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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MN ] in KIDS
글 쓴 이(By): jskkim (해피투게더)
날 짜 (Date): 1998년 4월 29일 수요일 오전 12시 44분 46초
제 목(Title): [황당시리즈] 여관에서 도망친 이야기


L은 유학 오기전에 잠깐 들었던 영어회화 코스에서 만난 후배입니다.

이 이야긴 L로부터 직접 들은 것입니다.

L은 술먹는 곳이면 어디라도 빠지지않고 가는 친구입니다.

그날도 L은 완전 고주망태가 되도록 마시고 왕십리에 있는 집으로 가는 전철을

탔습니다. 여기서 L은 필름이 끊겼습니다. 그리고 눈을 떴을 때 L은 자신이 인천에

있는 한 전철역(어느 역이었는지 기억이 안 나는군요. 아마도 인천역있던 것

같습니다) 벤치에 누워있는 자신을 발견했습니다. 그런데  자신이 왜 거기에

있는지 아무것도 기억할 수 없었습니다. 시계를 보니 새벽 2시가 훨씬 넘은

시간이었습니다.

전철은 끊겼고, 수중에 돈이라곤 천원 미만이 있었을 뿐입니다.

그때 L은 형이랑 같이 살고있었는데, 거의 형 눈밖에 나있었던 상태였습니다.

그는 형을 무척 무서워했으므로 집에 전화도 걸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역에서 새벽 첫차가 다닐때까지 기다리자고 결정했지요. 그러나 역이 너무

추워서 오래 못 버티곤 일단 가까운 여관을 찾아 나섰습니다. 이윽고 하나를

발견하고 밖에서 살펴보니주인이 카운터에서 졸고 있었습니다. 속으로 이게 왠

떡이냐하곤 몰래 숨어 들어가서 빈 방 하나를 찾아서는 잠이 들었습니다. 보통

여관은 선불을 받기 때문에 일단 들어가기만하면  나올땐 별 문제가 없단 걸

오랜 경험속에 이미 터득하고 있었던 겁니다.

한참을 자고 있다가 문득 이상한 느낌이 들어 눈을 떠보니 누가 자신을 정말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그 사람은 바로 아까 졸고 있던 여관

주인이었습니다.

놀라서 정신차리고 주위를 다시보니 방의 구조가 평범한 여관과는 달랐습니다.

가구니 장식이니 하는게 일반 살림집의 방이었습니다. 그 방은 바로 여관   

주인이 사는 방이었습니다. 빈 방을 찾아 잔다는게 주인 방으로 들어가게 된겁니다.

L이 자다가 깨서 놀란건 그렇다치고, 주인도 엄청 놀라고 당황했던 모양입니다.

부들부들 떨다가 기껏한다는 말이 "나가!!!!!#@&%!!!" 였습니다.

L은 자타가 공인하는 잔머리의 일인자. 이 순간을 놓치면 다신 걸어서 여관을 나가지

못할거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안녕히계세요!" 한마디 던져놓고 잽싸게

도망쳤고, 전철역까지 뒤도 안 돌아보고 뛰었습니다.  이미 날이 샜고, 전철도

운행을 시작한 뒤였습니다.

이 이야기를 들은 날 우린 또 허리가 부러지도록 술을 마셨습니다. L은 그날도

집에 가기위해 전철에 몸을 실었습니다. 그 다음날 L은 깨어보니 집이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L이 그날 집으로 바로 갔는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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