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ngSh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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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ungShin ] in KIDS
글 쓴 이(By): styi (에스띠)
날 짜 (Date): 1995년09월07일(목) 23시55분21초 KDT
제 목(Title): 순수에 대한 소망



아침에 ... 누가 내가 쓰던 386PC를 구입하고 싶다고 해서
배달해주러 갔다. 내겐 이미 486PC 2대가 있으니 이건 거의
쓸 모가 없어서 싼 가격에 팔겠다고 하이텔에 내놓았기 때문이다.

일단 업자들에게서 급한 연락이 몇 건 왔다. 그들은 어떻게 해서든
깎으려고 한다. 뭐가 안 맞으니 깎고 뭐가 또 없으니 더 깎고 ...

그런 사람들을 보면 그 세계에서 닳고 닳아서 이야기가 전혀 안
통하고 마치 인간성 자체에 여유로움이 전혀 없을 것 같아 보이기
까지 한다.

그런데 우연히 누군가와 통화가 되고 서로의 요구 사항이 맞아서
인도하게 되었다... 아침, 추석 연휴를 앞둔 서울, 특히 여의도의
한가함이 나를 편안하게 해주었다.

전화 상으로 들려온 구입하겠다는 사람의 목소리는 ... 이 사람도
이것저것 따지고 단점을 잡아 깎으려 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심어주고 있었다.

그러나 직접 만나서 이야기해볼 때의 깔끔함이란 ... 믿고 구입
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

자기는 71년생이라고 하였는데 ... 그걸 보면서 ...

가끔씩 순박하고 순수하게 다른 사람의 말을 그대로 믿으면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다시 보게 되는 느낌을 받았다.

아직, 생에 대한 노련미가 없기 때문일지는 몰라도 ...
스스로 가꾸어온 순수함이 보인다.

그런데 ... 회사로 돌아오는 길목에 난 .. 2가지 생각에 ..
슬펐다.

내가 지금의 나보다 훨씬 어린 시절에 가졌던 순수에 대한
소망을 잃어버린 것 같아서 ... 또 그 빛이 너무 바래진 것과
이젠 적당히 포기하려는 것 같아서이고 ...

또 하나는 그 친구가 더 나이가 들어 ... 잠시의 양보가 어려워
길을 휘젓고 다니는 일부 택시 운전자들과 같이 자기만 아는
기성세대중의 한 사람으로 되고 말 것이라는 느낌 때문이다.


어렸을 때 가졌던 ... 그런 순수함을 갈망하는 소망 ...
이제 거울을 바라보며 .. 다시 스스로에게 반문할 때 ...
약간의 자조 섞인 웃음이 흘러나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그것을 느낄 때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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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짜르트의 아름다움과 쇼팽의 경쾌함, 때론 베토벤의 장중함을  
     앤소니 벤츄라와 같은 그룹이 연주한 느낌으로 모니터의 오선지에     
        담아 감상하면서 나도 플룻의 선율로 참여할 수 있는 때가 오기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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