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m : bubble (석 용호) Date : Mon Aug 10 22:57:06 1992 Subject: 사랑의 3요소.(친밀감, 열정, 약속) 안녕하시어요? 잘나가구 막가는 보글이랍니다. 지나간 메모장을 다시 읽다가 옜날 보관해 두었던 어떤 글이 눈에 들어 오 더군요. 혼자 읽기엔 아까운 글이라 "사람들이 가장 많이 왕래하는" 이 곳에 Posting한답니다. "한겨레 신문"의 "상담실 노트"란 칼럼에 실렸던 글입니다. 그럼 적어 보겠습니다. -=-=-=-=-=-=-=-=-=-=-=-=-=-=-=-=-=-=-=-=-=-=-=-=-=-=-=-=-=-=-=-=- 사랑의 3 요소 김원중 (서울대 학생 생활연구소 상담원) 오늘은 서양판 사랑학개론을 소개하자. 미국 예일 대학에서는 로버트 J 스텐버그라는 심리학 교수가 "사랑의 3원색"이라는 제목의 강의를 한다는데, 이것이 미국 청춘들에게 인기가 절정이라고 하여 그 내용을 살펴보니 과연 "말되는 소리"인것 같아 여기에서 간단히 소개하고자 한다. 그의 이론에 따르면 사랑은 친밀함(intimacy), 열정(passion), 약속(commitment)의 3요소로 구성되는데, 이 중 어떤 한가지가 빠진 다고 해서 그것을 사랑이 아니라고 할 수는 없지만 그것이 "완전한 사랑" 일 수는 없다는 것이다. 친밀함이란 둘이 이야기하고 서로 돕고 함께 공유하고 나누면서 서로를 가깝게 느끼는 것이다. 같이 있으면 왠지 편하고, 서로 통한다는 느낌인 이 친밀감은 두사람의 오랜 관계를 통하여 형성되는 것이로서 우정의 핵심요소이기도 하다. 열정은 사랑의 가장 극적인 요소로서 키스, 포옹, 애무, 성행위 등의 육체적 접촉을 통하여 표현되며 또 그러한 과정을 통해 폭발적으로 증폭된다. 이 열정은 마약중독과 같아 두 사람으로 하여금 서로에게 앞 뒤 안가리고 몰두하게 하나, 약 기운이 다하면 또한 순식간에 시들해져 버리는 속성이 있다. "사랑에 속고"라는 말을 할 때의 사랑에는 열정만이 존재했을 가능성이 높다. 사랑의 세번째 요소인 약속은 상대방에 대한 헌신을 의미하며, 보통 언약식이나 약혼의 형태로 표현된다. 어떤 어려운 일이 있어도 늘 두사람이 함께 하겠다는 결심을 서로 나누는 것이다. 당신의 사랑은 어떤가? 과연 이 세가지 요소를 모두 갖추고 있는가? 상담을 하다 보니 우리나라 대학생들은 이성간의 "친밀함"을 소흘히 여기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어떤 사람은 오히려 친밀감은 사랑의 극적 묘미를 반감하는 것이므로 친한 사람과는 사랑을 못하겠다고 한다. 좋아하는 것과 사랑하는 것은 분명히 다른것이라느니, 이성간에 우정은 존재할 수 없다느니 하면서. 이런 생각은 여학생보다는 남학생이, 고학년 보다는 저학년이 더 많이 하는것 같다. 이들은 마치 열정의 뜨거움과 애틋함만이 사랑을 사랑이게 하는 고유한 속성인것으로 여기며, 자기가 뜨거워졌다 싶으면 즉시 장래 약속을 하지 못해 안달이다. 순간의 열정에 들떠 평생을 바치겠다는 것이다. 내 경험에 비추어 보면 실제로 그렇게한 사람들은 얼마 안가서 상담실의 고객이 될 가능성이 높다. 열정이 식고나면 둘 사이에는 어느새 무거운 약속과 책임만이 남기 때문이다. "친밀감"이 결여된 사랑의 유형을 스텐버그 교수는 "얼빠진 사랑"이라고 부른다. 그런가 하면 나이든 분들과 소위 가진사람들 중에는 약속만을 중시하는 경향이 있음도 또한 보게 된다. 친밀함이니, 열정이니 하는 것은 어리석은 감정일 뿐이며, 때가 되면 부모들이 어련히 알아서 짝지워 주기 않겠냐는 것이다. 이러한 유형은 "공허한 사랑"(empty love)이다. 앞에서 언급한 얼빠진 사랑에 한두번 데어본 사람은, 사랑은 다 그렇고 그런것이라고 말하면서 최종적으로 이 공허한 사랑을 선택해 버리기도 한다. 모두 다 안타까운 일이다. 사랑! 그것은 얼마나 어려운가? =-=-=-=-=-=-=-=-=-=-=-=-=-=-=-=-=-=-=-=-=-=-=-=-=-=-=-=-=-=-=-=-=-=- 사랑...그것은 얼마나 힘이 드는가? 자기가 사랑에 빠졌다는것을 알기에, 그 사랑을 고백 하기에, 사랑을 얻기에, 사랑을 지속 하기에, 떠나는 사랑을 마음 속에 간직 하기에, 간직한 사랑을 잊기에... 이토록 아프고 아린 사랑이 왜 우리에게 짐지워 졌을까? ... 이 모든것은 삶의 과정이러니... 잘나가구 막가는 보글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