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MN ] in KIDS 글 쓴 이(By): jskkim (해피투게더) 날 짜 (Date): 1998년 6월 5일 금요일 오후 03시 36분 25초 제 목(Title): [황당 + 당황] 버스안에서 (1) 국민학교 6학년때 버스로 30분 걸리는 곳으로 이사를 갔습니다. 그날도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데 오래 서 있었더니 다리가 무진장 아팠습 니다. 얼마를 가다보니 제가 서 있던 바로 옆자리에 앉아있던 예쁜누나가 (이 누나때문에 거기 서있었지요^^) 일어났습니다. 전 이때를 안놓치고 거의 다이빙하다시피해서 자리를 차지했습니다. 앉아서 살짝 옆을보니 왠 노인네가 서있고, 그 누나가 절 째려보고 있었습니다. "얘! 니가 앉으면 어떡하니? 내가 이 할아버님한테 양보한 자린데.." 전 그때 일어나면 더 창피할것 같아서 못 들은척했습니다. "얘, 너 귀머거리니?" 전 아예 귀머거리가 되기로 결심했습니다. 그리고 우리 동네 정류장에 도착할때 까지 그 자리에 앉아서 버텼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등에 식은 땀이 납니다. (2) 중학교때 일입니다. 버스를 기다리느라 정류장에 서있는데 앞에 정차한 버스에 탄 여학생이 절 향해 손을 흔들고 있었습니다. 제 주위를 둘러보니 저 말곤 아무도 없었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누군지 기억이 안 났습니다. 하지만 얼떨결에 저도 손을 흔들었습니다. 그리곤 버스는 출발했고, 그 여학 생도 사라져갔습니다. 그 얼마후 버스에 타서 서있는데 유리창에 성애가 끼어있어서 밖이 잘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손으로 열심히 닦았습니다. 깨끗해진 유리창너머 정류장에서 누군가 절향해 어색하게 손을 흔들고 있었습니다. (3) 다시 중학때 일입니다. 집으로 가는길에 둘이 앉는 좌석에 혼자 앉아있었습니다. (그 당시엔 버스에 2인용 좌석이 있었습니다. 지난 겨울에 한국에 가보니 다시 2인용 좌석이 생겼더군요) 중간 정류장에서 한 여학생이 탔습니다. 너무나 예뻐서 눈이 부실 정도였습니다. 그 여학생이 제 옆 창쪽자리에 앉았습니다. 전 속으로 하느님께 감사를 드렸습니다. 그 여학생은 앉자마자 책을 펴서 읽기 시작했 습니다. 얼굴도 예쁘지만 공부도 잘할거라고 전 확신했습니다. 천사같은 여학생과 한자리에 앉았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쿵쾅쿵쾅뛰며 좀체로 진정 되지 않았습니다. 뛰는 가슴을 부여잡고 달랜지 얼마가 지나서 살짝 옆을 보았습니다. 그 여학생은 이해가 잘 된다는듯 연신 고개를 흔들며 책을 보고 있었습니다. 전 속으로 감탄을 했습니다. 버스에서 저리도 열심히 책을 읽다니... 또 얼마간의 시간이 지났습니다. 갑자기 탁 하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놀라서 옆을보니 그 여학생의 책이 바닥에 떨어져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아름다운 여학생은 그 아름다운 머리로 버스 유리창을 열심히 닦고 있었습니다. 그 아름다운 입에도 침은 고이더군요. (4) 이번엔 고등학교때 일입니다. 버스에 탔는데 빈자리는 한군데도 없고, 맨뒤에 할머니 한 분이 서 계셨습니다. 뒤엔 대부분이 젊은 사람들이었는데 아무도 양보를 하지 않고 있었습니다. 속으로 화가 나고 민망했습니다. 얼마를 더 가자 자리가 하나 났습니다. 자리 양보도 안하고 뻔뻔히 앉아있는 사람들에게 보이려고 전 그 할머니의 팔을 붙잡고는 그자리로 모시려고 했습니다. 근데 그 할머니께선 꿈쩍도 안하셨습니다. 그래서 한번 더 팔을 당겼습니다. 그러자 그 할머니께선 팔을 홱 뿌리치시며, "아.. 허리 아파서 못 앉는다니까 왜 자꾸 댕겨 댕기길...에이..고이얀.." 그때 만일 버스 창문이 열려있었으면 밖으로 뛰어 내렸을겁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