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nford

[알림판목록 I] [알림판목록 II] [글목록][이 전][다 음]
[ Stanford ] in KIDS
글 쓴 이(By): Robin (Robin)
날 짜 (Date): 1997년11월18일(화) 11시27분29초 ROK
제 목(Title): 한국 경제에 대해 -- my view

한국 경제에 대해 -- my view

11 월 15 일자 "The Econimist" 는 아시아에서 파생된 금융 
위기로 인해 세계 경제가 심각한 슬럼프에 빠지지 않는가 하는
데 대한 특집 기사들이 실려 있더군요. 그중 "아시아 경제의 
위기 --- 얼마나 더 추락할 것인가?" 라는 제하의 기사는
아시아 경제 위기의 원인과 처방에 대해서 탁월한 분석을
싣고 있습니다. 태국과 인도네시아등, 동남아시아에서 시작된
아시아 금융 위기가 이제는 한국에까지 이르고, 현 시점에서
한국의 위기 상황이 어떻게 전개되느냐에 따라 일본, 중국에
이어지는 동아시아 전체의 경제상황, 나아가 미국까지 포함한
전세계 경제의 장래가 영향을 받게된 시점이라고 인식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미국의 백악관에서 한국의 금융 위기를 예외
주시하고 있는 것이나, IMF 에서 구제 금융을 고려중인 것이나
그 모든 것이 글로벌 경제체제하에서 한국의 문제가 한국만의
문제로 끝날 수 없게 된 요즘의 사정을 잘 반영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거시경제 시간에 멕시코 페소화 폭락 사태를 다룰 때나, 태국의
바트화 위기, 인도네시아 루피화 폭락 등을 목격할 때에는 
그래도 남의 일이라고, 태국이나 남미에서 � loopb� 클래스메이트를
보면서 어느 정도 우월감을 느낄 수도 있었는데, 이젠 똑같은
문제가 우리의 것이 되고 보니 참 망연자실하기도 하고, 어쩜
이렇게 똑같은 사태를 당하면서 그들로부터 배울 수 있었던 
교훈들을 하나도 배우지 못한 채, 고스란히 그들의 길을 답습
해야 하는지 암담한 생각도 듭니다.

이 기사에서 충고 (이젠 충고라기 보다는 경고에 가깝지만)하는
내용들은 결코 새롭달 것도 없고, 복잡할 것도 없습니다. 문제는
정책 입안자들이나【� 얼마나 일관성을 가지고 장기
적인 안목에서 해결책을 모색해 나가느냐인데, 제 개인적인
견해로는 비관적입니다. 결국 IMF 나 혹은 다른 형태가 되던지
간에 한국에 대한 구제 금융이 주어질 가능성은 매우 크다고 
봅니다. 

IMF 의 구제 금융이 주어진다는 것은 비유적으로 말해서 
파산한 회사에게 저리의 긴급 융자를 주어 금융 시장이 회생
되도록 하는 것과 같습니다. 따라서 IMF 구제 금융이란 극단적
으로 말해 한국 경제의 파산과 같다고 볼 수 있겠지요. 그러나
심정적으로는 부끄러운 일이지만, 자본 시장이 완전히 붕괴되는
것 (회사가 부도나서 완전히 없어져 버리는 것) 보다는 훨씬 
낫다고 봅니다. 또 한가지 이 경우 생각해 볼 수 있는 장점중의
하나 (국내 금융 기관들이나 금융 정책의 헤게모니를 가진 정부
기관들에겐 크나큰 단점이자 어려움이자만)는, IMF 등과 같은
기관들이 우리나라 금융 시장 구조의 게임의 법칙을 바꿀 수 있
는 권한을 갖는다는 것입니다. 그들은 채권자 입장에서 한국 
금융 시장 더 나아가 경제 전반에 걸쳐 포괄적인 감독권을 수행
하려 할 것이고, 이는 결국 우리 정부나 국내 금융 기관들이 
그토록 꺼려하던 금융 시장의 완전 개방과 외국 금융 기관들
과의 치열한 자유 경쟁이 시작됨을 의미합니다.

많은 금융 기관들이 문을 닫을 지도 모르고, 그에 따라 한국 
경제가 치러야 할 대가는 작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결국
이 길은 우리가 한 번은 반드시 통과해야 하는 시련이며, 
궁극적으로는 한국 경제에 플러스 요인이 될 것이라고 믿습
니다. 물론 우리 정부의 입장에서는 이 모든 과정을 계획된
수순에 의해 최소한의 피해만을 입으면서 소위 '연착륙'하려던
시도가 무산된 셈이긴 하지만, 어짜피 그것이 불가능한 것이었
다는 것이 지금 드러난 이상 (정치적인 이유 + 경제적 이유)
솔직하게 현상황을 인정하고 합리적인 수순을 밟는 것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한가지 불안한 점중의 하나는 일본 경제입니다. 멕시코를 
비롯한 남미의 금융 위기의 경우에는 미국이라는 건실한 방패
막이가 있었습니다. 우리의 경우에는 일본이 어느 정도 그 
역할을 해야하는 데 현재 일본의 금융 시장도 우리와 똑같은
문제 (원인은 다르지만)로 인한 고통을 받고 있어서 버팀목
역할을 기대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리고 사실 앞서 지적된 
우리나라 금융 시장의 왜곡된 구조는 일본에서 그대로 배워
온 것들이기도 하구요.

우리나라의 정치나 경제에서 가장 큰 병폐중의 하나가 '기본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스스로의 잠재 의식속에도
부지불식간에 '차근차근 합리적으로 풀어나가는 것'보다는 '재수
를 바라고 일시적인 속임수나 요행수를 바라는 경우'가 상대적
으로 많다고 생각됩니다.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못막는 
경우가 유난히 많은 우리의 현실을 보며, 나 하나만이라도
작지만 기본적인 것들에 충실하자고 다짐을 해 봅니다. 

글을 마치면서 사족 한가지 :
같은 일자의 'The Economist' 독자편지란에는 한국 재경원
담당자가 이 잡지의 한국관련 기사에 대해 반박한 글이
실려 있습니다. 꽤 유려한 영어와 논리적으로 하나 하나
지적한 점들이 돋보입니다. 재경원 입장에서 꽤 타당한
지적들이기도 하구요. 그러나 '제' 눈에는 통계적인 자료를
바탕으로 전개되는 (The Economist 가 신뢰받는 가장 큰 이유
중의 하나입니다.) The Economist 의 입장에 더 공감이 갑니다.

[알림판목록 I] [알림판목록 II] [글 목록][이 전][다 음]
키 즈 는 열 린 사 람 들 의 모 임 입 니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