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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IUC ] in KIDS
글 쓴 이(By): salsu (     살~수)
날 짜 (Date): 1999년 7월 27일 화요일 오후 11시 22분 02초
제 목(Title):       아주머니의 콩나물 국밥 



아주머니의 콩나물 국밥 
                         - 윤 복희 -


 내가 여덟 살 때였다. 아버지가 제작하는 공연이 정부를 비판하는 내용이라

하여 공연마다 흥행에 실패하자 우리집은 엄청난 빚더미에 앉게 되었다.

 결국 아버지는 좌절감을 이지기 못하고 아편을 시작하여 폐인이 되다시피 

하였고, 빚을 갚고 막막한 생계를 꾸려 가기 위해 어머니는 전국을 유랑하는 

악극단을 따라 나섰다. 그러자 아버지는 스스로 아편을 끊겠다는 굳은 결심으

로 마약환자 수용소에 가기로 한 뒤, 어린 나와 오빠를 집 근처 여관에 맡기셨

다. 당시엔 여관에서 밥도 해주었기 때문에 아버지는 치료하고 나오는 대로 비 

용을 갚겠다고 약속한 뒤 우리를 맡기셨다. 여관주인은 유명한 뮤지컬 제작자

인 아버지를 알아보고 선뜻 승낙했다.

 그 뒤 며칠 동안 우리 남매는 그럭저럭 괜찮게 지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 

수록 여관 주인은 우리 남매가 인사를 해도 들은체 만체 하더니 아예 밥도 주

지 않았다. 할 수 없이 우리는 방을 내놓고, 오빠는 여관 구석의 다락방으로 숨

어 들어갔꼬 나는 마냥 거리를 쏘다녔다. 그때의 배고픔은 아직까지도 두고두

고 잊을 수가 없다. 그런데 죽 한 그릇도 귀하던 시절, 여관 주방에서 일하

던 아주머니가 이따금씩 어린 나를 불러 콩나물국에 밥을 말아 주곤 하셨다.

주인에게 들키지 않으려고 몰래 콩나물 국밥을 내게 내주면서 아주머니는 "어

린 것이 무슨 죄가 있다고..." 하며 안타까워하셨다. 그러면 난 또 그 밥을 아껴

두었다가 다락방에 숨어 있는 오빠에게 가져다 주곤 했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그때 내가 맛있게 먹었던 콩나물 국밥은 바로 주방 아

주머니의 귀한 한 끼 식사였다. 나는 요즘도 가끔씩 아주머니가 몰래 말아 주 

셨던 콩나물 국밥을 먹은 덕에 내가 콩나물 음표로 사는 대중가수가 된 것이 

아닌가 생각하곤 한다.

                    <윤복희, 나 있는 그대로>, 윤복희, 문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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