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tanford ] in KIDS 글 쓴 이(By): nameless (무명용사) 날 짜 (Date): 1996년09월04일(수) 09시40분12초 KDT 제 목(Title): 놀라운 Stanford의 교수님. 어제(9월 2일)은 labor day, 즉 노동절이었습니다. 대부분의 미국의 휴일이 그렇듯이 월요일에 위치한 관계로 토,일,월 3일의 황금 연휴였지요. 일요일에, 성당을 가도 한국식당을 가봐도 사람들이 퍽이나 줄었다는 걸 피부로 느낄수가 있었습니다. 아마 근처로 여행을 갔나 봅니다. 외로운 싱글 유학생이 항상 그렇듯이(?), 휴일인 어제아침 일찍 오피스에 갔습니다. 실험한것 분석할게 조금 있어서 컴퓨터를 보고 있었지요. 오전이라 그런지 아무도 나와있지 않았습니다. 한 10시쯤 되었나, 누가 컴퓨터실로 들어오는 겁니다. '휴일에도 나오는 부지런한 이가 누군가?' 하며 돌아보는데 제 지도교수님이 아니겠습니까? 덕분에 점수좀 땄겠네 하고 생각하며 인사를 드렸지요. 근데 신기했습니다. 저야 퀄이 한달 남았으니 어쩔수 없이 나온다고 해도 부족한것 하나 없는 저명한 교수가 뭐하러 휴일 아침부터 나올까? 도대체 뭘 하나 하고 실험실로 한번 들어가 보았지요. 아무도 없는 빈 실험실에서 혼자 뭘 뚱땅거리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되지도 않는 영어로 물어봤지요. '지금 뭐해요?' 그랬더니 뭘 확인해보고 싶은게 있어서 실험을 한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제가 물었죠. '근데 직접 하세요?' 교수님 대답이, 회사에 있는 연구팀에서 무슨 조언을 물어 왔답니다. 근데 학생들은 각자 자기 연구 테마가 있고 이건 그것들과는 관계가 없는 거라 자기가 직접 한다는 거예요. 이런것까지 학생을 시키면 unfair하다나요. 그 말을 듣고 상당히 놀랐습니다. 한국에 계신 교수님들중 얼마나 이런 경우에 직접 실험을 하실까 하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이곳에서 공부를 하면서 한국과 가장 큰 차이점이 무얼까를 가끔 생각해보곤 합니다. 시설? 한국에서 공부할때와 비교해보면 그리 미국이라고 큰 차이가 있는 것 같지는 않아요. 학생들 똑똑하지요. Stanford, MIT, Caltech 같은 사립대 출신들 중에는 정말 똑똑한 친구들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에서도 그 정도 우수한 친구들은 많이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교수님들의 태도는 한국과 이곳이 많이 틀린 것 같아요. 물론 개인적인 차이는 있겠지만 한국의 많은 중진급 이상되시는 교수님들은 사실 실험실에서 일하시는 경우가 거의 드물지 않나요? 최근에 교수직에 부임하시는 젊으신 분들은 그 전세대와는 많이 틀리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제가 여기 오기 직전에도 , 젊은 신임교수님이 부임하셨는데 자정전에 집에 가시는 모습을 별로 못보았으니까요. 그런 분들이 10년, 20년 이후에도 변함없이 연구에 대한 열정을 간직하시고 우리들도 그에 못지않게 젊음을 불사른다면 우리 한국의 과학발전은 시간문제 아닐까요? 그날이 올때까지 열심히 뛰어보자구요... 무명용사... ------------------------------------------------------------------- 추억은 아름다운것. 그리고... 그 추억을 그리며 산다는 건 더욱 아름다운것...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