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SA ] in KIDS 글 쓴 이(By): hl1sul (생선전) 날 짜 (Date): 2008년 12월 06일 (토) 오전 08시 12분 03초 제 목(Title): Re: 언어 구사의 변천 정말 말하는게 변하긴하죠. 주변 환경에 영향도 많이 받고요. 말씀하신대로 대학원에 유학와서 (특히 이공계) 지내면 참 제한된 환경에서 살게 되지요. 수업 듣는것, 그룹 프로젝트 파트너, 랩 동료들, 교수. 이 정도가 인터렉트하는 사람들인데, 이야기의 주제도 제한적일 뿐만 아니라, 외국인이 대부분인 경우가 많아서 연수가 지나도 영어가 느는데 별로 도움이 안되더군요. 한국 사람 몇 명 빼고 교수 부터 모두 인도사람인 랩, 그리고 나중에는 그 교수 따라 회사가서 지내던 사람들이 있는데, 음.. 이 한국사람들이 나중에 보니 다 인도식 억양으로 말하더군요. 학부때 기숙사에서 비교적 나이 많은 미국애들 몇과 친했는데, 당시 거의 벙어리였던 저에게 지대한 영향을 주었죠. 안그래도 심하게 손상된 두뇌를 군대에서 가지고 나왔는데, 바로 대학원에 갔다거나 했다면 오늘날 많이 다른 상태에 있었을겁니다. 취직하고 나니 또 다르더군요. 학교와 달리 말도 빠르고 분위기도 다르고 학교에서 안쓰던 표현들도 엄청 많이 쓰고. 그거 아시죠? parse는 되는데 머리속에 입력이 안되는 것. 많이 열심히 들었는데 생각이 하나도 안나는 것. 적응하는데 좀 걸렸습니다. 그리고나서 큐브 메이트로 실력 빠방하고 엄청 착하고 성격좋은 미국인 아키텍트가 걸려서 친하게 지내니 말도 비슷하게 따라하게 되는 것 같고 그렇더군요. 솔직히 영어 말하기에 있어서 내 스타일 이라는게 한국말 처럼 확고하게 있는게 아니어서, 누구랑 가깝게 지내냐에 따라 영향을 많이 받는 것 같습니다. 한국말 엉망된다는 말도 공감합니다. 단어나 표현이 생각이 안나게 되는 것은 아무리 "엄마 혀"라도 자주 안쓰면 어쩔 수 없나봅니다. 속담 같은 것 여러개 조합하여 이상하게 만들어 놓고 뭔가 이상한데 그러기도 하고, 간단한 단어인데 생각이 안나고. 한국말은 부부사이에 쓰는게 전부인데, 질과 양에 제한이 있으니 한국말 실력 유지에 큰 도움이 안됩니다. 한국 TV show를 꾸준히 보면 좀 도움이 되겠죠? 불행인지 다행인지 우리는 10년 넘게 한국의 대중 문화와 전혀 상관없이 살아서 아마 이제 다시 보면 적응도 안될거 같습니다. 사극 빼고요. :) 다시 말과 직장 이야기로 돌아가서. 제가 일하는 곳은 다들 메니저되기 싫어하는 분위기입니다. 저는 언어 문제가 없고 되고 싶다고 해도 다른 문제 때문에 못할 것 같습니다. 그냥 지금 이렇게 일할 수 있다는 것만 해도 감사한 일입니다. 아, 그렇군요. 땡스기빙 때는 오히려 잊었는데, 지금 이렇게 지낸다는게 참 감사한 일이지요. 언어 이야기 하다가 이상한 결론이 나는군요. 금요일 오후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