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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portsLeisure ] in KIDS
글 쓴 이(By): fasbet (님의침묵)
날 짜 (Date): 1996년08월06일(화) 00시52분44초 KDT
제 목(Title): [바둑] 대가풍의 이창호9단

정용진의 바둑수첩 - 대가풍의 이창호9단.


  이창호9단이 마효춘(馬曉春)9단을 꺾고 후지쓰배를 차지했다.바다 건너 해
외대국에만 나가면 국내에서만큼 힘을 못써 `물징크스'니 `안방용'이니 떠들
어댔다.그러나 올해 열린 4번의 국제대회에서 모두 우승,4관왕에 올랐다. 응
씨배 8강전에서 유창혁9단에게 불의의 일격을 당하지만 않았더라도  `국제기
전 그랜드슬램'은 따논 당상이었다.

  이제 그를 가로막을 기사가 없다. 초일류들도 대진추첨식에서 이창호를 뽑
으면 하나같이 벌레 씹은 얼굴로,혹은 석고상같이 굳어 황급히 돌아선다.`누
구든 나와라' 큰소리치는 그들이지만 `그 누구'에는 `이창호는  말고…'라는
모기만한 소리가 붙어있다.

  스승인 조훈현9단이 기껏 가르쳐 놓고 국내에서 하도 얻어터지자  "어린애
에게 맨날…" 하며 밖에서 팔짱 낀 채 조소하던 그들도 막상 링 위에서   이
곰탱이(?)같은 돌부처에게 난타당하자 꼬리를 바짝 내리며 무서워한다.

  이창호9단은 참으로 대단한 기사이다. 바둑계의 통념과 상식을 깨뜨리고 `
불가사의'한 진기록을 달성하며 모든 기전을 싹쓸이했대서가 아니다.만약 올
림픽의 어린 기계체조 선수처럼 그가 기술적으로 바둑만 잘두는  `바둑기계'
라고 한다면 `대단한'이라는 수식어를 붙이는 것은 호들갑일 것이다.

  바둑계의 대가답게 어린나이에도 불구하고 성품도 `대가풍'을 지녔기에 하
는 소리이다.떡잎은 싹수부터 달라도 뭔가 다름을 느끼게 하는 일화 하나.

  얼마전 96세계바둑최강결정전 리그를 위해 중국에 간 이창호9단이 마효춘9
단과의 대국을 마치자 대회관계자에게 느릿느릿 예의 그 팔자걸음으로  다가
오더니 우물우물 말끝을 삼키는 소리로 자기가 저녁 한번 낼 것을 간청했다.
우리 선수단만이 아닌 중국의 그 많은 관계자를 모두 포함한 일찍이  선수가
`한 턱' 쓴 예를 찾아보기 힘든 바둑계 풍토인지라 깜짝 놀란 관계자가 흘려
넘기려고 했더니 무려 세번을 간청하더란다.

 그날 식탁의 음식보다 나어린 한국일류의 마음씀씀이를 더 배터지게  먹고
난 중국사람들은 "이창호 넘버원"을 되풀이했고 그 말은 결코 밥 얻어  먹은
사람이 인사치레로 하는 사탕발림이 아니었다. 그토록 뻔질나게 드나들던 일
본의 그 어떤 기사도, 아니 저들이 영웅칭호로 추켜세웠던 그 어떤 중국기사
도 생각지 못한 인정이었기 때문이다.

'스포츠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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