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MN ] in KIDS 글 쓴 이(By): kimari (마리) 날 짜 (Date): 1999년 3월 2일 화요일 오전 09시 13분 02초 제 목(Title): [펌] 자비유학 실패기.. 제가 즐겨읽는 '사임당이씨'님의 글입니다. 씨리즈니깐 하나씩 퍼올리믄 며칠 땜빵이 될라나?!? 좋은 하루. - 말이. -- 자비 유학 실패기 (1) 대학을 졸업한 후 1년 동안 욜심히 일해서 이른바 자비유학 을 시도했습니다. 1년 동안 먹을 거 다 먹고 입을 거 다 입고 놀 거 다 놀고 모은 돈으로 비행기표 싸니 딱 맞더군요. 킥 킥. 그런데 어떻게 자비유학을 갈 수 있었냐구요? 에구, 그야 당연히 부모님의 원조를 받았지요. 부모님의 돈은 국비가 아 니잖아여~. <당시 상황재연> 처녀 사임당 (이하 '녀당'): 아부지, 저 일본으로 유학 갈랍니다. 아부지: 돈 없다. 녀당: 괜찮아요, 제가 1년동안 욜심히 일해서 모았어요. 그 돈으로 갈랍니다. 아부지: 그래? 기특하구나. 그럼 그 돈으로 시집이나 가라 (니 나이 스물 하고도 다섯에 먼 옆구리 터진 김 밥먹고 설사하는 소리 하고 앉았냐, 냄새난다). 녀당: 아부지, 또 누가 알아요. 제가 일본 가서 박사 신랑 이라도 만들어서 올지요. 서울에서야 어디 이 미모로 박사 신랑 건지겠습니까. 호랑이굴에 가서 호랑이를 잡아 올랍니다. 아부지: (우히우히, 박사 사위를?) 흠, 흠.....모.....흠흠...니가 간다고 그게.......모.......박사가......흠......흠...... 녀당: 제가 모 박사신랑을 만나고 싶은 건 아녀요. 단지, 아부지 평생 못 배우신 게 한이니까 박사 사위라도 보시면 어깨에 힘주고 다니실 것 같아서......흑, 흑..... 가엾으신 아버지, 부모복은 없었어도 자식복은 있으 셔야져, 훌쩍훌쩍. 동네에서 젤로 일찍 구구단을 외셨던 아부지가 똥꼬 찢어지게 가난한 농가의 7남매중 장남으로 태어나서 어린 나이에 동생들 거둬 먹이느라 날이면 날마다 낭기하러 다니시고......꺼이꺼이...... (25년 동안 들어온 울아부지 18번 레퍼토리를 시기적절하게 인용함, 연기 의 귀재 처녀 사임당, 빰빠밤~). 아부지: 낼이라도 당장 가거라 (니 말이 심금을 울리는구나). 녀당: 그게 아부지, 암 때나 서울 가고 대구 가듯 갈 수 있는 게 아녀요. 비자가 나와야져. 아부지: 아, 그거 비자? 안다 알아. 낼 내가 은행가서 만들어 주꾸마. 평생 카드는 안 만들고 살라 했다마는 박사 사위를 볼라만 몬 짓을 못하겠냐. 녀당: (*&^%$# 이런 순진한 아부지를 속여먹는 불효녀를 용서하셔용), 근데 아부지. 제가 모은 돈으로 가긴 갈 수 있는데 가서부터 문제여요. 최소한 6개월간 의 생활비도 있어야 하는데 (없고), 최소한 6개월간 의 학비도 있어야 하는데 (없고)...... 아부지: 도대체 니가 모은 돈으론 몰 하는데? 녀당: 뱅기표 사야져. 아부지: 그럼 뱅기표는 내가 사고 니가 모은 돈으로 생활 비 하고 학비 하면 되겠네 (환상적인 계산이쥐?). 녀당:꾸당! 모, 당연히 거사를 시도하는데 우여곡절이야 있었습니다만, 결국 대졸 딸이 국졸 아버지를 간단히 사기쳐서 자비유학 을 떠나게 되었습니다. 그 무렵 한창 '도피성 유학'이 유행하기 시작했던 것 같습 니다. 유학센타를 통하여 같이 일본으로 떠나는 멤버들의 전직(?)도 참으로 다양하더군요. 돈많은 집 아이들만 유 학을 가는 현실이 점점 옛말이 되어가기 시작하던 시절이 었습니다. 전문대를 졸업하고 가방끈을 늘리기 위하여 가는 애들 서 너명, 직장생활 하다 뭔가의 발전을 위하여 가는 애들 서 너명, 대학진학에 실패하여 돈주고 갈 수 있는 대학 없나 싶어서 가는 애들 한두명, 순수하게 학문을 위하여 가는 애 들 한두명, 박사신랑 찾으려고 가는 예쁜 애 한 명...... 제각기 꿈은 달랐지만 목표는 한 가지 '일본유학' 아닙니까. 그 곳엘 가면 좋은 일이 있을까 싶어서 저마다 제펜드림을 안고 떠나는 겁니다. 공항에 전송나온 부모님들은 마치 그들이 박사학위라도 따 서 오는 것처럼 뿌듯한 마음으로 손흔들고 서 계셨지만, 이 멤버들 가운데 제대로 자기 꿈을 이루어 성공하고 돌아오 는 사람이 몇 명이나 있었을까요. 집에서 새는 깡통은 나가서도 새는 법입니다.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