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ngSh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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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ungShin ] in KIDS
글 쓴 이(By): styi (이 승택)
날 짜 (Date): 1996년02월08일(목) 09시30분09초 KST
제 목(Title): 회사 생활하는 사람들을 옆에서 보니까..



학생이라는 느낌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회사에 다녔던
시절이 있었다. 졸업하고 한 6개월쯤?

그때는 무의식적으로 "학교에서 보니까.."하는 식으로
학교라는 단어가 쑥쑥 튀어나왔다.
마치 지금 학생들과 학업을 주제로 이야기하면서
"회사"란 단어를 불쑥 불쑥 꺼내듯이.


4개월 수업 받고 2개월 쉬는 대학 생활을 반복하다가
일년 온 종일 쉬는 것 없이 일하는 분위기에 들어올
때만 해도 뭔가 해보겠다는 의지도 있었지만 한편
많이 부담을 느끼기도 했다.

대부분의 직장인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저녁 8시, 9시
퇴근은 예사라는 것이다.

그런데, 회사에 와서 보니까.. 한 5년 가까이 근무하고
보니까.. 회사 생활이 편하기는 제일 편한 것 같다.

여기엔 집에서 할 일 없이 쉴 때 느낄 수 있는 무료함과 무력감을
적당히 해소해주고 끊임없이 새로운 고민거리를 제공해주기
때문에 자신이 단 한발짝 정도만 앞서나갈 정도의
여유와 준비하는 자세를 견지한다면 늘 편한 것이다.

가끔 회사 생활에 대한 불만으로 열변을 토하는 사람을
본다. 실은 나도 작년 초에 프로젝트가 너무 힘들어서
상사들에 대한 불만으로 가득한 적이 있었으니 예외는
아닐 것이다.

그러나,, 그런 불만을 토로하기 전에 회사를 구성하고 있는 여러
사람들이 보고 평가하는 자신의 모습을 객관적인 시각에서
바라본다면 대부분 문제의 원인이 자기에게 있음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다른 곳은 모르겠지만 적어도 우리 회사, 내가 다닌
곳은 그렇다.


사실, 회사 생활, 대학원 생활, 학원 강사 생활등 ...
자기가 속한 곳에서 시간표를 잘 짜고 어떻게 하든지
시간을 유용하게 보내려는 사람과 해소되지 않는
불만과 싸우느라 감각적이고 자극적인 것을
찾는 사람의 차이는 시간이 지날 수록 벌어질 것이다.


주위를 둘러보면 알아야할 것이 너무 많다.
잠깐 쉴 틈도 없을 정도로... 그걸 놔두고 옆 동료와
시시한 농담 주고 받기에 1시간을 보낸다거나 
헛생각, 공상으로 수십분을 허비하는 것이.. 돌이켜
보면 자지러질듯이 아쉽기만 하다.


친한 사람들에게 이런 느낌을 이야기해주고 특히
후배들에게 "촌음"을 아끼라고 권고해주어도..
듣는 사람만 듣고 다른 사람들은 겉으로만 동조할 뿐이다.


신문에서...

어떤 중년 부인이 백화점에 가면 충동심을 이기지 못해
자꾸 구입하고 싶은 생각이 병적으로 든다는 기사가
실린 것을 본 적이 있다. 그런데 상당 수의 여자들(이미
그들은 애들도 아닌데..)이 거기 동감한다고 한다.

난, 그걸 참 이해하기 어려웠다. 백화점 가면 저렇게
비싸게 살 필요가 있나 하는 확신만 얻고 올 뿐인데...
자기 일이 없으니 그런데에나 시간을 쏟나보다 생각하기
쉬운데.. 아무래도 뭔가 사면 기분이 좋아지니까 그런
데에서 자기 스트레스를 푸는가보다.


그런데 현상은 조금 달라도 나도 비슷한 걸 느꼈다. 전에 겨우 
시간을 내어 종로 서적에 갔는데 .. 컴퓨터 관련 서적이
있는 곳에 갔을 때, 조금이라도 아는 내용이 담긴
책은 전부 다 사고 싶다는 충동을 받았다. 이건 지식에
대한 열정이라기보다 자기 욕심을 쉽게 충족시켜보겠다는
생각으로 보인다.


요새 관심이 가는 Unix의 고급 시스템 프로그래밍,
네트워킹 프로그래밍, firewall은 물론이고 전에 했던ㄴ
Expect/tcl(이거 아주 끝내주는 패키지임..)과
PC H/W, 윈도우 95, 윈도우즈 프로그래밍 등 ...

하지만, 살 돈도 문제지만 그걸 언제 다 본담?


난, 20대 후반, 30대 초반의 한참 지식을 흡수하고 쌓아나가야
할 사람들이 시간을 허비하거나 의욕을 잃고 있는 모습을
보면 너무 안타깝다.

살아 있는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 건지 잘 느껴야할 것 
같은데 말이다...


그 나이에 자기 한계에 도전하고 또 승리하지 못하면 ..
영원히 하지 못할 것이다. 그런 사람들이 나중에 중년이 되어
백화점 같은 데에 자기 인생의 상당 부분을 걸게 될 것이고..
백화점을 비롯한 여러 업체들은 어떻게 해서든지, 야비하게라도
그런 면을 파고들어 이익을 챙기려 할 것이다.


회사에 있다보면 자기 생에 대해서 적극적인 사람과 그냥
가나보다 하는 사람의 두 부류가 보인다.. (어떻게 보면
그런 편함과 유유자적함이 더 고상하고 은혜로운 건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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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짜르트의 아름다움과 쇼팽의 경쾌함, 때론 베토벤의 장중함을  
     앤소니 벤츄라와 같은 그룹이 연주한 느낌으로 모니터의 오선지에     
        담아 감상하면서 나도 플룻의 선율로 참여할 수 있는 때가 오기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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