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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쓴 이(By): parkeb ()
날 짜 (Date): 1998년 6월 17일 수요일 오전 09시 24분 36초
제 목(Title): [축구] 한수산씨의 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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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포츠               [펀글] 작가 한수산이 말하는 월드컵..           번호:212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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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8년 06월 15일월요일 13:48>
   
      <포럼>월드컵은 아직 끝나지않았다-한수산(세종대교수)
 
  [altText]축구가 종교라면 월드컵은 그 聖地(성지)다. 성지
           순례를 떠난 우리 선수들이 바친 첫 기도는…그러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축구는 소박하다. 경기를 위한 특별한
 ‘교양’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야구나 농구, 그 어느 경기와
 비교해 보아도 알 수 있듯이, 플레이어에게 특별한 숙련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이 단순성이야말로 축구를 인류가 열광하는
 사랑받는 운동으로 만드는 요인이다.
 
 처음 야구장을 찾은 관중이 ‘파울볼’을 ‘홈런!’하고
 소리치다가 망신을 당하는 일 따위가 축구장에서는 없다. 똑같이
 관중석으로 들어가버리는 볼인데도 왜 ‘파울볼’과 ‘홈런’의
 가치가 그토록 엄청난 것인지를 분별하기 위해서는, 그렇다,
 야구에는 교양이 필요하다.
 
 그라운드 전체에 선수들을 풀어놓고 ‘너희 마음대로 해
 봐라’하는 無定型(무정형) 그 無制約(무제약)이야말로 축구가
 ‘인간은 자유이다’라는 명제에 얼마나 가까이 있는지를
 생각하게 한다. 그러나 축구만큼 인간의 신체를 전폭적으로
 제약하는 스포츠도 없다. 그라운드에서 펼쳐지는 스포츠 가운데
 인간의 손을 제약하는 스포츠는 축구밖에 없다.
 
 육체는 전폭적으로 제한하면서 규칙은 거의 무제한으로
 방임하는, 이 축구의 궁극적 존재방식에 우리는 열광하는
 것이다. ‘인간의 조건’이라는 한계를 설정하고, 그것에
 도전하여 극복한다는 정신에 그 어떤 스포츠보다도 가깝기
 때문이다.
 
 또하나, 축구는 스코어가 적게 나는 경기이다. 그러하기에
 축구는 어떤 경기보다 ‘예상’이 어렵다. 우리의 삶이
 그라운드에 축약된다.
 
 인생이 또한 그렇지 아니한가. 자신의 인생조차 예상할 수 없는
 것, 그것이 우리의 삶이 아니던가. 우리를 그토록 열광하게
 하고, 우리를 또한 그만큼 참담하게 하는 요인이, 그 어떤
 스포츠와 달리 축구에는 이렇게 가득하다는 점. 그것도 이
 스포츠가 우리의 삶과 너무나 닮아있기 때문은 아닐까.
 
 첫 게임이 참패로 끝나자마자 언론은, “세계의 벽은 역시
 두꺼웠다”고 한다. 그런말로 이번 월드컵을 또 끝내서는
 안된다. 이번주 시사주간지 ‘타임’월드컵 특별호는 적고 있다.
 “축구는 정치인이할 수 없는 것을 말한다. 축구경기에는
 근본적인 정직성이 있다.” 좀더 정직하자는 것이다. 우리가
 세계 축구의 16강이 될 자격이 있는가. 정직하게 물어야 한다.
 구멍이 뻥뻥 뚫린 잔디구장과 프로축구 경기장의 텅빈 관중석을
 생각하면, 겸손해야 한다. 월드컵 연속 출장의 영예도 몇몇
 천재적인 축구선수와 가정을 희생하며 축구에 몸을 바쳐온
 광적(?)인 지도자에 의한 특수한 결과로 알고, 먼저 감사해야
 한다.
 
 이제 또 언론은,“벨기에도 깬다! 네덜란드도 박살낸다!”는
 투로 국민을 자폐증환자로 만들어서는 안된다.
 
 ‘김도훈 원톱’이라는 급조된 카드, 거기에 기대를 걸고 밤잠을
 설친 애국심이란 얼마나 몽매한 것이었던가. 차범근감독이
 만들어온 공격의 시스템이 있었고 공수의 패턴이 있었다. 그게
 통하는지 어떤지를 세계를 향해 한번 써먹어보지도 못하고,
 우리는 ‘선수관리의 허점’속에 허무하게 무너졌다.
 
 패스 연결이 어땠고, 수비의 허점이 어땠고 하는 이야기는 다
 부질없다.
 
 차감독의 심정은 얼마나 참담할 것인가. 그토록 절치부심하며
 닦아온 대표팀의 조련. 재목을 다 마름질해서 집을 세우려고
 하니 믿었던 대들보는 뒤틀려 있고, 기둥 하나는 금이 가 있는
 것을 확인하는 목수의 심정, 바로 그것은 아니었을까. 게다가
 선수퇴장이라는 이 경악!
 
 현역에서 벗어나 36세에 후진을 키우기로 했던 그의 선택,
 그러나 40세에는 영광으로만 이어졌던 선수생활과는 달리
 감독으로서의 좌절 또한 맛보아야 했다. 그가 떠맡은 대표팀
 감독이란 자리는, 96년 이란에 6대2라는 충격적인 스코어로
 참패한 한국팀 최악의 상황이었다. 그 팀을 이끌고 절치부심한
 차감독은 단숨에 월드컵 예선통과라는 쾌거를 이루어, 우리를
 열광하게 했었다.
 
 그는 멕시코전을 앞두고 어떤 기도를 올렸을까.
 
 월드컵 개막 전전날이었다. 일본의 NHK위성방송에서 나는
 합숙장으로 향하는 승용차 안에서 아내의 손을 꼭 잡고 있는
 그를 보았다. 그 영상 위로 “축구가 저의 삶일 뿐”이라는
 차감독의 말이 흐르고 있었다.
 
 이제 45세, 이만큼이라도 대표팀을 조련해 준 그에게 감사한다.
 그리고 남은 경기에서의 선전을, 투혼을 기다린다. 축구의
 정직성에 근원을 둔 아름다운 투혼을. 월드컵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한수산, 작가세종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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