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SA ] in KIDS 글 쓴 이(By): artistry (호연지기) 날 짜 (Date): 1999년 2월 27일 토요일 오전 01시 44분 45초 제 목(Title): 퍼옴/ 미국백반집, 아메리캐냐 미국판 백반집 '아메리캐냐' 값싸고 가장 미국적인 음식으로 인기 거대자본 '패밀리 레스토랑'공세에도 요지부동 맛있기로 소문난 복어요리집에서 값비싼 참복 매운탕을 즐기거나 특급호텔의 중국출신 주방장이 한껏 솜씨를 부린 코스요리를 맛보거나 무슨무슨 '가든'에서 먹음직스런 한우갈비를 배불리 뜯더라도 할머니와 어머니의 손맛이 묻어나는 어린시절의 밥상은 잊을 수가 없다. 대도시의 어느 빌딩가에서나 몇몇 '가정식백반집'들이 문전성시를 이루는 것도 이 때문이다. 어른 손바닥만한 뚝배기에서 보글보글 끓는 된장찌개, 입안 가득 군침을 돌게 하는 멸치무침, 노른자가 터지지 않은 계란부침, 굴비를 닮긴 했으되 '족보'가 다소 의심스러운 정체불명의 생선 한 마리, 다진 고기 한톨 안보이지만 제법 시원한 맛을 내는 멀건 미역국, 무채, 짜디짠 고등어조림, 새로 담근 김치 몇 조각, 시큼한 볶음김치, 감자채, 그리고 '덴뿌라'. 이런 '추억의 반찬'들이 작은 플라스틱 접시에 담겨 나오는 가정식백반집은 제대로만 찾아가면 싼 값에 더없이 맛난 한끼를 해결할 수 있다. 미국인들에게도 그들만의 가정식백반집이 있다. '아메리캐냐'(Americana)라고 불리는 이들 백반집은, 거대한 자본을 앞세운 이른바 '패밀리 레스토랑'들의 집요한 공세에도 요지부동, 미국 전역의 마을마다에서 가장 사랑받는 식당이자 주민들을 위한 사교장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일요일 아침이면 예배를 마친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어린 손자들의 손을 잡고 찾아오고, '뉴욕타임스'를 펴든 젊은 비즈니스맨과 살집이 넉넉한 수다쟁이 아줌마, 동네 푸줏간 주인과 카센터 아저씨가 제각각의 표정과 자세로 테이블 앞에 앉아 있다. 아메리캐냐가 성과 연령, 직업을 불문하고 미국인들의 사랑을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직업-연령 불문하고 사랑받는 마을의 사교장 아메리캐냐의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보자. 인테리어에는 윤기가 도는 새것이라고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다. 빛 바랜 꽃무늬 벽지에는 식당의 나이만큼이나 묵었을 법한 기름때가 끼여 있다. 역사가 그렇다 보니 옛날에 식당을 다녀간 유명인사의 사인이 담긴 사진이나 누렇게 뜬 옛날 야구 스타들의 사진이 군데군데 걸려 있다. 버드와이저 맥주의 사인보드가 걸린 한쪽 벽에는 동네 처녀 총각들이 60년대에 새겨놓은 큐피드 화살과 하트 무늬, 그리고 톰이니 크리스니 하는 이름들이 눈에 들어온다. 이런 분위기에서 고객들은 자신이 자라온 집에서와 같은 친근함을 느낀다. 윌리엄 리스트 힛 문(William Least Heat Moon)이라는 작가는 그의 책 '블루 하이웨이'에서 아메리캐냐의 벽에 걸린 달력을 보면 그 식당의 품격을 알 수 있다고 했다. 고속도로를 달리며 여행하다 찾는 아메리캐냐의 벽에 각 업체들이 배포한 비즈니스 달력이 많이 걸려 있을수록 진정한 의미의 아메리캐냐로 친다는 것이다. 달력이 많다는 것은 광고효과가 그만큼 높다는 뜻인 만큼 많은 주민들이 드나드는 식당이라는 얘기다. 이번엔 아메리캐냐의 종업원들을 살펴보자. 웨이터나 웨이트리스 가운데 훤칠한 용모를 자랑하는 20대 초반의 '패밀리 레스토랑형' 종업원은 눈에 띄지 않는다. 대부분 30∼40대의 '아줌마'들인데, 우리나라의 70년대 이발소 면도사 복장 같은 느낌을 주는 바랜 분홍색 혹은 옅은 하늘색 유니폼을 걸치고 적당히 때가 탄 앞치마와 머릿수건을 둘렀다. 넙적다리 절반께까지 오는 짧은 치마와는 어울리지 않게 운동화를 신었는데, 이것은 식당에서 이리저리 뛰어다니기엔 더없이 편한 신발이다. 그런데 이 아줌마들의 서비스는 아메리캐냐의 인기몰이에 음식만큼이나 중요한 역할을 한다. 토속 사투리를 질펀하게 구사하는 이들은 한쪽 팔 가득히 몇개씩이나 되는 접시를 올려 들고 돌아다니다가 그 중 하나를 손님 앞에 던지듯 내려 놓는다. 좀 고급스런 음식점에서라면 손님들의 불만을 살 법도 하지만 아메리캐냐에서는 누구 하나 얼굴을 찌푸리는 사람이 없다. 접시를 나른 뒤에는 커피 주전자를 들고 다니며 잔이 넘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가득히 커피를 부어댄다. 너무 낡아서 더러 금까지 간 작고 하얀 머그잔에 커피를 붓는데, 이때 반드시 잔이 넘칠 듯 말 듯하게 부어야지, 커피 따르는 기술이 그 경지에 이르지 못하면 일류 아메리캐냐에 끼지 못한다. 커피의 맛은 결코 기대할 게 못된다. '골메이(gourmet) 커피'와는 한참 거리가 있는 싸구려 제품이지만, 손님들이 아메리캐냐에서 기대하는 커피맛은 바로 이런 것이다. 식당이니만큼 가장 중요한 것은 물론 메뉴다. 한국인이 김치 없이 몇끼니 때우기가 힘들 듯, 미국인들에게도 그런 음식들이 있다. 아메리캐냐 식당들의 차림표는 미국인들에게 인이 박힌 음식들을 집대성해 놓은 것이나 다름없다. 팬케이크, 와플, 잉글리시 머핀, 베이컨, 오믈렛, 계란부침, 시리얼 등 미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아침식사 메뉴가 고스란히 들어 있다. 그중에서도 시리얼은 집에서 먹는 아침식사의 대명사 같은 메뉴인데, 한국에서는 그리 재미를 못봤지만 미국에서는 시리얼 장사처럼 수지맞는 장사도 없다고 할 정도다. 소비자가격에 비해 제조원가가 워낙 싼 데다, 대부분의 국민이 아침식사로 시리얼을 즐기기 때문이다. 갖가지 영양분을 골고루 집어넣은 덕에 산부인과에서는 임산부의 건강식으로 시리얼을 권할 정도. '진짜 미국의 얼굴' 만날 수 있는 곳 하지만 맛으로 먹는 아침식사로는 역시 팬케이크가 으뜸이다. 팬케이크는 우리나라의 옛 시골 잔치집 빈대떡처럼 널찍해서 넉넉함을 느끼게 하는 것일수록 인기가 좋다. 미국인들은 팬케이크 위에다 버터를 바르고 시럽을 부은 뒤 커피와 함께 먹는 것을 즐긴다. 이밖에 와플이나 베이컨은 바삭거릴수록, 계란부침은 그 모양새를 원형에 가깝게 유지한 것일수록 잘 만든 음식이고, 아주 쉬운 것 같아 보이는 이 음식들을 얼마나 제대로 만드는지에 따라 식당의 인기가 달라진다. 뉴저지주 프린스턴에 있는 작은 레스토랑 '팬케이크 하우스'는 아메리캐냐의 전형. 이 식당은 아침이면 문을 열기도 전에 손님들이 찾아들어 문밖에 줄을 선다. 이 집에서 아침식사 테이블을 차지하려면 평일에는 10∼20분쯤, 주말에는 30분에서 길게는 1시간씩 기다려야 한다. 고급스런 식당과 상점들이 모여 있는 것으로 소문난 이 마을에서 가장 허름하고 오래된 이 식당을 프린스턴대학 총장을 비롯해 마을에 일을 보러 온 정치인과 영화배우, 거부들까지 즐겨 찾는 것은 5달러 안팎의 저렴한 밥값 때문이 아니다. 노스탤지어가 그 이유다. 체인 레스토랑과 패스트푸드가 등장하기 훨씬 전부터 가장 미국적인 음식들로 추억을 달래줬기 때문이다. 아메리캐냐는 여느 식당들과는 달리 손님의 계층도 구별되지 않는다. 부자와 저소득층이 거리낌없이 찾아든다. 타향에서 온 여행객들이 마을의 분위기를 읽기 위해 일부러 아메리캐냐를 찾기도 하는데, 이를 '세속의식'(Secular Ritual)이라고 부른다. 미국인들의 삶에 녹아 있는 세속적 의식이 행해지는 곳이라는 뜻이다. 또한 아메리캐냐는 '제3의 장소'(The Third Place)라고도 불리는데, '제1의 장소'인 집과 '제2의 장소'인 일터의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는 정신적 안식처라는 의미다. 아메리캐냐들은 미국 곳곳에서 작은 마을의 역사와 함께 오랜 세월을 이어왔지만 겉보기엔 너무나 평범하고 초라하기까지 해 외국에서 온 관광객들은 그 가치를 간과하기 십상이다. '진짜 미국'의 화장하지 않은 맨얼굴을 보고 싶다면 꼭 한번 이 미국판 가정식백반집에 들러볼 일이다. 이 진/ 재미 칼럼니스트 ------------------------------------------------------------------------------- - Copyright(c) 1999 All rights Reserved. E-mail: newsroom@donga.com �� �後後� �짯後� �後� �碻碻碻� �碻碻� �� �� ┛┗ �� �� �� �� �後後� �碻�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