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YonSei ] in KIDS 글 쓴 이(By): astro (아스트로-* ) 날 짜 (Date): 1995년04월18일(화) 14시29분12초 KST 제 목(Title): 축제... 파트너가 없다고 축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어차피 있는 축제라면 파트너가 있 어야겠다. 대학에 들어와 처음 맞는 축제가 아닌가... 이런 생각이 머리를 채 우고 있었다. 그래, 결심했어! 순이(물론 가명)를 꼬셔보는 거야! 일요일이 오기만을 기다린 나는 교회에서 순이를 만나자 마자 으슥한 곳으로 데려갔다. "순이야... 음... 저기 있자나... 다음 주가 우리학교 축제거든..." "그래서?" "너 내 파트너 좀 되줄 수 있겠니?" "파트너?" "응... 금요일하구 토요일만 수고 좀 해 주라... 응?" "수고?" "응..." "얘는... 수고랄게 뭐 있니? 알았어... 불쌍한 중생 구해주는 셈 치지 뭐..." 순이는 순순히 내 제의를 받아주었다. 못 이기는 척 하기는 했지만 얼굴엔 좋 아하는 빛이 역역했다. 난 아버지에게 졸라 양복 한벌을 건지고 자금도 조금은 넉넉하게 마련해 두었 다. '쌍쌍파티', '숲속의 향연' 등등 소위 잘나간다는 프로그램의 티켓을 구하기 위해서 동분서주하기도 했다. 이제 모든 일이 준비된 셈이다. 금요일만 와라... 드디어 금요일... 독다방에서 순이를 기다리는 아스트로는 가슴이 설레고 있었 다. 약속시간이 10분 쯤 지나서야 순이가 내 눈에 들어왔다. 그런데 이게 어 떻게 된 일인가. 순이는 분명 순이인데 내가 아는 순이가 아니었다. '아니... 순이가 저렇게 이뻣단 말인가?' 그랬다. 순이는 정말 천사처럼 이뻣다. 살짝 화장도 하고 옷도 얼마나 이쁘게 입었던지... 난 하나님께 감사했다. '하나님! 감사합니다. 저번에 미팅한 여자에게 딱지맞은건 역시 하나님의 은총이었습니 다.' 독다방을 나와 학교안으로 들어가는 나는 왕자가 된 기분이었다. 친구들과 마 주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마구 들었다. 자랑하고 싶었던 거다. 나의 머리 속 에 이미 정해진 스케줄에따라 정말 기분 좋게 지냈다. 맛있는 저녁두 먹구, 못 마시는 맥주도 한잔하구... 그리구 밤이 되었다. 다시 학교안으로 들어온 우리 는 청송대며 옛 이과대학 뒷산이며 종합관 뒷산이며를 누비며 다녔다. 순이도 매우 즐거워하는 표정이었다. 너무 걸어다닌 우리는 피곤했고 어느 벤취에 걸 터 앉았다. 약간은 힘들어하는 기색이었으나 즐거워하는 순이가 너무너무 아름 답게 보였다. 나는 순이의 손을 꼭 쥐었다. 순간 순이는 고개를 아래로 떨구 었다. 어색했다. '지금 내가 왜 순이의 손을 잡고 있는거지?'하는 생각이 들었 으나 어색함을 감추기 위해 손을 순이 어깨 위로 올려 가볍게 올려놓았다. 가 로등 불빛 아래에서도 순이의 얼굴이 빨갛게 달아 오르는 것이 보였다. 나는 정말이지 어쩔줄 몰랐다. 너무나 이상한 기분이 마구 드는 것이었다. 하지만 아스트로는 역시 용감했다. 어깨에 올린 손에 약간의 힘을 주어 순이를 끌어 당겼다. 순이는 빨개진 얼굴을 내 가슴에 기대어 왔다. TV에서나 보던 장면 이 지금 내개 벌어지고 있는 것이었다. 가슴이 쿵쾅쿵쾅 거리고 손은 떨렸다. 떨리는 손을 감추기 위해 다른 손으로 순이 얼굴을 가볍게 어루만져 주었다. '세상에... 이럴수가... 이래서는 안돼... 이러면 안되는 거야...' 속으로 외쳐 보았지만 소용없었다. 내 몸이 내 생각과 이렇게도 따로 놀수 있다는 것을 처 음 알았다. 그런데 아니 이게 왠일인가... 순이가 얼굴을 가만히 들어올려 나 를 쳐다보는게 아닌가. 한 없이 아름다운 눈빛으로 나를 올려다 보구 있는 거 였다. 어쩔 수가 없었다. 나도 고개를 숙여 얼굴을 순이의 얼굴과 평행하게 만들고 점점 아래로 아래로 천천히 이동해 갔다. 순이는 눈을 스스르 감았고 내 입술이 순이 입술에 막 닿을 무렵 나도 눈을 감았다. 그런데 바로 그때 정 말 정말 예상치 못한 소리가 들려왔다. "학생... 솜사탕 하나 팔아줘...." 아니... 이게 뭐야... 이럴 수가 있는거야? 나는 울고싶어졌다. 순이도 얼굴을 뒤로 돌렸다. 솜사탕 파는 아저씨는 징그러운 미소를 지으며 그냥 그 자리에 있었다. 빨리 돌아가게하는 것이 상책이었다. 솜사탕을 하나 산 것이다. 나는 한동안 도둑질하다 걸린 사람처럼 하고 있다가 말문을 열었다. "순이야.. 이거 먹어..." "싫어... 너나 먹어... 아휴... 챙피해..." "우리 기자..." "......" "......" 우리는 교문을 향해 터벅터벅 내려오고 있었다. 내일을 기대하며.... (계속) Astro-*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