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SportsLeisure ] in KIDS 글 쓴 이(By): IH8U (마담 X) 날 짜 (Date): 1997년05월19일(월) 19시07분26초 KDT 제 목(Title): [X칼럼] ".. 인간적인.." .. 십여년전 게리 카스파로프가 20초반의 나이로 당시 세계체스참피온이던 카르포프를 누르고 체스의 정상에 올랐을때 사람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아직 인생을 잘 알지도 못할 나이에.. 인류 지능의 정상에 오른 것이다. 어떤이는 체스에 대한 모독으로 생각했지만 그의 독주가 계속되면서 사람 들은 그를 '신의 손'이라고 추켜세웠다. 얼마후 동양에서는 한 떡거머리 소년이 비슷한 일을 해내었다. 10대의 소년이 바둑의 세계정상에 등극한 것이다. 아직 인생을 잘 알지도 못한 나이에.. 사람들은 바둑의 존엄성에 대한 모독이라 하였고 이내 그들은 그를 '신산'으로 부르기 시작하였다. 며칠전, 사람들은 참으로 믿을수 없는 장면을 TV화면을 통하여 접해야 했다. 혼자 하늘을 쳐다보며 무어라 중얼거리던 카스파로프가 고개를 휘휘 젓더니 자리를 박차고 퇴장한 것이다. 10여년간 체스의 정상을 군림해온 체스의 황제가 컴퓨터에게 어이없이 무너져버린 것이다. 이 뉴스는 곧 온 세계에 전파되었다. '기계의 지능이 인간을 드디어 앞지르다!'.. 게임후의 인터뷰에서 카스파로프는 매우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 "컴퓨터가 이번에는 매우 '인간적인(human)' 수를 두었다.." 인간적인.. 우리는 이 단어를 매우 진지하고 솔직하며 이해심이 많다는 뜻으로 사용한다. 그러나 카스파로프가 한 의미는 무엇일까? 예전에 이 떡거머리 소년이 조용히 바둑계에 등장했을때 사람들은 이런 이야기를 하였다. ".. 그는 기계처럼 바둑을 둔다.." 조훈현과 같은 천재성이나 서봉수와 같은 야수성도 발견할수없는.. 떡거머리 소년이 처음 입단했을때.. 고단자가 한수 '지도'해주는 관례에따라 서봉수가 그와 지도기를 둔적이 있다. ".. 우리들 말로는 다져준다고 하지.. 거왜 보리 밟아주는것 있쟎아.. 야코를 좀 죽여놓는거지..쉬운말로." 의욕과는 달리 종반에 들어섰을때 자신이 약간 뒤진것을 발견했다. ".. 집반정도 모자란거야 글쎄.. 그래서 판을 좀 흔들었지.." 판을 흔든다는것은 좀 무리를 하더라도 판의 변화를 꾀하는 상수의 권도 이다. "그래서 어떻게 됐나요?" "세집반 지더군. 믿겨지지 않아 또한번 두었지.. 근데.. 불계로 졌어.." 그후로 십년간 서봉수는 이창호에게 거의 '손맛'을 못보고있다. .. 카스파로프가 말한 '인간적인'이라는 말은 어떤 의미였을까? 그는 자신의 마음을 읽고있는 어떤 음흉한 기운을 느꼈던 것이다. 인간에게서만 느낄수있는 .. 기만과 술수로 가득한.. 어떤 동물학자가 원숭이를 연구하려고 방안에 바나나를 매달아놓고 그가 도구를 이용할수 있는가 관찰하기 위하여 문구멍으로 방안을 들여다 보았다. 원숭이는 한참을 그자리에서 무언가 골똘히 생각하고 있었다. 얼마후 그 과학자가 문구멍을 다시 들여다 보았을때 무언가 반짝이는 것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자신을 관찰하고 있는 원숭이의 눈동자였던 것이다. 카스파로프가 느낀것은 바로 그러한 섬칫함이 아니었을까? 이창호는 돌다리를 두드려본후 안전을 확인하고도 건너지 않는다고 한다. 인간의 술책을.. 시합에 나선 인간의 본성을 알기때문이다. 이번 체스시합에서도 인간이 던져놓은 미끼를 덥석 무는바람에 컴퓨터가 첫게임을 내주어야만 했다. 그러나 2국부터는 그러한 우를 범하지 않았다. 오히려 당황한 카스파로프가 최종국에서 정석을 비틀자(실수였는지 의도적 인지는 알수 없다) 이를 정확히 응징하여 초반에 항복을 받아낸 것이다. 물론 체스가 인간의 지성을 대표하지 않는다. 어쩌면 매우 기계적인 속성에 속하는지도 모른다. 또 컴퓨터의 성공 이면에는 다른 체스전문가의 프로그램이 필수적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인간이 자랑하던 하나의 영역이 다시금 기계에게 넘어가 버렸다. 이창호가 컴퓨터에게 바둑을 질날이 과연 있을까? 절대 불가하다고 생각했지만.. 이번 사건으로 가능하다는 쪽으로 마음이 바뀌는 것은 왜일까? 1초에 1억수 이상을 본다는 DeepBlue.. 불과 몇년전까지만해도 2-3000수에 불과했는데.. DeepBlue이전의 모델 Deep Thought(어떤 영화제목을 연상시키는 :) 는 2-3000수의 스피드로 유단자수준까지 갔던 것이다. 체스경기이후 IBM의 주가가 치솟고 있다는 소식이다. 흐음~ 담합된 시합은 아니었을까? 매스컴의 북새통뒤에 도사린 음모는? 후후.. 나의 '인간적인' 생각이 서서히 고개를 쳐든다. (음~ 매우 스포츠에 어울리지 않는 이야기이군 :( ) X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