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ngSh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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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ungShin ] in KIDS
글 쓴 이(By): styi (에스띠)
날 짜 (Date): 1995년03월18일(토) 22시02분57초 KST
제 목(Title): 스위쩔런드 워먼


지난 금요일 오전에 일이 있어서 (조금 멀리) 지하철을 타고
나갔다가 돌아오는 길이었다.

한 외국인 여자가 배낭을 메고 들어오더니 ... 이리저리 둘러
보다가 이내 빈 자리가 없음을 알고 지하철 벽에 등을 기대고
책을 읽는다.

난 궁금했다. 어떤 책을 읽고 있을까? 내가 읽고 있던 영어책
(just 전공 서적)을 덮고 가까이 가보았다. 그런데 조금 이상
하다... 영어로 뒤덮인 것을 사실인데 ... 종종 한자가 보이는
것이다. 겉표지에는 대문짝만한 한자가 그려져있다.

흐음 ... 이상하군?

난 자꾸 말을 걸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말 붙여볼까 ... 말까
... 붙여볼까 ... 말까 ... 그러다가 신도림 역까지 왔다.

이제 나는 2호선을 갈아타러 나가야한다. 그런데 그 사람은 그
냥 책만 보면서 간다.

난 내리는 것을 포기하고 말을 걸었다.

    May I talk to you?

안들리는지 전혀 대꾸가 없다. 다시 한번 물어도 마찬가지이다.
그래서 팔을 손으로 툭 쳤다.

    Hi ... May I talk to you?

꽤 수줍은 외국인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 찰라, 나를 보더니 아
주 반갑게 말을 한다. 이건 봇물 터진 느낌이다. 그가 하는 말
의 40% 정도만 알아들을 수 있었다.

그 여자의 전공은 한방 의학 및 한방 영양학(nutrition part)이
란다.

    Are you a student? Hmm ... but you look a traveler.

그런데 폼이 여행객같아서 이런 말을 했더니 자기는 지금 중국에
서 공부하다가 한국에 여행하러 왔단다. 이 사람은 아무도 자기
에게 말을 걸어주지 않다가 친절해보이는(?) 한국 남자가 말을
걸어 신났나보다... 후후 ...

나더러 서울에서 가볼만한 곳이 어디냐고 묻기에 여기저기를
말해주었는데 ... 이거 ... 나도 사실은 잘 모르니 영어로 제대
로 나올리가 없다.

내가 오늘, 내일 휴가라 ... 나도 어떻게 보낼까 고민중이라고 
했더니 ... 백화점 쇼핑이나 영화보러 가는 것이 어떠냐고 조언
해주던데 ... 헤헤 ...

이야 ... 정말 재미있고 좋더라. 외국인과 영어로 대화를 나누다
보니 ...
그 사람은 스위스 사람인데도 영어를 참 잘하더라 ... 부럽다.
독일어도 잘 할 것 아니야...

우리 나라 사람들은 지하철 안에서 모르는 사람이 말을 걸어오면 
대부분 이상하게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외국인들에 대해서는
전혀 그런 부담이 생기지 않는다. 사실 나또한 그들을 대할 때면 
나이도 개의치 않고 외모도 거의 문제시 하지� 않는다. 한국인을
대할 때 외모가 거칠어보이거나 지저분해 보이면 ... 피하려는 
생각이 드는데 말이지. 

외국인과 이야기해볼 수 있다면 몇시간동안 서울 구경 시켜주면서
돈은 내가 다 쓸 용의도 있는데 ... 한국 자랑하고 영어도 늘리고
얼마나 좋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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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짜르트의 아름다움과 쇼팽의 경쾌함, 때론 베토벤의 장중함을  
     앤소니 벤츄라와 같은 그룹이 연주한 느낌으로 모니터의 오선지에     
        담아 감상하면서 나도 플룻의 선율로 참여할 수 있는 때가 오기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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