닥, 순간순간을 적시고 지나가는 시간들, 전에는 하찮아 보이던 이 모든 것들이 소중한 보물처럼 여겨졌다. 이 세상을 위해 존재하지 않는 사물은 하나도 없는 것 같았다. 그리하여 이 세상에는 버릴 것이 하나도 없어 보였다. 특히 은빛연어는 물 속의 온갖 소리들을 듣기 위하여 오래오래 귀를 열고 있는 시간이 좋았다. 그동안 사나운 적을 피하거나 먹이를 구하는 데 주로 쓰였던 청각은, 이제 세상의 미세한 움직임을 모두 받아들이고 이해하는 통로가 되고 있었다. 은빛연어는, 갈대밭에서 벌레들이 우는 소리를 들었고, 철교를 건너는 먼 기차 소리를 들었고, 연어 떼들이 상류로 오르기 위해 짝짓는 소리를 들었고, 물위에 풍금을 치는 듯한 빗소리를 들었고, 분가루처럼 연한 모래알들이 물살에 떠밀려 내려오는 소리를 들었고, 그 소리를 껴안고 흐르는 깊은 강물 소리를 들었다. 그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을 때면, 언제나 눈맑은연어가 옆에 와 있었다. " 내가 여기 와 있는 줄 몰랐지?" 눈맑은연어가 눈을 흘기면서 말했다. " 아니야. 네가 어디에 가 있든지 나는 늘 너를 보고 있는걸." 하고 은빛연어가 말했다. " 사실은 나도 그래. 그리고 나는 네가 지금 무슨 소리를 듣고 있는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도 알아." 눈맑은연어의 두 눈이 초롱초롱하게 빛나고 있다. 눈맑은연어는 은빛연어를 바라본다. 은빛연어에게 언젠가는 해주고 싶었던 말을 이제 해야할 때가 된 것 같다. 은빛연어에게만 속삭이고 싶었던 말, 은빛연어만이 이해해주리라 믿고싶은 말, 또 언젠가는 은빛연어에게 듣고 싶은 말. 그녀는 은빛연어의 귀에다 대고 들릴락말락한 소리로 말했다. " 세상을 아름답게 볼 줄 아는 눈을 가진 연어만이 사랑에 빠질 수 있는 거야." 은빛연어의 가슴은 표현할 수 없는 어떤 힘으로 가득 차 오른다. 눈맑은연어를 만난 이후의 은빛연어는 그가 알고있던 수많은 연어들의 이름과 주소와 취미와 특기를 잊어버렸다. 그의 머릿속을 채우고 있던 모든 과거의 기억들이 사라져 그는 빈털터리가 되었다. 눈맑은연어 한 마리가 그 비어있는 자리를 온통 채웠기 때문이다. 모든 과거가 의미 없는 것이었다면 눈맑은연어, 그녀는 의미있는 현재다. 은빛연어는, 의미없는 물이 출렁이던 속을 말끔히 비워내고 이제 비로소 신선하고 푸른 바람을 가득 채운 항아리가 된 것이다. ... .., ...., ...., .., .. * 사람이새벽다섯시에일어나밤열시에 : : :.., :.., :. : 잔다면지금내삶은이른열한시십오분쯤 : : : : : : : --- 난저녁때고운노을을만들수있을까 .:. .:..; .:..; .:..; .: :: E-mail_ ileen@chol.dacom.co.kr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