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SungShin ] in KIDS 글 쓴 이(By): styi (이 승택) 날 짜 (Date): 1996년01월13일(토) 01시23분43초 KST 제 목(Title): 바쁜 연초에 ... 집에 오면 11시 반. 아침에 집 나서면 7시 반... 벌써 8일째 접어든 생활이지만 .. 아직 견딜만 하다. 오전 9시부터 저녁 10시까지 식사하고 양치질할 때 빼 놓고 자리를 뜰 수 없다는 것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이렇게 웅장하고 크고 멋있는 건물의 방 한칸에 5명이 모여 앉아 단 10분 이상의 잡담조차 원하지 않는 상황... 혼자 방을 나설 수도 없지만 그랬다가 길이라도 잃어버리면 꼼짝할 수 없을 것 같다. 벌써 프로그램 라인 수는 2만줄에 이르고 있는 것 같다. 이렇게 긴 프로그램을 종이 몇장에 적어놓은 것을 보면서 하다니... 이젠 프로그램에 관해 이골이 날 정도로 내 스타일이 굳어졌나보다... 알고리즘이나 로직, 자료 구조를 정하고 고치는 것, 디버깅 까지 화면에서 다 하고 있으니 말이다. 오늘은 꽤 늦게 까지 있었다. 11시 반에서야 나섰으니 말이다. 그래도 그렇게 공들여 짜 놓은 프로그램을 보는 사람들이 마음에 들어하니 다행이다. 다음 주에는 확실하게 끝내고 좀 쉴 수 있을까? 아직 긴장감이 덜 풀려서인지 ... 아니면 빨리 끝내고 벗어버리고 싶어서인지 밥을 먹거나 어디를 가거나 ... 늘 한가지 생각에 골똘한 상태이다. 물론 그럴 수 밖에 없는 곳에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이럴 때 ... 참으로 자유가 소중한 거라는 거 .. 그걸 느낀다. 일에 대한 의지와 성취감도 좋지만 ... 그 뒤에 있을 보람을 만끽하면서 쉴 수 있다는 것 ... 어떻게 보면 그거 하나 바라보고 살아온게 아닌가 할 정도이다. 이번 달 안에 ... 이 일이 마무리 되면 ... 그간 볼 수 없었던 친구들도 만나고 짧은 여행이라도 가고 그럴 수 있을까? 어제도 그랬지만 .... 때로는 다른 사람들에게 정말 미안한 느낌이 든다. 일을 빨리 끝내고 ... 다른 사람들이 어려워하는 것을 같이 해결해주어야 할 텐데 ... 내것 하나에만 집중하고 있으니 정말 미안하고, 집에 늦게 들어가서 아침 일찍 나오는 생활만 하다보니까 식구들에게 미안하고 ... 회사에 늘상 지각하니까 동료들 눈치보느라 ... 또 대리 출근 해주는 사람에게 미안하고 ... 교회에서 자주 나오라고 하는데 간다고 약속했다가 번번이 못지켜서 정말 미안하다. 내게 도움을 많이 주던 사람들을 만나지 못하는 것도 마찬가지 .. 이렇게 미안한 감정 속에 살다가 .. 어느 날 갑자기 내가 너무 심하게 살아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자괴심이 들면 ... 갑자기 반발적으로 변해버리는 것 같다. 그럴 때는 회사 상사고 뭐고 가리지 않는 성격이라 ... 음 ... 이번 일은 부디 그러지 않게 ... 부드럽게 끝났으면. -----------------------------------------------------------------o00o---- 모짜르트의 아름다움과 쇼팽의 경쾌함, 때론 베토벤의 장중함을 앤소니 벤츄라와 같은 그룹이 연주한 느낌으로 모니터의 오선지에 담아 감상하면서 나도 플룻의 선율로 참여할 수 있는 때가 오기를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