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nSe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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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YonSei ] in KIDS
글 쓴 이(By): wolverin (GoBlue)
날 짜 (Date): 1995년05월05일(금) 07시07분57초 KST
제 목(Title): 옆구리 터진 김밥


내가 있는 이곳은 미국에서 어느정도 시골인 편이다. 전에 보았던 미국영화에서 시 

골 촌놈인 주인공이 뉴욕에 가서 겪는 경험들이 소재가 되었는데 그 주인공의 고향 

이 이 근처로 설정되었었다. 물론, 주위에 디트로이트, 시카고 등의 대도시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 도시들을 벗어나면 얼마 지나지 않아 횡하니 비어있는 평야를 보 

는 것이 어렵지않다. 중서부는 큰 산이 없기는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풀도 없는 허허 

벌판은 결코 아니어서 주위에 작은 동물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처음 이곳에 와서 눈에 띄였던 동물은 라쿤이라 부르는 너구리, 한국의 다람쥐와 비 

교하면 강호동급의 초헤비급 다람쥐, 여름이건 겨울이건 이사도 안가고 눌러사는 야 

생오리  그리고... 어릴때 TV에서나 보았던 공포의 스컹크였다. 다람쥐는 능히 한끼 

식사가 너끈할 정도의 크기이긴 하지만 맛있어 보이진 않고 야생오리는 관심이 많이 

가는 놈이긴 하지만 차라리 속편하게 닭을 한마리 사먹는 것이 더 나을 듯 하다. 즉

다람쥐와 오리는 근처에 있어도 실생활에서 사람들의 관심을 끌지 못한다. 너구리도

낮에 사람과 마주치면 자기가 먼저 슬슬 피하기때문에 문제가 없는데, 밤이 되면 사

정이 좀 다르다. 너구리의 주 활동시간대가 밤이기도 하고, 밤이 되면 요놈들이 겁대

가리가 없어지는지 어떨때는 덤비려고까지 한다. 특히 너구리 전용식당인 쓰레기통

(쇠로 만든 디게 큰거)을 밤에 열면 너구리들의 퍼~~런 눈이 보이면서 위협을 하는 

듯 으르렁거릴 때도 있다. 게다가 여기 너구리들이 광견병을 옮길 수 있다는 얘기를

듣고 나서는 되도록이면 피해다닌다. 주위에 육식 야생동물이 없어서 너구리들에게는

천적도 없는 듯 한데... (예전에는 너구리들한테는 전쟁이나 마마, 늑대 등이 가장

큰 재앙이었을 것이다. 참고로 콜로라도 산맥의 동쪽 기슭에 있는 U. of Colorado,

Boulder에 갔을때, 그 동네에는 아직도 가끔 가정집 뒷마당에 사자가 나타난다는 말

을 들었었다.) 그러나 그들에게도 단 하나의 사고사(자연사나 병사를 제외한...)가

있으니... 교통사고이다. 길을 가다보면 길 한복판에 옆구리 터진 김밥(너구리)을 보

는 것이 어렵지않다. 어떤때는 차타고 2-3분 가는 동안에 5-6개의 김밥을 본 적도 있

으니까... 아마 너구리들에게 종교가 있다면, 사람은 근처에 사는 덩치만 크고 멍청

한 동물로  묘사되겠지만 자동차는 그들에게 '재앙의 신' 쯤 될 것이다. 


이삼일 전, 물건을 사러 차를 타고 한참을 가는데 길 가운데에 터진 김밥이 누워있는

것이 멀리서 보였다. '김밥 속이 타이어에 닿지않게 해야지...' 하며 생각하며 가는

데... 뭔가가 이상했다. 짙은 갈색이 아닌 검은 김밥. 검은 바탕에 흰 줄이 있는 김

밥. 으악! 너구리 김밥이 아니라 스컹크 김밥이었다. 환기 스위치를 끄려고 했지만

너무 늦어버렸다. 코끝을 자극하는 매캐한 냄새... 한참을 더 간뒤에 환기를 하고 심

호흡. 좀 살 것 같다. '집에 갈때에는 다른 길로 돌아가야지.' 물건을 사고나서 집에

가는데 뭔가가 이상했다. '아까 다른 길로 갈려고 했었는데... 왜였지? 뭔가 또 살

것이 있었던가? 아니다! 스컹크 김밥!' 정신을 차리고 보니 바로 앞에 그 스컹크 김

밥이 보인다. 또 늦었다. 또 한번 매캐한 냄새. 정말 재수없는 날이다. 하루에 두번

씩이나... 날이 따뜻해지니까 거리에 김밥이 자꾸만 늘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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