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tanford ] in KIDS 글 쓴 이(By): nameless (무명용사) 날 짜 (Date): 1997년02월23일(일) 02시44분30초 KST 제 목(Title): 한분의 교수님과 두명의 학생. 이번학기에는 전공 하나와 영어 하나를 듣는다. 영어는 언제나 기본으로 한개정도 듣는 거고(그런대도 이모양이니... 쩝...) 전공은 직접적으로 내 연구와 연관성은 없지만 기본 시스템이 같기에 기초나 닦을 생각으로 옆동네 과에 가서 듣게 되었다. McConnell 교수님의 Biophysical Chemistry라는 과목인데 혹시나 Monolayer 공부를 하시는 분들은 웬만하면 알만한 거장중의 거장이시다. 하도 이 분야에서 유명하신 분이라 마치 방학때 '저자 직강' 이라고 선전하던 문구를 떠올리며 첫수업을 들어가 보았다. 70이 넘으셨다는 소문답게 머리도 약간은 벗겨지시고 한눈에 경륜과 학식을 느낄 수 있는 할아버지 교수님이셨다. 더욱 놀라웠던 건 수강하러온 학생이 나까지 포함해서 두명밖에 없다는 사실이었다. 교수님께서는 조금은 멋적어 하시면서 자네들만 괜찮으면 난 상관없네...하시면서 수업을 진행하셨다. 성적은 자네들이 시험을 보던지 페이퍼를 제출하던지 원하는대로 하라는 말씀과 함께... 화학과 교수님, 물리과 더글라스라는 미국애, 그리고 나. 이렇게 삼인삼색의 구성원으로 수업은 시작되었다. 세명이서 하는 수업은 정말 보통 수업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만큼 나에게는 고통이었다. :) 더군다나 3주 전 쯤에는 더글라스라는 친구마저 학회차 한주를 빼먹는 바람에 정말 교수님과 나 단 둘이서 수업을 하게 되었으니... 아마 이런 경험은 우리네의 십년이 넘는 학교생활중에 그리 흔하지 않을 것이다. 이렇게 수업을 단둘이 하다보니 달라져야 하는게 몇가지 있는데... 무엇보다 도대체 수업시간에 딴청을 부릴 수가 없다. 보통 난 수업을 알아듣지도 못하니까, 멍하니 하늘을 바라본다든가, 한국에서의 달콤했던 시절을 그린다던가, 아니면 나의 주특기인 수면을 취하곤 했는데... 학생이 나 혼자뿐이니 이 모든것을 할수가 없는 것이었다. 게다가 교수님이 나 혼자만을 대상으로 수업을 나가시기 때문에 가끔은 '아하...' '그렇군요...' 하면서 알아듣는 척이라도 해야하고 정말 가끔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질문도 해야 하니... 정말 75분 수업 끝나고 나면 머리가 아플 지경이었다. 하지만 그런 한두명의 학생임에도 불구하고 수업 시작하기 전에 꼭 먼저 오셔서 그날 수업하실거 일일히 읽어보시는 노교수님의 모습을 뵈면 숙연해 질수 밖에 없었다. 한국에 있을때에는 강의가 열리려면 최소한의 인원이 있어야만 가능했던 것 같다. 내 모교의 경우 5명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지금은 없어지지 않았을라나?) 물론 학교의 행정이나 운영상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불가피한 조치라는건 알지만... 배우고자 하는 열정을 가진 단 한명의 학생을 위해 강의를 오픈하는 이곳의 그 자유스러운 풍토가 부럽게 느껴지는 것 또한 사실이다... 무명용사... ------------------------------------------------------------------- 추억은 아름다운것. 그리고... 그 추억을 그리며 산다는 건 더욱 아름다운것...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