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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YonSei ] in KIDS
글 쓴 이(By): Gamja (이용욱)
날 짜 (Date): 1995년06월10일(토) 21시57분33초 KDT
제 목(Title): Re)과학원 전형...학문의 배타성에 대하여



전 과학고, 과기대를 나와서 현재 과학원 박사과정에 있는 사람입니다.. 
이곳 연세 보드에서 과학원에 관한 설전이 벌어졌다길래 와보니.. 어떤 게스트가 
좀 무례한 발언을 하고 간듯하군요.. 그 발단이 된 유니콘님의 글과 리온님의 
응답도 잘 읽어봤습니다.. 사실 과기대 과학원에서 잔뼈가 굵은 저로서는 과학원에 
대해서 다른 사람들이 왈가왈부하는 것을 듣는 것이 그리 유쾌한 일은 아닙니다..
그러나 그런 일이 있을 때마다 리온님께서 지적해 주셨듯이 과학원이 지금까지 
쌓아온 명성에 기대는 내가 되지 않고 나로 인해서 과학원이 더욱 자랑스러워 질 수 
있도록 마음을 가다듬곤 합니다. 그러나 이번 설전에서 단지 과학원의 위상에 대한 
것만이 아닌 우리나라 사회 전반에 깔려 있는 어떤 문제점을 보았길래 한마디 하고 
지나가고자 합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두뇌는 정평이 나있다고 하지요.. 그러나 그런 평가에 걸맞지 
않게 우리나라에는 그 학문적 수준을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대학이 없습니다.. 그 
이유가 뭘까요?.. 여러가지 설명이 있을 수 있겠지만 저는 '경쟁없는 대학'이 그 
주범중의 하나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모든 대학의 순위가 정해져 있고 대학은 그 
순위에 따라서 일정 수준의 학생을 꾸준히 받아들일 수 있고.. 별다른 노력을 
기울이지 않아도 말이죠.. 이런 상황은 과거의 과학원에도 적용될 수 있습니다.. 
변변한 이공계 대학원이 없던 시기에 과학원은 거의 유일한 선택이라고 할 수 
있었으니까요.. 각 대학의 내노라 하는 수재들이 다투어 과학원을 지원했고, 그런 
우수한 두뇌의 집합으로 인해서 오늘의 과학원이 있을 수 있었음을 인정합니다. 
그러나 과연 과학원의 명성이 우수한 두뇌를 모아놓은 것 만으로 이루어 질 수 
있었을까요? 전 과학원이 가졌던 큰 장점은 바로 '여러' 학교에서 훌륭한 학생을 
받을 수 있었던 점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우수한 인재들이 '새로운' 환경에서 
새로운 친구들과 모든 것을 새로운 각도에서 생각하고 깊이 사색함으로써 비로소 
이루어 낸 것이 바로 오늘의 과학원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당시에도 과학원에 온 
사람들만이 우수했던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포항공대가 생길때.. 과기대에 있던 많은 학우들은 우리의 자리를 위협할 수 있는 
새로운 경쟁자의 출현을 두려워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그런 훌륭한 학교가 
대여섯개쯤 더 생겨서 본격적으로 서로 경쟁할 수 있는 시기가 빨리 오기를 
기대했습니다.. 그래서 서로 경쟁도 하는 동시에 개개인은 자기의 적성에 가장 잘 
맞는 학교를 선택해서 자유로이 공부할 수 있도록 활발히 서로 교류하는 시기가 
오면 진정으로 이 나라의 과학.기술의 발전을 가져올 수 있으리라는 기대였지요..

서울에 있는 많은 사학들이 최근 의욕적으로 발전계획을 마련하고 또 추진하고 
있음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한 모습은 내학교와 네학교를 떠나서 우리 모두의 
발전을 위해 서로 기뻐해야 할 일이겠지요.. 그러나 앞의 글들에서는 우리 학교도 
좋아졌으니 다른 학교에 구태여 갈 필요가 없다라는 의미의 구절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요.. 앞의 여러분이 말씀하신 바와 같이 여러분의 주위를 
돌아보십시오.. 여러분의 학교와 더불어 다른 학교도 열심히 달려가고 있습니다.. 
그만큼 여러분들이 자신의 뜻을 펼칠 수 있는 학교가 많아지고 있는 것이지요..
이런 때일수록 여러 학교간에 교류가 많아지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요.. 전 
지금 여러분께 과학원에 오라고 권하는 것이 아닙니다.. 제가 바라는 것은 
'우리것이 최고'라는 편협된 집단의식을 버리고 여러분이 원하는 것을 진정으로 
채워줄 수 있는 곳을 찾아서 과감히 발걸음을 옮길 수 있는 여러분의 모습을 보는 
것입니다.. 해양학을 공부하고자 하는 사람은 부산이나 목포의 어느 학교로, 
광산학을 공부하고 싶으면 강원도의 어느 학교로... 또 그럴 수 있도록 각 학교들이 
특색있게 발전하는 모습도요.. 모든면에서 최고인 전지전능한 학교는 하루빨리 
사라졌으면 좋겠습니다.. 

횡설수설 글이 길어지는군요.. 정리를 해보지요.. 제가 바라는 것은 여러분이 
과학원 뿐만 아니라 서울대, 고려대, 한양대.. 등등 많은 학교에 관심을 갖고, 
그곳으로 진출하는 것입니다.. 거기에 더해서 그 학교들의 학생들도 여러분의 
학교로 발길을 옮길 수 있도록 더욱 자랑스런 연세로 가꾸어 나가시구요.. 그런 
활발한 교류를 통해 서로의 학교를 더욱 특색있게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이나라 
학문의 미래를 밝혀주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잠시 지나가는 논쟁에서 이나라 
학문의 미래를 운운하는 것이 지나친 비약인가요?..

서툰 글솜씨지만 나름대로의 생각을 적어봤습니다..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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