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Stanford ] in KIDS 글 쓴 이(By): doolee (텅빈마음.) 날 짜 (Date): 1998년03월11일(수) 17시19분09초 ROK 제 목(Title): 아줌마. Don't know much about AJUMMA 아줌마를 배우는 여덟 개의 단어 1. 시장 바구니 한때 방위병의 도시락 가방이 맡았던 역할을 대신하고 있는 신비의 물체. 일명 '아줌마 파일'이라고도 불린다. 방금 몸빼를 걸쳐 입고 집을 나선 그녀의 시장 바구니에는 무엇이 담겨 있을까? 여기저기서 줏고 오려서 모은 각종 세일 전단, 할인권, 유사시(라이벌 동창생을 만나거나, 차인표 닮은 슈퍼 총각 앞에 갈 때)를 대비한 화장품 세트(대부분 샘플로만 구성된), 찐한 향수, 약간 도톰한 보자기와 화투 세트, 시식 코너에서 괜찮은 반찬 거리를 담아올 수 있는 비닐 봉지(호호, 우리 집 고양이가 좋아하겠네) 등이 대충 밝혀진 내용물들이지만 그 외에 어떤 것이 들어 있는지 알 수가 없다. 최근 FBI의 멀더 요원이 망명한 북한 고정 간첩를 족쳐 알아낸 바로는, 전쟁 발발시에 적의 간부를 미모로 유혹한 후, 논개처럼, 촉석루에 떨어지는 한 떨기 꽃처럼, 껴안고 자폭하기 위한 다량의 폭탄을 넣어다닐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2. 결혼식 아저씨들의 강력한 외출 통제를 받고 있는 그녀들의 대규모 반합법 집회. 사전에 치밀한 연락을 감행한 그녀들은 결혼식 십분 쯤 전에 부리나케 달려와, 빈약한 봉투를 은근슬쩍 디밀면서 식권을 두세 장 확보한다. 이때 하나둘 나타난 동료들과 우정의 수다를 나눈 후 신부 대기실로 우루루 달려간다. 신부에게는 무조건 '예쁘다'는 칭찬을 한다. (이것은 여성들의 불문율인데 그때가 아니면 평생 예쁘다는 소리를 못 듣는 사람들이 생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대기실에서 나와서는 신부와 신랑에 대한 뒷 이야기를 시시콜콜하게 떠드는데, 그들에 대한 각종 루머가 수십 배로 증폭된다. 식이 시작될 즈음 발빠른 동지들은 미리 출장 뷔페 장으로 향한다. 빠른 동작으로 푸짐하게 음식을 먹고, 음식물 쓰레기를 만들지 않기 위해 남은 음식은 준비한 비닐 봉지에 담아 가방에 넣는다. 사람들이 식당으로 몰려올 즈음 재빨리 결혼식장으로 돌아간다. 사진 도장을 꽝 찍고, 식장 앞의 화환에서 생생한 국화들을 한웅큼씩 뽑아서 룰루랄라 집으로 돌아간다. 어떤 동물 사회 심리학자는 그녀들의 이동이 인도에서 가끔 발생하는 거대 메뚜기 떼에 비견할 만한다고 한다. 3. 판타롱 스타킹 아줌마식 스타일을 대표하는, '드러냄과 감춤'의 절묘한 미학의 표출물. 무릎 밑 5센티미터까지 오는 판타롱 스타킹에 역시 무릎 밑 5센티미터까지 내려오는 치마를 입는데, 그 보일 듯 말 듯의 절정은 지하철 좌석에 펑퍼짐한 엉덩이를 디밀 때에 이루어진다. 무릎 위로 성큼 올라가는 치마 속에서 두툼한 두 다리가 방긋 웃으며 기어나오는데, 그 자체로 약간 벌어진 다리는 그녀가 서서히 졸음에 빠져 들면서 점점 간격이 커진다. 그러다 화들짝 잠이 깨어 두리번거리는데, 앞 자리 사람들이 왜 시선을 앞에 두지 못하고 딴전을 피우는지 알아채지 못한다. 겨울에는 무릎 위 5센티미터까지 오는 빨간 속바지를 두세 개 껴입는 것으로 이 패션은 더욱 빛을 발한다. 여기에는 다른 숨겨진 이점들도 많다고 한다. 순발력이 현격히 저하되는 중년 이후 얼음판에 미끄러져 다치는 일도 방지할 수 있고, 혹시나... 가로등 꺼진 밤길에, 그것도 깜깜한 그믐밤에, 안개가 자욱해 한치 앞도 볼 수 없는 그런 날에, 술 취한, 한 5년쯤 옥살이를 하고 갓 출소한, 강아지탕에 물개 그것까지 실수로 먹은, 배짱 두둑한, 비위 좋은, 변태 강간범에게 혹시나, 정말 혹시나 당하는 일도 미연에 방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4. 모싱(moshing) 록 콘서트에서 로커나 그의 팬들이 열광하는 군중들 위로 몸을 던지는 행위. 심한 경우 목숨을 잃는 경우도 발생한다. 새파란 십대 여학생들이 오빠 부대니 뭐니 만들어서 발광을 하지만, 록의 정신을 몸으로 실천하는 데는 한때 레이프 가렛에게 속곳을 던졌던 우리 어머니들을 능가하지 못한다. 그녀들은 지하철 등 혼잡한 지역에서도 빈 자리가 생겼다 하면 과감하게 군중 위로 몸을 던진다. 그러나 이때 대다수의 군중들은 겁을 집어먹고, 모세의 호령을 받은 홍해의 바닷물처럼 '쫘악' 갈라져 버리기 때문에 극적인 모싱 장면을 목격하기는 힘들다. 록의 또 다른 정신인 연대와 화합이라는 면에서도 그녀들은 뒤처지지 않는다. 한 명이라도 빈 자리에 앉으면 커다란 덩치와 가방 같은 각종 소품들을 동원해 동료들을 위한 자리를 확대해간다. 아무리 피곤하더라도 그 자리를 침범하지 말라. 결코 편안한 여행이 되지 못할 것이다. 5. 떡칠 화장 피부 세포의 상태를 전혀 파악할 수 없게 만드는, 심지어 얼굴의 윤곽까지 감추어버리는 그녀들만의 공포의 예술 활동. 두꺼운 물감을 쓰는 유화적인 기법의 추상화 계열의 작품들이 많다. 어려운 세상을 살아가는 처세의 기술, 왕뻔뻔함이 그녀들의 예술혼을 자극해서 나타난 결과물이기도 하지만, 그 첩첩의 가면 아래 숨어 있는 공포의 얼굴을 감추려는 의도가 더욱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려는 그녀들의 갸륵한 마음이여. 6. 초강력 무선 전화기 힘겨운 생활 전선에서 살아가지만 첨단의 유행에도 절대 뒤떨어지지 않으려는 그녀들. 골프장 회원권은 엄두도 못내지만, 아저씨 따라 백화점 옥상의 골프 연습장에 다녀온 후엔 꼭 골프 우산을 어깨에 둘러매고 다닌다. 그리고... "자기~ 지금 뭐해?" "와 또 전화질이고? 집에서 그리 할 일이 없더나?" "아이 자기~ 여기 집 아니야. 나 지금 어디 있~게?" "어디긴 어디라? 남의 집에 가서 전화하면 누가 좋아하더나?" "그게 아니라, 나 지금 순대집 앞에 걸어가면서 전화하고 있어?" "뭐라꼬, 니 또 사고쳤나? 휴대폰 샀나?" "호호호, 당신 쥐꼬리 같은 월급에 휴대폰은 무슨. 그래도 남들 하는 건 다 해야잖아. 집에 있는 무선 전화기 성능 확인하려고 가지고 왔어. 자기 나 보고 싶으면 언제든지 전화해." 그녀는 두꺼운 전화기를 옆주머니에 꽂고 하늘거리는 머리카락을 귀 뒤로 빗어 넘기곤 우아하게 순대 가게로 들어갔다. 7. 택도 없심데이. 아들은 행님 댁에 보냈구만, 뭐 그리 걱정을 합니꺼. 앗따 밥 묵는 건 항우 장사민서 힘 쓰는 건 와 그 모양이라예. 택도 없심데이. 들어오는 건 당신 맘대로지만 나가는 건 당신 맘대로 안 되는 기라예. 에고 저거도 사내라꼬, OO 차고 다니나. 내사 마 넘사시러버서 어디 가서 말도 못한데이. 아무래도 뭔가 심상찮단 아입니꺼. 당신 와 요새 집 구석에서 코빼기 보기가 그리 힘듭니꺼. 보소 와 눈을 피합니꺼. 바른대로 대라 말입니더. 이리와 보이소, 내가 오늘은 꼭 확인해봐야 쓰겠심니더. 내 눈을 속일라꼬예, 택도 없심데이. 8. 묻지 마, 관광 그녀에게 어디에서 왔는지 묻지 마라. 누구의 소개로 오게 되었는지 묻지 마라. 어찌 이리도 예쁜 손을 가졌냐고 묻지 마라. 어디에서 스탭을 배웠는지 묻지 마라. 남편의 직업이 무언지 묻지 마라. 남편이 출장갔을 때는 무얼 하느냐고 묻지 마라. 그녀의 이름을 묻지 마라. 그녀의 전화번호를 묻지 마라. 그녀에게 이번 주말이 어떠냐고 묻지 마라. 그냥 이 순간 포근히 안아 주는 것으로 만족하라. 왜냐고 묻지 마라. -- 이제는 여자친구들이 모두 아줌마가 되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