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MN

[알림판목록 I] [알림판목록 II] [글목록][이 전][다 음]
[ UMN ] in KIDS
글 쓴 이(By): zealot (장미향기)
날 짜 (Date): 1998년 8월  2일 일요일 오후 12시 12분 07초
제 목(Title): 사랑받는 남편


하루종일 집안 일을 하느라 피곤과 짜증이 늘어 있어서 학교로 쫄랑 내다 뺀 남편이 
얄미워서 혼자 밥을 먹었다. 점심때 끓인 돼지 김치 찌개… 거기에 밥을 넣어서 
쫄이면서 버터 조금을 넣어서 비벼 먹는 맛은 신촌 부대 찌게 집에서 남편과 함께 
(그 때는 남편이 아니었군..) 부대 찌게 다 끓여 먹은 후 밥 비벼 먹는 맛을 능가 
했다.  하지만 어쩐일인지.. 나는 하루 종일 앉지도 못하고 집안일을 했다는 
사실에 화가나서 씩씩 거리면서 그냥 퍼 넣었다. 

그 후 냉장고에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서 신 김치를 모조리 오징어를 섞어서 김치 
부친개를 부쳤다. 그리고는 부치면서 혼자 날름 날름 먹었다. 
남편이 집에 오자마자 딸랑 김치 부친개 하나 부친것과 밥1컵을 한 것을 그냥 
스토브 위에 올려 놓고는 도저히 피곤해서 손도 까닥 할 수 없다고 화를 팍팍 
내다가 쇼파에서 잠이 들었다. 

한 두 시간쯤 잤을까…. 남편이 그새 식기 세척기를 돌리고 빨래를 게키고 있었다. 
밥 먹었냐고 물어 보니 밥을 먹었다고 한다. 반찬 꺼내고 부친개랑 밥이랑 
먹었다고 하는데 주방에 가보니 부친개가 반개 남아 있고 밥도 남아 있다. 나는 
밥을 딱 1인분 했기 때문에 남편이 남긴 것을 보고는 내가 제대로 저녁을 챙겨 
주지 않아서 남겼다고 생각이 들어 조금은 신경질적으로 "도대체 밥을 왜 남겨? 
그리고 부친개도 싹 먹지 왜 반쪽은 남겼어?" 했더니…

"당신 안먹었자나… 자고 일어나면 배고플까봐 남겼어.. 밥도 먹으라고.." 한다. 
에고 에고…. 부친개 3개 해서 2개는 내가 벌써 먹고 한 개 남겨서 준건데.. 밥도 
나 혼자서 맛있게 다 먹어 버렸는데 그는 내가 먹지 못했을 까봐.. 부친개를 
반이나 남겨 놓고 밥도 남겨 놓았다.. 

"여보…. 나 벌써 부친개 당신 오기 전에 두 개나 혼자 먹었어… 그리고 밥도 내가 
다 먹어서 당신 것 새로 한 거였어…"
짜증을 낸 내가 머쓱하고 미안해 졌다. 사람이 너무 피곤하니까 화만 나나 보다.. 
자고 일어나니까 내가 왜 화를 그렇게 내었는지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여보.. 내가 미안해. 그런데 그냥 그렇게 화가 막 났어. 아침부터 계속 끝이 없이 
주방에서 서서 일을 해야 하고 거기에서 맴돌아야 하니까 마구 화가나자나…." 
남편은 충분히 이해를 하며 다음 부터는 그렇게 일 많이 하지 말라고 한다. 
남편은 오늘 나 한테 미운털이 박혔다가 김치 부친개 반쪽 남겨 놓고 밥 반 공기 
남겨 놓은 덕분에 다시 사랑받는 남편의 위치로 승격을 했다. 
 
[알림판목록 I] [알림판목록 II] [글 목록][이 전][다 음]
키 즈 는 열 린 사 람 들 의 모 임 입 니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