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tanford ] in KIDS 글 쓴 이(By): nameless (무명용사) 날 짜 (Date): 1997년02월15일(토) 09시41분17초 KST 제 목(Title): 성 발렌타인 데이 오늘은 2월 14일 발렌타이 데이이지요. 사랑하는 사람들끼리야 서로 선물 주고받고 운의를 돈독히 하는 의미있는 날일 수 있겠지만, 한국에서나 이곳에서나 연인이 없는 사람에게는 참 씁쓸한 날일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곳의 발렌타인 데이는 한국의 그것과는 조금 다른 모습인 것 같아요. 우선 한국의 발렌타인 데이는 연인들끼리, 그중에서도 여자가 남자에게 사랑을 고백하는 날이라고 알려져 있었던 것 같은데... 그 얘기를 외국애들에게 해주면 굉장히 놀라더군요. 이곳에서는 남녀구별은 없는 건 물론이고, 부모님, 친구들, 교수님들... 하여간 고마운 사람들끼리 사탕이나 카드를 교환하는 날로 생각하는 듯 합니다. 수업에 들어가면 어떤 교수님들은 사탕이랑 쵸콜렛 같은 것 교실 한가운데에 놔두고 먹으면서 수업을 하기도 하니까요. 백화점에 가면 발렌타인 데이용 쵸콜렛을 예쁘게 포장해서 팔기도 하고 꽃가게가 붐을 이루는 건 한국과 비슷한 것 같아요. 하지만 기만원씩 하는 말도 안되는 쵸콜렛은 아니구요. 끽해야 10-15불 정도...(물론 싼 슈퍼에 가면 4-5불짜리도 많이 있지요.) 그런 물질적인 말고 보다 더 낭만적인 풍경을 든다면, 북스토어 앞에 일일 꽃가게가 섰더군요. 장미와 카네이션, 그리고 튜울립을 팔던데... 휴... 누구 줄 사람 있으면 사고 싶기도 하더구만요. :) 그리고 오늘자 스탠포드 데일리 맨 뒷장에 보면, 사랑하는 사람에게 보내는 메시지가 있더군요. '사랑하는 순이에게... 발렌타인 데이에... 너의 사랑 돌쇠가...' 하는 식으로요. 이런 공공 신문에 자기 이름이 나오면 참 황당하면서도 기쁠것 같아요. 보다 더 깜짝 놀랄수 있는 건 'Valentine's Serenade'라는 건데... 일종의 합창단이 사랑하는 사람의 집 앞에 가서 사랑의 세레나데를 불러주는 겁니다. 와... 정말 상상만 해도 감동적일 것 같아요. 물론 이런 모든것 들이 다 돈을 받고 하는 거니까 어쩔 수 없는 상업주의에 물든 미국의 모습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가 될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술한잔, 외식 한번 먹는 돈 아껴서 이렇게 사랑의 마음을 표현할 수 있는 한 남자와 그 사랑을 고마운 마음으로 온전히 받아 줄수 있는 한 여인이 있다면 그들의 유학생활은 훨씬 행복하지 않을까요?... 블랙데이에 짜장면이나 먹을 생각하는... 무명용사... ------------------------------------------------------------------- 추억은 아름다운것. 그리고... 그 추억을 그리며 산다는 건 더욱 아름다운것...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