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nSe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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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YonSei ] in KIDS
글 쓴 이(By): gatsby (조 재 성)
날 짜 (Date): 1995년03월22일(수) 20시38분24초 KST
제 목(Title): 소주와 아버지.

난 술을 좀 일찍 배운편이다.
고1때부터 선생님들의 눈을 피해 포장마차를 들락거렸으니까..
고3 모의고사를 치른 날에는 거의 예외없이 독서실 아이들과 어울려 
소주를 마셨다. 

그러던 어느날.. 그날도 어김없이 시험이 끝나고 한잔을 했는데,
그게 "한잔"이 아니었던 것이다. 난 집에 가기를 포기하고 독서실 
책상밑으로 기어들어가서 골아 떨어졌다.
그런데 새벽4시쯤 갑자기 독서실 총무형이 날 깨우는 것이었다.
"왜 깨워요 ?"하는 나의 짜증에 총무형은 "부모님이 찾아 오셨어" 했다.
으악 !! 집에 올시간이 한참 지났는데 안 오니까 걱정이 되신 부모님이 
독서실로 찾아오신것이었다.

술이 싹 깨면서 난 긴장하기 시작했다. 주섬주섬 책을 챙겨 가방에 넣고 
비틀거리지 않도록 조심조심하며 독서실에서 나오니, 아직 어두운 
새벽길에 두분이 밖에서 기다리고 계셨다.
난 술을 마셔도 얼굴색이 많이 변하는 편이 아니라서 술냄새만 조심하면
된다라고 생각하며, 이런 저런 부모님의 질문에 그저 잠에서 방금 깨서 
정신없는 척을 하며 아무말 없이, 마음을 졸이면서 두 분을 따라 집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런데 얼마 못가서 어머니가 이상하다는둣이 "이게 웬 술냄새니 ?" 하셨다.
순간 나는 다 털어놓고 용서를 빌까하는 생각과
아니라구 우길까하는 생각사이를 왔다갔다했다. 
헌데 갑자기 아버지가 큰 소리로 "벼락"을 치시는 것이었다.
"당신 ! 지금 무슨 소리야 ! 애들이 술먹겠어 ?"

조용한 새벽에 갑자기 벼락을 맞으신 어머니는 더 이상 묻지 않으셨고,
난 아무말없이, 입을 꾹 다문채 (입을 열면 술냄새가 날테니까) 걷기만 했다.
집에 무사히 도착한후 난 잽싸게 내 방에 들어가 침대에 누워서
가슴을 쓸어내리며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런데 방문이 열리고 아버지가 들어오셨다. 손에는 우유를 한잔 드시고...
"목마르지 ? 이거 마시고 한숨 더 자"
.......


그후로 난 학력고사를 보는 그 날까지 소주를 안 마셨다.


                                          gatsb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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