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tanford ] in KIDS 글 쓴 이(By): doolee (텅빈마음.) 날 짜 (Date): 1997년12월13일(토) 11시32분38초 ROK 제 목(Title): 저 무사히(?) 도착했어요.... 오래간만이지요? 14시간을 날라와 도착한 서울. 군데군데 남아있는 눈, 흐린하늘이 제일 먼저 눈에 띄었구요. 세관에서부터 집에 오기까지 만난 모든사람들의 화두는 경제 얘기뿐이더군요. 세관아저씨 저보구 뭔 짐이 이리 많냐구 하면서 가방 열어보래서 작은거 하나 열어서 보여주니 기겁을 하더군요. 빨래밖에 없다니까 안믿더니... :) 술, 담배도 안샀냐고 해서 회사이름대고 1년 살았는데 막판에 돈 없어서 고생했다니까 더 안물어보더군요. 노트북도 LG-IBM이라 별 문제없었구. 공항에 가서보니까 지갑에 20불짜리 한개랑 동전 몇십센트, 그리고 한국돈 2만3천원 있더군요. 동전 털어서 SF Chronicle 하나 사구, 인사 못드리고 온 고마운 분들께 전화드리고, 신문보다 졸다하다가 비행기를 탔더랍니다. 비행기는 완전히 꽉 차서 왔네요. 이런얘기하면 안되지만, 옆에 앉은 필리핀 아줌마땜에 머리가 아파서, 혹시 자리바꿀데 없나하구 언니 한테 물어보니까 한자리도 안비었대요. 그러더니 냄새때문에 그러시죠? 하더니 물수건 갖다주면서 얼굴에 덮고자면된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잘 잤어요. 역시 칼 언니들이 친절해.. 새벽에 얼떨결에 불려나와 노가다 뛰어준 nameless께 감사. lordkim은 라면이랑 통조림이 무명용사 없을때 도움이 되길. tristan도 낡은 할로겐 램프 처리해줘서 고맙고.... 다들 행복해고 건강하길... 토요일아침. 금요일저녁의 Stanford를 떠올리며. doolee..... @Stanford에 잘먹고 잘사는 학생들도 있지요. 하지만, 자기를 '엄마'라고 부르는 노란머리 애기들 봐주면서, 방문판매원하면서 형수들이 벌어오는 '달러'로 공부하는 선배들도 있었어요. 한국에 와보니 1불모으기, 가락지 모으기 등등의 별별 해괴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더군요. 닭질은 누가하고, '고통분담'은 왠말인지. '머리는 빌려도 건강은 빌릴수 없다'던 사람은 누구 머리를 어떻게 빌린건지, 모가지를 비틀어버리고 싶고. 200억이 모자란다는데 1불씩 4천만이 모으면 1억도 안되겠다는 계산이 먼저 떠오르는 저는 아무래도 애국자가 아니라는 자괴감도 들고. 그래도, 이런 저에게 들어가서 경제를 살려달라던 , 여러분들의 황당한 기대에 부응하기위해 월요일부터 출근합니다. 내일은 짐싸서 내려가야겠지요. 어쨌든, 진짜 안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