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nSe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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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YonSei ] in KIDS
글 쓴 이(By): wolverin (GoBlue)
날 짜 (Date): 1995년03월20일(월) 15시59분19초 KST
제 목(Title): [소주 야화] 1. 첫 필림이 끊겼을때


내가 처음 소주를 즐기게 된건 대학교 입학후 꽤 시간이 지나서였다. 그때 가장 대 

중적이었던 술이 막걸리였던 까닭도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소주를 마실때 느끼게

되는 톡 쏘는 맛때문이었다. (지금은 그 맛에 마시지만...) 막걸리처럼 달착지근한

맛도 없고 맥주처럼 시원하지도 않고... 그래서 소주는, 맥주를 마시기에는 돈이 부

족하고 막걸리를 마시기에는 배가 너무 부를때 먹는 술이었다. 게다가 대학교에 들

어가고 처음 맞은 겨울방학때 영어학원 친구들과 소주를 마시고 탈이 한번 난 후로

는 소주를 기피하게되었다. 그런데 그런 내 생각을 굳혀준 결정적인 사건이 있었으

니... 그 겨울방학때 과배정을 하고 처음으로 '과'라는 소속을 갖게 되었으나 한 학

년 위의 선배들과는 좀 서먹서먹하였다. (요즘 X 세대 대학생들은 이게 무슨 소린지

이해를 못 하리라.) 그런 서먹서먹함을 깨려고였는지 3학년 선배 몇명이 술자리를

마련하였다. 처음 시작은 맥주. 요즘이야 비가 오면 몸 이곳저곳이 쑤시는 체크세대

가 되었지만 그때만 해도 빈털털이가 되어서야 술자리를 끝냈으니 선배가 사주는

공짜술을 마다할 리 없었다. 그때까지 맥주만으로 최고기록은 9000 cc 인데 그때

돈이 떨어져서 만 cc 는 채우지 못했었다. 그런데 선배들이 술을 사주며 "많이 마

셔라." "잘 마시는데..." 하고 응원을 해주니 술맛이 좋지 않을 수 없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선배들은 주머니가 걱정되는 눈치였으나 후배 악동들은 그에 상관하지 않

고 계속 마셔댔다. 결국은 맥주로는 계속 자리가 유지될 수 없어서 막판에 소주로

바뀌었다. 소주에 몇번 당한 경험이 있었으나 한번 시작한 술판을 피할 수는 없었

다. 술이 꼭지까지 취하고 비틀대며 집에 가는 버스를 탔다. 눈을 떠보니 다음날

아침이었다. 생각을 해보니 버스에서 내린 기억은 나는데 그 다음이 생각이 나지 않

았다. 말로만 들어보던 '필림이 끊긴' 상황을 처음 경험해본 것이다. 그때 신혼이

었던 형, 형수님과 같이 살았었는데 혹시 형수님께 실수나 하지않았나 생각을 해보

아도 전혀 기억이 없었다. '별 일이야 있었을라고...' 하며 일어나는데 뭔가가 이상

했다. 맙소사... 내가 여자 잠옷을 입고있었다. 가끔 서울에 올라오는 누나때문에 

내 방 장안에는 누나의 잠옷이 있었는데 술김에 그걸 입고 잠이 들었나보다. 그때부

터 별별 생각이 다 들었다. '혹시 이걸 입고 거실에 나가지는 않았나?' 또는 '내가

좀 변태인가?' 등등... 옷을 갈아입고 거실에 나가니 형은 출근한 후였고 형수님만

계셨다. "어제 술을 많이 드셨지요. 속은 괜찮으세요?" 형수님께서 웃으시며 말을

거신다. '맞아. 뭔가 실수를 한거야.' 아... 절망적인 상황. "제가 어제 술마시고

들어와서 무슨 실수라도 하지 않았나요?" "실수는요... 들어오시자마자 방에 들어가

셔서 주무셨는데요." 우아... 살았다. 하느님 아빠. 감사합니다. 그후 삼학년 가을 

에 혼자 하숙을 하기 전까지 꼭지까지 돌 정도로 술을 마신 적이 한번도 없다. 그

러나 나와 소주와의 악연은 그후로도 계속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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