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ngSh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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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ungShin ] in KIDS
글 쓴 이(By): styi (이 승택)
날 짜 (Date): 1996년02월05일(월) 22시36분04초 KST
제 목(Title): 마치 1년 같이 느껴졌던 지난 이틀..


정확히 이틀 전 이 시각이었다. 집으로부터 호출이 온 것은.
난 집으로 가는 중이었고 늦은 시각도 아닌데 .. 좀 이상하다는
생각이 스쳐갔다. 한참 후에 전화기를 찾았는데 집에서는 아무도
받지 않는다.

'집에서 불이 나서 모두 피했나? 이 시각에 .. 왜 아무도 없지?'

불길한 조짐...


세 번을 시도한 끝에 집에 막 들어온 동생이 받았다. 그리고
알아낸 것이라곤 사촌 형이 교통 사고로 위급히 병원에 
갔다는 쪽지 한 장. 아마 부모님 모두 그곳에 가셨을 거라는
추측이 떠 올랐다.


달려 가는 내내 불안했고 답답했다. 누굴 치었나? 아니면
받혀서 어디 부러지기라도 했을까? 어릴 때부터 나와 
친했던 형인데 그런 일이 생기다니..

어딘지도 모르고 달려간 끝에 우연히 발견한 병원 근처에
차를 세우면서 ...


자정이 가까이 오는 그 시각에, 난 거의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




'아.. 형의 영이 벌써 몸을 떠나 병원 위에 있구나..'



그렇지 않기를 황급한 마음으로 기도하고 병원에 들어갔을
때 수심에 가득찬 친척들의 모습과 얼굴 한 쪽이 퉁퉁 부은
모습의 형수님이 눈 앞에 들어왔다.

7층에 올라가보니 더 심각한 표정의 작은 아버님 두 분이
수술실 앞에 앉아계셨다.

가망 없을거라고 힘 없이 말하는 사촌 동생도 함께...

수술실 앞 의자에 앉아서 기도할 때 난.. 죽었다가
살아난 나사로를 떠올렸다. 회당장 야이로의 딸도, 이름없는
과부의 아들도 기억했다.


그의 영혼이 몸을 떠나 이미 모든 고통에서 벗어나 지극히
평안한 상태에 이르렀음을 오히려 감사할 수도 있었지만 
그래도 무의식적으로라도 .. 일어날 수 있게 해달라고 기도했다.






그러나,


그는 그렇게 떠났다. 다들 잘 있으라는 말 한마디 없이
고개 숙인채 떠났다...

새벽 하늘에서는 눈 같지도 않은 것이 한 송이 두 송이
하늘하늘 내려오면서 영안실로 옮겨온 내 마음을 달래주는 것
같았다.



토요일 오후, 자유로에서 집으로 오다가 앞차가 급차선 변경
하는 것을 피하려고 급정거하다가 그만 차가 돌아버려 옆의
큰 돌에 정면으로 부딪힌 사고였다. 같이 탔던 부인과 딸은
약간의 타박상 정도였지만 그는 늑골이 무너지고 동맥이
끊겨 과다 출혈과 급성 호흡 부전으로 .. 사고 4시간 뒤에
시작한 수술이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이제 겨우 30년 3개월을 이승에서 살고, 그렇게 예쁜
두살바기 딸을 남겨놓고 ..

그의 영면한 얼굴은 창백하고 깨끗했으며 평온했다.
왜 눈을 번쩍 뜨고 일어나지 못할까 하는 의아심이 들
정도로..


상주 역할을 번갈아 할 때만 해도 별로 실감이 안 갔는데
그의 직장 동료들이 보내온 화환을 보았을 때 비로소 눈물이 
났다.

우리 주위를 온통 지배하고 있는 사망의 권세를 느꼈을 때
또 눈물이 흘렀다. 그의 얼굴에 마지막으로 삼베를 입혔을
때 눈물이 솟았다.


그래도 .. 아름답게 보내지는 못했지만, 고향의 양지바른
곳에 그를 묻고 왔으니 마음이 편하다. 큰 아들을 잃은
슬픔에 매일 가서 우실 작은 어머님이 너무 불쌍하다.

누구나 떠나는 것 ... 조금 먼저 간 것이 뭐 그리 대단한가
해도, 또 나이들어 서로 바쁘다보니 명절때 말고 보기가
힘들어 .. 그냥 그렇게 서로 살고 있겠지 하면 마음이
편할 수도 있지만,


그 집 식구들에 눈가에 깊이 새겨진 주름 사이에 그가
보이고, 또 내 기억 사이에 숨어있는 그 모습이 그리워질 때
서러움으로 애닯다 어이하리...


이제.. 사고 조사와 더불어 목격자를 통해 잘잘못이 가려지고
보상 문제가 남았다. 난, 그로 인해 가족들이 다시 고통을
당할까 두렵다.


사촌 형은 지금쯤 영혼들로 가득찬 빛의 세계에 들어가
있을 것이다. 거기에서 위로를 받고 평안과 .. 태초로부터
만들어진 깊은 사랑의 기쁨을 얻고 있을 것이다.

그가 더 오래 살아 생의 고통을 느끼지 않고 일찍 하늘로
가버린 것은 하나님께서 그를 옆에 빨리 두고 싶어하셨기
때문이리라... :)


나중에 나도 그를 다시 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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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짜르트의 아름다움과 쇼팽의 경쾌함, 때론 베토벤의 장중함을  
     앤소니 벤츄라와 같은 그룹이 연주한 느낌으로 모니터의 오선지에     
        담아 감상하면서 나도 플룻의 선율로 참여할 수 있는 때가 오기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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